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웬 난리
이현숙
교회의 한 권사님이 자기는 남편과 함께 매일 침을 맞으러 다닌단다. 몸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날 보고도 한 번 가보란다. 나보다 10년 이상 젊은데도 부지런히 관리하는 게 좋아 보인다. 상봉역에 있다니 거리도 가깝고 해서 한 번 가보려고 전화를 했더니 두 달 후에 예약이 가능하단다. 이거 무슨 종합병원도 아니고 일개 한의원이 이 정도라니 놀랍다.
두 달을 기다려 한의원으로 갔다. 사람들이 로비에 가득 찼다. 접수 창구 세 개에 수납 창구도 네 개다. 그 외에도 차트 관리하는 곳에 네 명의 직원이 더 있다. 거의 종합병원 수준이다. 침을 맞는 방이 일곱 개인데 방마다 사람이 가득 찼다. 대충 세어보니 한 방에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팔과 다리를 걷어붙이고 침을 맞고 있다. 기가 막히다. 침을 놓는 한의사만 일곱 명이란다. 이건 완전 대기업 수준이다.
예약 시간보다 30분 일찍 가서 접수했는데도 한참을 더 기다렸다. 우선 진료실에 들어가 원장님과 상담을 했다. 마스크를 벗으라고 해서 벗었더니 얼굴도 보고 진맥도 하더니 소양인이란다.
소양인은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데 체력이 100이면 200을 쓰기 때문에 체력이 바닥 나서 문제라고 한다. 몸에 물이 부족하니 수분을 끌어올려야 한단다.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냐, 어디 사냐, 누가 소개했냐고 소상히 묻는다. 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고맙다.
물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니 친정엄마 생각이 닌다. 어디 가서 물어보니 거기서도 내 사주는 물이 부족하단다. 엉덩이 바닥에 붙일 사이도 없이 돌아다닌다고도 했다. 한의사 말과 똑같다. 사람이 태어날 때 이미 체질도 타고나는 것일까? 점쟁이는 내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게 참 신기하다. 어쩌면 모든 생물은 태어나는 순간 그때의 우주 기운을 타고 나오는지도 모른다.
상담을 마치고 또 마냥 기다리다가 8번 방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다. 팔다리를 걷어 올리고 삥 둘러앉아 침을 맡는다. 내 옆의 아줌마는 나보다 열 살 위인데 의정부에서 두 시간 걸려서 왔단다. 나야 전철로 두 정거장밖에 안 되니 껌이다. 침을 꽂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서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다. 전남 순창에서 침 맞으러 오는 남자도 있다. 그 열정이 놀랍다. 의사가 술 먹지 말라고 하자 일 주일에 한 번만 먹으면 안 되겠냐고 사정하는 아저씨도 있다. 저마다의 얼굴에 그의 인생이 적혀있다. 세상에는 참 아픈 사람도 많다. 생로병사는 모든 생물의 숙명이니 어쩌겠는가. 아프지 않고 죽는 방법은 없을까. 그나마 늙어서 죽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한참 지난 후 왼쪽에 꽂은 침을 빼고 오른쪽에 맞은 후 또 기다린다. 침을 다 맞은 후 우루루 수납 창구로 몰려간다. 무슨 전쟁통도 아닌데 피난 행렬처럼 몰려다닌다. 완전 난리버거지다. 처음 온 사람은 4800원, 두 번째부터는 1800원이다. 참 싸기도 하다.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보조해 줄 것이다. 하긴 나도 매달 25만원 이상씩 보험료 내니까 그렇게 싼 것도 아니다.
수납 후 다음 예약까지 마치고 나오니 사방이 캄캄하다. 두 시간 반이나 걸렸다. 이걸 일주일에 세 번씩 하라니 참 큰일이다. 하지만 매일 오라는 사람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최소 1년은 맞아봐야 한다니 꾹 참고 부지런히 다녀야겠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프다고 누워서 자식 속 썩이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오늘도 난 이 난리를 치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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