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4. 11. 안개꽃 달고 있으려나?

아~ 네모네! 2013. 8. 3. 16:43

안개꽃 달고 있으려나?

 

아 네모네 이현숙

 

  바람에는 참 종류도 많다. 부는 바람, 원하는 바람, 피우는 바람 등 별 별 바람이 다 있다. 그중에서도 제일 골치 아픈 게 피우는 바람이다.

  지난 주 미장원에 갔는데 거기 온 아줌마가 자기 친구 얘기를 한다. 며칠 전 갑자기 죽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뇌졸중으로 죽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남편과 싸우고 옥상에서 마당으로 투신을 했다는 것이다. 그 아줌마 나이가 제법 들어 보여 도대체 몇 살인데 자살을 했느냐고 했더니 예순 아홉 살이라는 것이다.

  그 나이에 외로워서 죽은 것도 아니고 부부 싸움을 하고 죽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장원 원장도 잘 아는 사람인지 그 아저씨는 요새도 가방 들고 복지관에 잘 다닌다는 것이다. 컴퓨터도 배우고 온갖 것 배우면서 즐겁게 산다고 한다. 그러자 그 아줌마 말이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고 하며 그 친구가 젊어서부터 남편을 자꾸 의심했다는 것이다.

  그 놈의 바람이 무엇인지 거의 모든 부부들이 이 문제로 골치를 썩이며 살아간다. 왜 이런 일에 바람이라는 단어를 끌어다 붙였는지 그것도 이해가 안 간다. 그냥 바람 쏘이듯 가벼운 마음으로 하기 때문인가?

  하긴 나와 같은 직장에 있던 한 남 선생님은 남자에게 바람은 길 가다가 오줌 한 번 누는 것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좀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남자와 여자는 참 다르다고 생각했다.

  학원 강사를 하는 남편 친구와 함께 만난 적이 있었다. 학원 강사들 끼리 동남아 여행 갔던 일을 말하면서 자기가 동료들 생각해서 방패막이를 여러 개 사 가지고 가서 나눠 주었다고 자랑삼아 말하는 걸 들었다.

  남자에게 바람은 그야말로 단순한 바람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그래도 많은 주부들은 아무리 세상 남자들은 다 그래도 내 남편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철썩 같이 믿고 산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는데 남편 친구가 이러하면 내 남편도 마찬 가지련만 나도 이런 오류를 범하며 살고 있다. 그저 내가 모르면 그건 없는 사실이다.

  이런 농담도 있다. 어떤 부인이 죽어서 저승에 갔다. 한 방에 가보니 웬 남자들이 꽃을 한 송이씩 머리에 꽂고 있었다. 두 번째 방에 가니 여기 남자들은 두 송이씩 달고 있었다. 하도 궁금하여 저승사자에게 저 남자들은 왜 꽃을 달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꽃 한 송이 단 남자는 생전에 한 번 바람을 피운 사람이고, 두 송이 단 남자는 두 번 바람을 피운 사람이라고 하였다.

세 째 넷째를 거쳐 열 번째 방에 가도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과연 내 남편은 평생 나 밖에 몰랐나보다 하며 끝까지 가보니 거기에 남편이 있었다. 머리에 안개꽃을 주렁주렁 달고 말이다.

  나도 내 남편을 철석같이 믿고 살다가 저승에 가면 내 남편이 안개꽃 달고 앉아있는 꼴 보게 되는 거 아닐까? 아니 어쩌면 안개꽃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