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해부하다
아 네모네 이현숙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디지털 명화 오디세이 시크릿뮤지엄’을 보러 갔다. 렘브란트, 루벤스, 다비드, 들라크루아, 마네, 모네, 밀레, 고흐 등의 명화를 사진으로 찍어 원본 크기로 전시하고 그 옆에는 디지털 영상으로 작품의 부분 부분을 세세히 보여주는 것이다. 3D 기법으로 재생시킨 후 음악과 사운드가 더해진 실로 새로운 기법의 전시회다.
어찌 보면 원본이 없는 짝퉁 전시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원본보다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원본으로 볼 때는 전체의 작품 중 가장 강렬한 부분에 눈을 빼앗겨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없다.
이 영상 전시는 부분 부분을 잘라내 자세하게 보여주니까 작품을 구석구석 모두 보게 된다. 원본 속에 이런 부분이 있었나 놀랄 만큼 섬세하게 보여준다. 영상을 보며 원본 속에 있는 그 부분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2시와 5시에는 해설사가 설명을 해주니까 설명을 들으며 한 번 보고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보면 그야말로 완벽한 감상이다. 한 마디로 명화를 해부하여 보는 느낌이다.
몇 년 전인가 인체의 신비라는 전시회를 본 적이 있다. 실제의 신체를 조각조각 내어 박제한 것이다. 자궁 속의 아기도 개월 수에 따라 커가는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근육도 종이처럼 얇게 저며서 슬라이스를 만들어 전시한 것이 너무 충격적이고 끔찍했다. 이건 인체의 신비가 아니라 신비를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전시회였다.
그런데 명화를 해부한 영상 전시는 반대였다. 원본에서 보지 못한 부분을 조각조각 찍어서 확대해 보여주니 너무도 신비롭고 기이하여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그림도 실제로 비가 내리는 모양과 안개가 흘러가는 모양을 재현하고 물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동영상으로 보니 훨씬 실감이 난다. 핏방울이 흘러내리는 것도 동영상으로 보니 실제로 피가 흐르는 것 같다. 한 마디로 원본보다 더 원본다운 그림을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획기적이다. 앞으로 미술은 어디까지 어떻게 변화해 갈지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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