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에 다녀와서
1999. 8. 2.
성수중학교
이현숙(李賢淑)
지난 7월 23일에서 26일까지 일본 큐우슈우섬에 있는 미야자키현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대학 동창인 종일이, 상순이와 같이 셋이서 가려고 했었는데 상순이가 몸이 아파서 포기하는 바람에 종일이와 둘이서 가게 되었다. 23일 10시에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현대 드림 투어에서 사람이 나와 있었다. 종일이와 같이 비행기표를 받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몸수색을 하는 철문을 통과할 때마다 지은 죄도 없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면세점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자동 카메라가 없어서 삼성에서 나온 케녹스 카메라를 카드로 샀다. 12시 10분쯤 KAL기를 타고 미야자키로 향했다. 출발한지 1시간 반도 못되어 미야자키 공항에 도착하였다. 국제 공항이 아니라서 그런지 김포공항보다 훨씬 작고 사람도 별로 없었다. 150명 정도인 우리 팀이 가장 큰 손님이었다. 어디나 세관 사람들이 나와서 뭐라고 물으면 겁이 난다. 세관원이 이 안에 들은 것이 뭐냐고 묻기에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CLOTH" 했더니 가라고 한다. 비행 시간도 짧고, 시차도 없고 사람들 생긴 모양도 우리와 비슷하니 외국에 온 기분도 나지 않았다.
휘닉스 호텔에 여정을 풀고 오션돔으로 향했다. OCEAN이라고 해서 바닷물로 된 수영장인줄 알았더니 맹물이었다. 단지 바다같이 파도를 일으키고 지붕이 있을 뿐이었다. 수영도 못하는 우리는 튜브나 타려고 튜브를 빌리려고 했더니 600엔이나 하였다. 우리 돈으로 6000원도 넘는다 생각하니 아까워서 300엔 짜리 스티로폼 조각을 빌려 파도를 타고 놀았다. 지붕을 열어 놓아 햇빛이 들기에 모자를 쓰고 놀았더니 그곳의 안전 요원 같은 사람이 와서 뭐라고 해 쌌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서투른 영어로 다시 물어봐도 이 사람은 영어는 도무지 못한다. 계속 멍하니 쳐다봤더니 나를 데리고 물 밖으로 나가더니 모자를 벗어서 백사장에 놓는다. 모자를 벗으라는 소리인 것 같아서 나도 모자를 벗어 백사장에 놓았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떡이며 웃으며 간다. 말이 안 통하니 이토록 답답한데 평생 말못하고 지내는 사람은 얼마나 괴로울까? 밤이 되어 사방이 캄캄해지니 레이저 쇼를 하는데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보던 것보다는 못해도 그런 대로 볼만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6시에 일어나서 호텔 근처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했는데 나무도 많고 새들도 많았다. 그런데 일본의 까마귀는 우는소리가 좀 특이했다. 우리 나라 까치와 까마귀 소리의 중간쯤 되는 소리를 냈는데 꼭 애기 울음소리 비슷했다.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우미가세 절벽으로 향했다. 바닷가에 있는 절벽인데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었다. 인간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절벽이라고 해서 굉장한 줄 알았는데 그랜드 캐년 따라 가려면 멀었다. 오후에는 백제 마을이란 곳에 갔었는데 옛날 백제 때 정가 왕이 일족을 끌고 이곳으로 피신하여 왔는데 결국은 피살되었다고 한다. 그 후손들이 여태 여기서 산다고 하는데 가는 길이 끝도 없는 계곡으로 한없이 들어갔다. 그 속까지 들어간 것도 대단한데 그 속까지 찾아와 죽인 사람은 더 대단하다 싶었다. 백제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백제관 앞에 오니 김종필 총리가 쓴 백제관이란 현판이 보였다. 김종필 총리가 지원하여 이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다. 백제관 앞에서는 미야자키현의 관광부장인가 하는 사람이 나와서 환영식을 하였다. 한참 환영사를 하더니 사물놀이를 하였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하는 것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그런 대로 꽤 능숙하게 잘 하였다.
백제 마을 관광을 마치고 이날은 아오시마 관광 호텔에 투숙하였다. 순수한 일본식 호텔이었는데 방 열쇠를 받아 가지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방이 문으로 닫혀 있었다. 한 쪽 문을 여니 이불장이었다. 다시 옆의 문을 여니 다다미방에 큰 상이 한가운데 놓여 있고 등받이 다리 없는 의자까지 있었다. 내가 식당으로 잘못 들어왔나 하고 순간 당황했다. 다시 안쪽의 문을 열어보니 화장실과 욕실이 있고 장에는 일본식 잠옷 비슷한 유까따도 들어있었다. 객실이 맞는 것 같아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더니 종일이가 들어왔다. 무슨 호텔이 이러냐고 했더니 전에도 일본에 왔었던 종일이가 전통 일본식 호텔은 이렇다는 것이다. 유까따는 왼쪽이 위로 올라오게 입어야지 오른 쪽이 위로 올라오게 입으면 수의가 된다는 말이 생각나서 왼쪽이 위로 오게 하고 매듭은 오른 쪽에 오게 잘 입고 아래층 대중탕으로 가려고 하는데 웬 아주머니가 들어오더니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통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물끄러미 바라보니 상을 한 쪽으로 밀더니 이불장에서 이불을 꺼내다가 깔아준다. 어찌나 정성스럽게 대하는지 정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중탕에 내려가니 규모는 우리 나라 온천의 반의반도 안되지만 물이 어찌나 매끄러운지 아무리 씻어도 뽀드득 뽀드득 한 맛이 없었다. 그래도 피부가 매끌거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일본에 있는 대부분의 온천은 남탕과 여탕이 매일 바뀐다는 것이다. 이날은 노천탕이 있는 곳이 남탕이 되어 노천탕에는 가지 못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녹차를 한 잔 들고 잠자리에 드니 고실고실한 이부자리가 잠이 절로 오게 만든다.
다음 날은 일찌감치 일어나 아오시마 섬으로 건너가니 아오시마 신사가 있었다. 신사 앞에 가니 물이 있기에 무조건 퍼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먹는 것이 아니라 신사에 참배하기 전에 손을 씻고 입을 씻는 물이란다. 신사 주위에는 나무 가지에 웬 흰 종이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다. 이것도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으니 그 종이는 오마구찌라고 하는데 사서 그 종이에 대길(大吉)이라고 써 있으면 가지고 갔다가 소원이 이루어진 후 다시 가져와 매달아 놓는다는 것이다. 복을 받고자 하는 마음은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모두 똑같은가보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고, 호리키리 고개와 우도 신궁을 보고 사보텐 허브원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점심 식사 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아야노테루하 대적교를 보고, 세계 최대의 꽃시계가 있다는 아야마샤 공원과 평화의 탑이 있는 헤이와다이 공원을 보았다. 이날은 미야자키 관광 호텔에 투숙하였는데 여기는 남탕 여탕 모두 노천탕이 있어서 종일이와 같이 노천탕으로 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온천물에 들어있으니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인간은 옷을 입었을까? 더워서 쪄 죽을 지경이어도 그놈의 체면 때문에 옷을 입어야하니 다른 동물들이 볼 때 인간은 얼마나 한심스러울까?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만 따먹지 않았어도 인간은 에덴 동산에서 벌거벗고 영원히 살 수 있었을 텐데…….
다음 날은 아침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쏟아져서 7개의 석상이 서 있는 센메세 공원에 가서 카트(조그만 자동차)도 못 타고 걸어서 구경하고는 미야자키 공항으로 향했다.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뜨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우리의 용감한 KAL기는 비구름을 뚫고 가볍게 솟아올라 순식간에 우리를 김포공항에 내려 주었다. 다시 세관을 통과하려니 또 세관원이 묻는다. “이 속에 뭐 들었어요?” “옷이요.”하니 또 통과시킨다. 내 얼굴을 보아하니 돈도 없게 생겼고 사치품을 사게 생기지도 않았으니 인상만 보고 통과시키는 모양이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느낀 것은 일본 사람들이 예의 바르고 아주 깨끗하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가봐도 어디나 깨끗하고 항상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었다.그리고 공항의 비행기 개찰구 앞에까지 끈질기게 쇼핑 센터가 있었다. 악착같이 돈을 쓰고 가게 만들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점은 우리도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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