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웬 금
이현숙
겨울 내복을 찾으려고 설합장을 뒤지다 보니 안쪽 구석에 빸간 상자가 보인다. 이게 뭐지 하면서 열어보니 금팔찌가 들어 있다. 언제, 누구에게서 받은 건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내가 산 건 절대 아니다. 이 집에 이사올 때 넣어둔 것 같으니 20년이 넘게 처박혀 있었을 것이다.
독거노인이 되다 보니 집에 귀중품은 절대 두지 않는다. 내가 언제 쓰러질지도 모르는데 값나가는 걸 두면 안 될 것 같다. 남이 탐낼만한 것은 가지지 않는 게 최고다. 다른 사람들은 힘이 있을 때 미리 미리 정리한다는데 나는 게을러서 결혼할 때 받은 물건들을 50년이 넘도록 그냥 쌓아놓고 산다. 장롱이며 그릇들이 거의 다 골동품 수준이다. 아들에게는 내가 정리하기 힘드니 나 죽으면 유품 정리사 부르라고 미리 부탁해 놨다.
아마 이 팔지도 남편이 예원학교 근무할 때 학부형에게 받았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과 나는 민폐를 엄청 많이 끼치고 산 것 같다. 지금 같았으면 김영란법에 걸려 모가지가 댕강 날아갔을 것이다. 이 빚을 어찌 다 갚으려나 모르겠다.
아무튼 죽기 전에 미리 정리해야 히니 빨리 남에게 줘야겠다. 그냥 놔뒀다가는 유품 정리사 좋은 일만 시킬지도 모른다. 아들은 유학 갔을 때 집에 있던 금붙이를 팔아서 보내줬으니 이건 딸을 줘야겠다.
따지고 보면 금도 하나의 금속에 불과하다. 철이나 구리처럼 금속일 뿐인데 왜 이다지도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일까. 색깔이 예뻐서 그런가. 요즘 금 한 돈에 80만 원이라고 하니 돌잔치 할 때 반지를 해주는 건 꿈도 못 꾼다.
다이아몬드는 또 어떤가. 숯처럼 탄소로 이루어진 광물일 뿐이다. 단지 고온과 고압으로 그 결정 모양이 아름답게 생겼을 뿐이다. 숯이나 다이아몬드나 태우면 이산화탄소로 변하는 건 똑같다.
생각할수록 인간은 참 부질없는 것에 목매고 산다. 다이아반지 안 받고는 시집 안 간다는 친구도 있었다. 사실 금이나 다이아몬드보다는 물과 공기가 훨씬 귀중한 것인데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지만, 금이나 다이아몬드에 목매지 말고 값싼 공기와 물이나 실컷 마시며 살아야겠다. 최영 장군은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다는데 나는 황금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으니 내가 더 고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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