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5. 4. 모가지 뎅강 잘라놓고

아~ 네모네! 2013. 8. 3. 16:54

모가지 뎅강 잘라놓고

 

아 네모네 이현숙

 

  거실 꽃병에 꽂혀있는 꽃을 바라본다. 오아시스라나 뭐라나 스폰지처럼 생긴 초록색 꽂이에 꽂혀있는 꽃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 마디 한다.

남의 모가지 뎅강 잘라놓고 뭐가 좋아서 그리 쳐다보시나요?”

  사실 꽃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잔인한 짓이다. 생명의 대지에 뿌리박고 마음껏 뻗어나가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할 존재다. 무참하게 잘라서 물에 담가 놓고 전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너무 무심하다.

  물은 뿌리로 빨아들여야 할 텐데 목만 뎅그마니 남았으니 어떻게 물을 먹는단 말인가? 말 못하는 꽃들이 슬피 울며 하소연하는 듯하다. 정말 미안하다.

  베란다에 놓여있는 수 십 개의 화분도 마찬가지다. 작은 화분에 갇혀 있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를 바라본다. 무한히 넓은 대지에 뿌리를 박고 희희낙락 노래 부르며 가지를 뻗고 자라야할 텐데 한 줌 흙에 갇혀 언제 말라버릴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살아야하는 신세다. 대지의 바람과 싱그러운 비, 달콤한 이슬을 맛보지 못하는 이들은 징역살이 하는 인간과 같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할까?

기르는 사람이야 자기가 자연보다 더 애틋하게 사랑하고 보살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방이 원치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일종의 스토커일 뿐이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용마산의 나무들을 바라본다. 한창 새싹을 틔우며 즐거움의 비명을 질러댄다.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마냥 들떠있다. 같은 생명을 받고 태어났지만 어디에 뿌리 내렸는가에 따라 천지 차이의 생을 살고 있다. 똑 같은 한 평생을 살지만 삶의 질이 다르다.

  인간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을 하며 생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고 꽃 잔치가 벌어진 자연 속에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달음질 하는 삶도 있다. 같은 하루를 살지만 같은 삶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삶을 망치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괴롭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