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6. 28. 차이콥스키 2013

아~ 네모네! 2013. 6. 30. 14:52

차이콥스키가 살아오다

 

아 네모네 이현숙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중인 차이콥스키 2013’을 보았다. 슬라브 행진곡과 피아노 협주곡 1, 교향곡 2번 소 러시아를 김대진의 지휘로 수원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것이다.

슬라브 행진곡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오던 곡이라 한층 친밀감 있게 들을 수 있다. 러시아 민족의 당당하고 웅장함이 느껴진다. 일어나서 함께 행진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곡이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김규연의 협연으로 이루어진다. 피아노 건반에서 춤 추는 그녀의 손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가볍다. 음악에 취한 그녀의 몸짓과 손짓이 관객의 혼을 다 빼앗아 간다. 이 곡도 자주 연주되는 곡이라 귀에 익다.

교향곡 2번은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소 러시아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교향악단의 연주를 보면 모두 연주에 몰입하여 하나의 생물로 변화된 듯하다. 지휘자가 머리라면 악단의 연주자들은 몸이다. 지휘자의 몸짓, 손짓에 따라 신들린 듯 움직인다.

문득 차이콥스키가 살아왔다는 느낌이 든다. 차이콥스키의 몸은 100여 년 전에 사라졌지만 그의 혼은 지금도 살아서 여기 있는 듯하다. 그가 그린 콩나물 대가리 몇 개가 이 많은 사람들의 손과 발과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바이올린 주자는 그가 명령하는 대로 현을 움직이고, 플루트 주자는 그가 지시하는 대로 손과 팔과 입술을 움직인다. 팀파니 연주자는 그가 때리라고 명령할 때 미친 듯 두드리고 일순간에 멈춘다.

한 마디로 죽은 차이콥스키가 살아있는 인간을 움직이고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제목은 소 러시아인데 음악은 대 러시아다. 러시아의 저력이 느껴진다. 에베레스트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봉우리들이 있어야하듯 차이콥스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러시아인이 그를 받치고 있음을 느낀다. 러시아인의 정서와 러시아 사람들의 무수한 DNA가 차이콥스키를 탄생시키고 그의 음악을 탄생시킨 것이다. 나는 이 시간 러시아를 만나고, 러시아를 호흡하고, 러시아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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