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1. 5. 17. 울릉도 독도

아~ 네모네! 2012. 10. 21. 20:57

 

 

 

 

 

 

 

 

 

 

 

 

 

 

쩐의 천국 울릉도

 

기간 : 2011517~ 520

                                                    장소 : 울릉도, 독도

울릉도는 약 10년 전에 한 번 가봤지만 이번에는 독도까지 간다고 하니 기대에 부풀어 배에 올랐다.

 

존물 먹고 가요 ( 517)

새벽 5시 반에 잠실 너구리상 앞에서 출발한 버스는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한 달음에 묵호항에 다다른다. 오랜만에 배를 타려니 뱃멀미가 걱정된다. 양숙씨도 작년에 울릉도 갈 때 멀미가 나서 혼났다며 약을 네 개나 사온다. 9시에 미리 약을 먹고 10시 배를 탔다.

멀미약을 먹었더니 토하지는 않았는데 도동항에 내리니 어질어질하다. 여행사 앞에 짐을 모아놓고 식당으로 갔다. 울릉도 별미 홍합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해안도로를 산책했다.

원래 오늘 A팀은 독도로, B팀은 죽도로 가려했지만 배가 뜨지 않는 관계로 해안도로 산책으로 만족해야했다. 자연동굴과 인공동굴을 지나니 약수터가 나온다. 찬 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하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나오니 강정숙씨가 한 마디 한다. 약수터 가까이 오는데 내려오는 사람이 좋은 물 있으니 먹고 가라고 존물 먹고 가요.” 하더란다. 발음을 잘 해야지 좇물인 줄 알겠다.

몽돌해수욕장을 지나 산길로 오르니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저동 촛대암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행남등대가 나온다. 행남등대에 오르니 저동항의 촛대암이 보이는데 방파제 공사를 하는지 커다란 크레인이 서 있다.

도동항으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저동으로 이동하여 봉래폭포로 올라갔다. 저동에는 약국이 한 개 있는데 연희씨 동창이 하는 제일약국이다. 제일약국을 지나며 안을 보니 연희씨 동창이 보인다.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 거란다.

봉래폭포에 가는 길에는 풍혈이 있어 여름에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온다고 하는데 지금은 봄이라 그런지 별로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봉래폭포의 물은 성인봉 북쪽에 있는 나리분지에 고인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었다가 용출하는 물이라 한다. 봉래폭포는 3단 폭포인데 하루 3000톤 이상의 물이 흘러 저동의 중요한 상수원이 된다.

봉래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바탕 찍은 후 산을 내려와 내수전 일출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에 서니 관음도, 죽도, 섬목과 저동의 해안 산책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도동항으로 돌아와 짐을 찾은 후 숙소로 갔다. 도동의 길들은 경사가 급해 무거운 짐을 들고 올라가려니 다들 죽을 맛이다. 독도 콘도에 도착해 다 왔나 했다가 5층까지 계단을 오르려니 다들 비명을 지른다.

각자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잠시 숨을 돌린 후 저녁을 먹으러 도동항으로 다시 내려갔다. 홍삼(빨간 해삼)과 생선회로 배불리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려니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아 집도 못 찾겠다. 여러 명이 기억을 되살려 겨우 겨우 찾아 왔다.

 

독도는 우리 땅 ( 518)

아침 식사를 하러 도동항으로 내려가니 먼저 팀 식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도동항의 우안 산책로에 다녀오란다. 오른쪽 산책로에도 자연 동굴과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고 회를 파는 곳도 두 군데나 있다.

하지만 아직 공사가 덜 되어 10분 정도 가니 철문이 잠겨 있고 출입금지다. 되돌아 나와서 오징어 내장탕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것이 술국으로 안성맞춤이다. 다들 좋아하며 이런 국 나올 줄 알았으면 어제 술좀 더 먹을 걸 그랬다고 한 마디씩 한다.

오전에는 울릉도 일주 유람선을 타기로 했는데 시간이 남아 약수공원으로 올라갔다. 약수공원 옆 절에는 관음상이 서 있는데 관음보살은 바다를 다스리는 보살이라고 한다. 수영씨는 우리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머리를 조아리며 지극 정성으로 절을 한다.

절에서 조금 더 오르니 인공암벽장이 나온다. 너도 나도 매달려보지만 암벽화를 신지 않아 발붙이기가 힘들다. 팔각정에 올라갔다가 약수 광장으로 가니 철분이 섞인 물인지 주위가 온통 시뻘겋다. 먹어 보니 사이다를 먹은 듯 톡 쏜다. 탄산가스가 녹아있는 탄산수인가보다.

유람선을 타기 위해 여객터미널로 오니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완전 도떼기시장이다. 서로 먼저 타려고 밀고 밀치며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콩나물시루 같다.

배가 움직이기도 전에 갈매기가 몰려든다. 울릉도 갈매기는 석모도 갈매기보다 날씬하고 예쁘다. 이곳저곳에서 새우깡과 과자를 높이 쳐들고 있으니 기를 쓰고 따라오며 과자를 채간다. 뭉툭한 과자보다는 길쭉한 새우깡이 낚아채기 좋은지 잘도 물고 간다. 나도 몇 번 해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순식간에 채 가는데 손가락을 쪼는 것 같아 겁이 난다. 하지만 한 번도 손을 건드리지 않고 고도의 기술로 잘도 채간다.

빠르게 달리는 배를 따라 기를 쓰고 좇아오는 갈매기를 보니 참 먹고 살기도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필사적으로 날아온다. 갈매기가 젖 먹고 클 리는 없지만 말이다. 가까이 보니 갈매기는 화장을 한 듯 연지곤지 다 찍었다. 노란부리에 까만 립스틱을 바르고 끝에는 빨간 색으로 마무리 했다. 눈에는 빨간색 아이라인을 그렸다.

한참 갈매기를 보느라 정신이 빠져 있는데 갑자기 연희씨가 새똥을 맞았다고 소리친다. 조금 있으니 대장님도 똥 맞았다고 질겁을 한다. 이놈들이 배부르게 먹여 놨더니 우리 유람선이 자기들 해우소인 줄 아나 곳곳에 똥을 갈긴다.

배에 있는 과자가 모두 동이 나고 아무도 과자를 주지 않자 서서히 물러간다. 갈매기 보느라 주변 경치는 아무 것도 못 보았는데 앞에 곰바위가 있다고 스피커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과연 산 능선에 시커먼 바위가 하나 서 있다. 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양숙씨는 킹콩바위 같다고 한다. 만물상에는 별별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많았는데 마치 배낭을 메고 서 있는 남자 같기도 하고, 망태를 멘 해녀 같기도 한 바위도 보인다.

송곳봉을 지나니 코끼리 바위가 나온다. 마치 코가 석자나 빠진 듯 긴 코를 물속에 박고 있는 형상이다. 육각형의 바위들이 촘촘히 박혀 코끼리 피부와 똑 닮았다. 용암이 식을 때 생긴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코끼리 피부의 깊은 주름살 같다.

코끼리 바위를 지나니 따로 떨어져 있는 딴바위가 나오고 그 옆의 삼선암이 보인다. 삼선암의 첫 번째 바위는 멀리서 보면 가위 같기도 하고 쫑긋 선 토끼 귀 같기도 하다. 첫 번째 바위에는 풀이 전혀 없는데 둘째와 셋째 바위는 작은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다.

삼선암을 지나니 쌍 굴이 나타난다. 눈이 없는 해골처럼 두 개의 굴이 뻥 뚫렸다. 작은 어선은 굴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쌍 굴을 지나니 관음도가 나타난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죽도를 지나자 저동의 촛대암이 나타나고 향남 등대를 지나니 도동항이 나타난다. 도동항에 내려 점심을 먹고 두 팀으로 나누어 독도와 죽도에 가기로 했다. 독도 가는 팀은 1240분 배를 타고 먼저 출발하고 죽도 가는 팀은 3시 배를 타기로 했다.

독도 가는 데도 2시간 이상 걸리고 파도가 심하다고 하여 미리 약을 먹었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비몽사몽간에 흔들리다 보니 어느 덧 독도가 눈에 들어온다. 서도에 있는 어업인 숙소도 보이고 동도에 있는 등대도 보인다. TV에서 본 촛대바위도 보이고 등대로 오르는 계단 길도 아련히 눈에 들어온다.

과연 독도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 가슴이 콩닥콩닥 방망이질 친다. 배 안에는 기상 상태에 따라 독도 접안을 못 할 수 있다고 써 붙여놨는데 접안을 하는지 못 하는지 전혀 방송이 없다.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데 접안을 한다고 사람들이 출구 쪽으로 몰린다.

행여나 중간에 못 내리게 할까봐 서둘러 밖으로 나오니 배가 출렁거려 발 디디기 힘들다. 해경들이 나와 하선하는 사람들을 돕는데 다칠까봐 엄청 신경을 쓰며 발을 빨리 떼라고 야단이다.

다들 무사히 배에서 내려 등대 쪽으로 가며 촛대바위와 탕건봉, 삼형제굴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이다. 어떤 팀은 태극기까지 준비해 와서 흔들며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불러댄다. 우리도 따라 부르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다.

과연 누가 뭐래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많은 사람이 독도를 이렇게 사랑하고 해경들이 불철주야 수비하는데 이게 우리 땅이 아니고 누구 땅이겠냐 말이다.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란 글씨와 태극 문양이 그려진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나니 빨리 승선하라고 고동이 울어댄다.

남편에게 여기는 독도라고 문자를 보내고 나오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양숙씨다. 지금 어디 있느냐고 멀미가 심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지금 독도에 내려 정신없이 사진 찍는다고 하니 이렇게 풍랑이 심한데 어떻게 접안을 했느냐고 놀란다. 죽도는 파도가 높아 배가 안 떴다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구경 잘 하고 있는데 죽도팀은 완전 죽 쑤었나보다. 이토록 멀고 험한 독도에도 접안을 했는데 도동항 코앞에 있는 죽도에 배가 안 떴다니 이해가 안 간다.

최후의 순간까지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눌러대는데 배터리가 다 됐다고 깜빡깜빡한다.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더 이상 찍히지 않을 때까지 찍고 배로 달려 돌아왔다.

문이 닫히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해경들이 일렬로 늘어서 손을 흔든다. 이 망망대해에서 외롭게 파도와 싸우는 해경들을 보자 가슴이 뭉클하다. 그 부모들 가슴은 얼마나 저릴까? 수영씨도 마음이 아픈지 이렇게 해경들이 있는 줄 알았으면 먹을 것이나 갖다 줄걸 그랬다고 때 아쉬워한다.

올 때는 파도가 더 심해져 곳곳에서 토하는 소리가 들린다. 미선씨도 속이 안 좋다고 화장실에 가더니 화장실에서도 문고리 붙잡고 난리가 났단다. 그래도 독도 땅에 내 발을 디뎠다는 감격에 괴로운 줄도 모르고 도동항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죽도팀은 죽도에 못 가 근처의 산으로 트래킹을 떠났다고 한다. 이순희씨는 독도에서부터 얼굴이 이상하다고 하더니 도동항에 내리자마자 수영씨와 보건소로 달려갔다. 오징어 내장탕이 몸에 안 맞았는지 알레르기가 생겨 얼굴이 퉁 퉁 붓고 입이 뻣뻣해졌다는 것이다.

숙소에 돌아온 순희씨를 보니 눈이 어찌나 부었는지 거의 뜨지를 못한다. 주사 맞고 약을 먹었다고 하니 자고 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위로를 한다.

 

딸순이는 아무나 하나? ( 519)

오후에는 배가 못 뜬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성인봉을 향해 출발했다. 어슴푸레한 골목길을 쌍지팡이 짚고 줄줄이 올라가려니 무슨 전투에 나가는 군인들 같다.

얼마를 올라가니 나무다리가 나오고 여기를 지나자 출렁출렁 움직이는 구름다리가 나온다. 비지땀을 흘리며 계속 오르자 팔각정이 나오고 사방이 서서히 밝아온다. 곳곳에서 우리를 반기는 연영초와 노루귀의 환영을 받다보니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2시간가량 오르자 드디어 울릉도의 최고봉 984m 높이의 성인봉이 나타난다. 성인봉은 신생대 3기에서 4기에 걸쳐 화산활동으로 솟아오른 봉우리다. 성인봉 표지석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그 아래 전망대로 가니 송곳봉과 나리분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안개가 심해 아무 것도 못 보았는데 온 섬과 바다가 속속들이 다 보이니 감개무량이란 말이 실감난다. 장쾌하게 펼쳐진 산자락을 보고 있자니 나 같은 속인도 성인이 된 기분이다.

서둘러 나리분지 쪽을 향해 하산하는데 골짜기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아직도 이렇게 눈이 많으니 봉래폭포에도 물이 많은가보다. 숲길을 지나자 나리분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넓은 분지 안에 알봉이 솟아있다. 나리분지는 화구 주위가 내려앉은 칼데라이고 알봉은 칼데라 안에서 다시 분화되어 생긴 작은 중앙화구다.

하산길에는 마음에 여유가 생겨 주위를 둘러보니 명이나물도 보이고 취나물도 보인다. 천남성도 있는데 가끔 갈색을 띠는 천남성도 있다. 나중에 안내판을 보니 갈색인 것은 섬남성이라고 한다. 섬에 있는 남성이라 그런지 육지의 천남성보다 더 강하고 씩씩해 보인다.

신령수 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족욕탕에 발을 담그니 물이 어찌나 찬지 뼈까지 저려온다. 나리분지에 도착하자 울릉도 재래식 집인 투막집이 보인다. 억새를 엮어 지붕도 만들고 문도 발처럼 만들어 둘둘 말아 매달아 놓았다.

산마을 식당에 오니 성인봉에 오르지 않은 회원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산나물밥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주위를 둘러보니 12일 팀에서 왔다 갔는지 12일 깃발도 있다. 무수한 낙서들이 있는데 김한길 최명길 부부도 작년 8월에 다녀갔다고 적혀있다.

원래는 오늘 묵호에서 들어오는 첫 배를 타고 서울로 가기로 했는데 파도가 높아 묵호에서 배가 못 떴다고 한다. 어차피 오늘 가기는 틀렸으니 관광을 하기로 했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일주도로를 달리며 해태바위를 보고 여자의 거시기 같은 굴을 통과하여 섬목까지 갔다. 섬목에서 돌아와 이번에는 이장희씨 집으로 갔다. 이장희씨 집은 울릉천국이란 팻말이 붙어있는데 주인은 없고 개만 빈 집을 지키고 있다. 넓은 잔디밭과 아담한 연못이 과연 천국이 여기구나 싶게 아름답다.

잔디밭에 누워 하늘도 보고 연못에서 사진도 찍으며 주인 없는 집 마당에서 마구 돌아치다가 예림원으로 향했다. 예림원은 문자조각공원인데 바닷가에 온갖 분재와 야생화를 심어 가꾼 정원이다.

정원 안에는 인공폭포와 연못도 있고 풍게나무와 느티나무의 뿌리가 연결된 연리근(連理根)도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송곳봉과 노인봉을 뒤로 하고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면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에 갇혀 꼼짝 달싹 못하는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몸은 갇혀 있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상상의 날개를 펴는 인간은 유한한 존재인가? 무한한 존재인가? 갖가지 상념이 지나친다.

넋이 빠져 바다를 바라보다가 전망대를 내려오니 갖가지 꽃들이 반긴다. 울릉도 최 장수 주목나무도 보이고 온실 안에는 듣도 보도 못한 야생화들이 즐비하다. 상윤씨는 물 만난 고기 마냥 신이 났다. 온실을 관리하는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물으니 지식이 딸리는지 관리는 자기 부인이 한다고 슬그머니 발을 뺀다.

예림원에서 나와 태하리에 있는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로 올라갔다. 등대를 지나 향목 전망대로 갔는데 향목은 향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태하리와 현포리 사이에 향나무가 많은 고개를 향나무재 즉 향목이라 하였는데 큰 산불이 나서 석 달 열흘 동안 타는 바람에 다 없어졌다. 그때 향나무 타는 냄새가 강원도까지 전해져 그곳 사람들도 울릉도에 큰 불이 났음을 알았다고 한다.

향목 전망대로 가는 길은 아름답고 부드러워 그야말로 실크로드다. 숲길을 나서자 앞이 탁 트이며 돛단배 모양의 전망대가 나타난다. 검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전망대에서 사진도 찍고 망원경으로 주변 경치를 감상하다가 해안길로 내려왔다.

해안길도 검은 암벽에 난간 같은 길을 만들어 기막힌 경치를 만끽하며 걷도록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남양항을 지나 퉁구미 마을로 갔다. 가는 길에 거북바위를 보았는데 가파른 절벽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바다로 막 다이빙 하려는 모습이 기막히다. 사동항을 지나 조금 더 오니 금방 도동항에 다다른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이번에는 산길로 해서 행남등대에 가기로 했다. 성당 옆으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니 도동항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저동 촛대암 갈림길에서 행남등대까지 왕복 25분이면 된다는 대장님 말씀에 겁도 없이 네 명이 등대쪽 길로 접어드니 길이 장난이 아니다.

나뭇가지와 바위를 붙잡고 씨름을 하는데 아무리 가도 등대가 안 보인다. 가파른 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치니 어제 해안길로 해서 왔던 길이 나온다. 여기서 등대까지는 200m라고 이정표에 쓰여 있어 끝까지 가기로 했다. 기어이 등대까지 가서 발도장을 찍고 되돌아오니 왕복 50분이 걸렸다.

다른 회원들은 벌써 나선형태의 소라계단을 지나 저동 가는 해안길로 접어들었다. 나사모양의 계단을 돌아내려 가려니 현기증이 나고 바다로 추락할 것 같다. 어제 은진씨도 난간을 붙잡고 덜덜 떨었다더니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된다.

겨우 겨우 소라계단을 내려가 쭉 뻗은 길로 들어서니 마음이 탁 놓이고 십년감수한 듯하다. 빨강 노랑 파랑의 구름다리를 지나 촛대암에 이르니 마침 크레인으로 방파제 구조물을 들어 올리느라 접근금지다.

주위를 둘러보니 안내판에 촛대바위에 대한 전설이 적혀있다. 옛날에 저동에 사는 한 노인이 일찍 상처하고 딸과 둘이 살았다. 어느 날 고기 잡으러 나간 노인의 배가 심한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했다. 상심한 딸은 며칠 동안 눈물로 지새우다가 아버지가 돌아온다는 예감이 들어 바닷가로 나가니 돛단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너무도 반가워 파도를 헤치고 배를 향해 나아가던 딸은 지쳐서 그 자리에 우뚝 서 바위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바위를 촛대바위 또는 효녀바위라고 불렀다고 한다.

저동항으로 들어가니 횟집이 즐비하고 사람들이 북적북적 하는 게 사람 사는 곳 같다. 한 집에 들어가 자리 잡고 앉아 회를 시켰다. 여기는 횟집 주인은 회만 팔고 야채와 소주, 초고추장 파는 사람은 따로 있다. 트래킹을 안 한 사람들도 차를 타고 저동으로 넘어와 우리 팀이 그 집을 다 차지하고 마지막 저녁을 즐겼다.

나는 원래 술이 약해 소주건 맥주건 한 잔이면 족하다. 한 잔만 먹어도 골이 핑~ 도는 게 어질어질하다. 하지만 따르는 거 하나는 잘한다. 사람들 잔이 비기가 무섭게 술을 따르니까 나를 보고 딸순이란다. 내가 술을 잘 따르는 것은 매너가 좋아서가 아니고 빨리 술자리가 끝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열심히 다 따르고 끝났는데 한 병 더~.” 하고 시키면 맥이 쭉 빠진다.

나만 따르니까 양숙씨가 이번에는 자기가 따르겠다고 대장님 잔에 따르다가 철철 넘쳐서 바지고 신발이고 술 범벅을 만들었다. 딸순이가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누구 잔이 비었는지 수시로 관찰해야하고 주량에 맞게 적당히 따라야 한다.

이렇게 쫑파티를 잘 하고 제일약국 앞에 와 택시를 잡아타고 도동으로 돌아왔다. 요금이 3000원 밖에 안 나오니 네 명이 타면 버스비보다 싸다. 숙소에 돌아와 꾸렸던 짐을 다시 풀고 내일은 꼭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하며 잠을 청했다.

 

쩐의 천국 울릉도 ( 520)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은 배가 뜰 거라고 한다. 짐을 챙겨 내려오다가 양숙씨가 따개비 칼국수를 못 먹어본 것이 아쉽다고 한다. 방에서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어 배부른 상태지만 그래도 두 그릇만 시켜서 넷이 먹자고 하며 국수집을 찾았다. 동은식당에 가니 예약한 사람이 너무 많은지 한마디로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서울 같으면 미안하다고 할 텐데 그런 소리도 없이 거절당하자 민망하기 그지없다. 다른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가고 싶은 집이란 식당으로 들어가니 사람도 없고 할머니가 반가이 맞이한다.

우리는 배가 불러 두 그릇만 달라고 양해를 구한 후 자리에 앉았다. 앉아보니 사방에 손님들이 남긴 글이 가득하다. 벽을 다 채우고 천장까지 꽉 찼다. 그런데 액자를 보니 우리 대장님 명함이 꽂혀 있는게 아닌가?

우리는 대장님이라도 만난 듯 반가워 이 집이 맛있는 집인가 보다고 안심을 하고 앉아 국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양숙씨가 우리도 글좀 남길까?” 한다. 좋은 생각이라고 다들 찬성하자 양숙씨가 의자를 놓고 올라선다. 뭐라고 쓸까 고민하다가 울릉도는 돈만 있으면 천국 같으니 ()의 천국이라고 하자고 한다.

구의여행클럽

현숙, 양숙, 수영, 금옥

쩐의 천국 울릉도

파이팅! 2011. 5. 20

이라고 쓰고 하트모양까지 그려 놓으니 우리가 봐도 그럴 듯 한 게 흐뭇하다.

칼국수가 나와 국물 맛을 보니 한 마디로 천국 음식이다. 깔끔하고 칼칼한 게 넷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배불러서 한 젓갈도 못 먹겠더니 한 번 입을 대니까 술술 잘도 들어가 순식간에 국물까지 싹싹 먹어치웠다.

소화를 시키려고 도동항 우안 해변도로를 다시 한 번 돌고 여객터미널로 돌아오자 묵호에서 오는 배가 들어온다. 이번에도 미리 멀미약을 먹고 자리에 앉으니 이제 정말 집에 가나보다 싶고 지난 4일이 한 달이나 되는 듯 아득하다.

 

울릉도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살 것도 많고, 놀 것도 많다. 돈만 두둑이 준비해 가면 그야말로 쩐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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