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용진샘
이현숙
용진샘 딸 지니가 카톡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추운 날씨에 건강하신지요?
김용진 선생님 딸 백은진 인사드립니다.
제가 이번 겨울 어머니 유해를 모시고 한국에 갑니다. 오빠가 납골당에 모시고자 하여 남양주 에덴추모공원으로 갑니다. 그전에 혹시 저희가 점심 식사를 대접하며 추모모임을 가지려고 하는데 오실 수 있으실까요? 한분 한분 뵙고 싶으나 저도 건강검진 등 시간상 여의치가 않아서 한번에 모시고자 합니다.
새해 1월 4일 일요일, 낮 12-2시
아직 인원 파악이 안 되어 식당 예약은 못 했으나 교통 편한 서울 시내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석 여부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용진샘은 작년 7월 하와이에서 등산 도중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너무도 건강해서 이렇게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곳에서 장례를 치르고 유골함은 딸이 여태 자기 집에 모시고 있다가 이번에 한국으로 온다는 것이다.
용진샘과는 중화중학교와 면목중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다. 집도 가까워서 가끔 용마산에도 같이 가며 가깝게 지냈다. 미국으로 이민 간다고 했을 때 조금 서운했지만 하와이 가서 잘 지내니 안심이 되었다. 그곳에 언니도 있고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어서 즐겁게 보내며 사진도 보내왔다. 여기 있는 내가 보기에도 부러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열사병이라니.
약속한 날 시청역에서 내려 네이버 지도를 켜고 따라가기를 눌렀다. 그런데 신호등을 잘못 건너 이리저리 헤매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저쪽 신호를 건너라고 알려준다. 그리로 쭈욱 따라가니 한가람식당이 나온다. 2층으로 올라가니 용진샘 아들과 딸 지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용진샘 지인들까지 열 명 정도 모였다. 함께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들 용진샘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며 아쉬워했다. 어머니의 지인들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자식들이 고맙다.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사라졌다. 아버지가 계신 납골당에 함께 모시느냐고 물으니 용진샘이 남편 옆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여 다른 납골당에 모신단다. 아버지는 일산에 있는 납골당에 계신데 엄마는 남양주에 있는 에덴추모공원으로 모신다고 했다. 따로 따로 성묘 가려면 힘들겠다고 했더니 그 정도는 괜찮단다. 볼수록 듬직한 아들이다. 딸 지니도 손님을 위해 등산용 깔판을 나눠주며 깔판 주머니를 엄마가 손수 만든 거라고 알려준다. 그 밖에도 하와이 달력이며 파스도 나눠준다. 가족사진도 보여주고 예쁜 수첩도 준비해 왔다. 이 수첩을 유골함 옆에 놓겠다고 여기에 한마디씩 적어달라고 한다. 그 마음 씀씀이가 참 예쁘다. 나는 천국에서 다시 만나 신나게 놀아보자고 썼다. 용진샘 아이들은 인물도 좋고 심성도 참 곱다. 용진샘을 닮았나 보다.
추모 모임을 마치고 나오니 뭔가 마음에 남아 있던 숙제가 해결된 듯 발걸음이 가볍다. 저녁때가 되자 지니가 납골당에 모신 유골함을 찍어 보냈다. 거기 온 사람들에게 이렇게 일일이 보내려면 참 힘들 텐데 고맙다. 마지막까지 엄마의 뜻을 받들어 순종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사람이 한 번 왔다가 가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인데 그동안 맺었던 무수한 인연을 끊는 것은 참 힘들고 슬픈 일이다. 그래도 세월이 가면 다른 일들이 그 위에 덮이면서 상처가 서서히 아무는 것은 참 감사할 일이다. 언젠가는 모든 기억이 사라지며 무아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용진샘, 아들 딸 다 잘 지내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고 잘 지내요.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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