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2025. 10. 10. 싸느냐 참느냐

by 아~ 네모네! 2025. 12. 10.

싸느냐 참느냐

 

이현숙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싸느냐 참느냐' 라는 방송을 하고 있다. 저게 뭔 소린가 하며 계속 보니 대소변을 싸야 할지 참아야 할지 고민하는 프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지하철 기관사,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자, 가스 검침하고 고지서 돌리는 여자, 택배 기사 등 많은 사람의 고충이 나온다. 이들은 마땅한 화장실이 없어서 온종일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기관사는 기관실 안에서 접이식 간이 변기에 비닐봉지를 끼우고 거기 앉아서 용변을 봐야 하는데 사방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이라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핸들을 손에서 5초 이상 떼면 안 되니 한 정류장에서 변기 펴고, 다음 정류장에서 비닐봉지 씌우고 다음 정류장에서 볼일을 봐야 한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아줌마도 온종일 볼일을 못 보고 참는다고 한다. 너무 참아서 방광염도 걸렸다고 한다. 배가 아파 몇 분 일찍 나가려고 해도 퇴근 시간에 원청 직원들이 문에서 지키니 나갈 수가 없단다.

  생리 중인 한 여자는 의자에 앉아 참다가 의자가 피로 흥건하게 젖는 일도 있었단다. 간이 화장실이 설치된 곳도 있지만 너무 더럽고 오물이 꽉 차서 도저히 볼일을 볼 수가 없게 생겼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이렇게도 심한 고통을 겪는 줄 생각도 못 했다.

 

  이걸 보다 보니 알라스카 매킨리산에 갔을 때 일이 생각난다. 18일 동안 빙하 위에서 먹고 자며 지냈다. 빙하 위를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 눈을 퍼다가 녹여서 밥을 해 먹었다. 그런데 싸는 게 문제다. 소변은 눈밭의 적당한 곳에서 보면 되는데 대변은 안내소에서 나눠준 플라스틱통에 비닐 봉투를 씌우고 거기 앉아서 봐야 한다. 텐트 밖에 두고 우리 네 명이 모두 용변을 본 후 봉투를 묶어서 가지고 가다가 크레바스에 버린다. 깔판도 없는 플라스틱통에 앉아 용변을 보면 엉덩이에 통 자국이 생길 정도로 아프다. 그래도 참을 수는 없으니 싸야 한다.

  4천 미터가 넘는 베이스캠프인 매킨리시티에는 화장실이 있다. 눈을 깊이 판 후 양변기를 갖다 놓고 나무판자로 가려 놓았다. 나무판자가 너무 낮아서 변기에 앉아있으면 밖에서도 앉은 사람의 상반신이 보인다. 화장실 안에서도 사방으로 설산이 보인다. 지상 최고로 전망 좋은 화장실이다. 여기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다른 동물은 아무 데서나 똥오줌을 싸는데 유독 인간은 남이 안 보는 곳에 숨어서 볼일을 보려한다. 지극히 자연스런 생리현상인데 남들이 보는 곳에서는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다. 왜 그럴까.

  성경에는 벌거벗고 살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후 눈이 밝아져 무화과나무 잎을 따서 옷을 만들어 입었다고 한다. 죄를 지은 후 수치심이 생겼나 보다. 그래서 그 이후로 숨어서 볼일을 보게 된 것일까.

  어찌 됐던 인간은 아무 데서나 볼일을 못 보니 깨끗한 공중화장실을 많이 만들어 참지 말고 쌀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싸느냐 참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 12. 18. 속 빈 강정  (13) 2025.12.20
2025. 12. 12. 연주대에 올라  (6) 2025.12.15
2025. 12. 6. 억울한 명품백  (0) 2025.12.08
2025. 11. 22. 극락이 천국일까?  (0) 2025.11.26
2025. 11. 2. 꿈속이 지옥일까?  (0)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