나의 이야기

2013. 7. 6. 허기진 아이

아~ 네모네! 2013. 8. 3. 17:08

허기진 아이

 

아 네모네 이현숙

 

  나는 둘째 딸이다. 언니는 첫 딸이고 예쁘게 생겨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동생은 셋째 딸이지만 넷째가 아들이라 사내동생 보았다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자기가 남동생을 낳은 것도 아닌데 왜 어여쁨을 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나는 구석에서 아무 눈길도 받지 못하는 허기진 아이였다.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없어도 없는 것 같은 아이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길을 받아보려 애쓰지만 예쁘지도 않고 애교도 없고 똘똘하지도 않은 나는 언제나 그늘에서 보이지 않는 아이였다.

  언젠가는 엄마가 언니와 동생의 옷을 사왔다. 엄마는 신이 나서 언니와 동생에게 옷을 입혀 보았다. 나는 한편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런 나를 엄마는 인식하지 못했다.

  저녁 때 우리 집에 세 들어 살던 아주머니가 엄마에게 조용히 말했다. 둘째 딸 옷도 사오지 그랬냐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항상 언니의 그림자 속에서 언니 옷만 물려받던 나는 그게 내 운명이려니 했다. 사실 내가 엄마의 입장에 있었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딸이 여섯이나 되는데 어떻게 다 새 옷 사 입히겠느냐 말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굶지 않고 산 것만도 감사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별 관심을 받지 않으니 자유로워서 좋다. 남들은 귀가시간을 정해놓고 늦을까봐 전전긍긍하는데 난 그런 게 없었다. 고등학교 때도 시험 때면 시험기간 내내 친구 집에서 먹고 자며 같이 공부했다. 여름방학에는 전라도 장흥에 있는 친구 집에 내려가 한 달씩 있었다. 그 때 탐진강에서 보트도 타고, 대흥사 구경도 가고, 억불산에 오르며 자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부모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나도 모르게 노력한 건 사실이다. 언니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해 통지표를 받아오면 미 미 미 미 연속인데 나는 열심히 노력해서 우수수 우수수로 이어갔다. 지금 수필교실에서 숙제를 열심히 해 가는 것도 아마 이런 습관이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환경조건은 내게 악이 될 수도 있고 선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