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2025. 12. 6. 억울한 명품백

by 아~ 네모네! 2025. 12. 8.

억울한 명품백

이현숙

 

  TV에서 명품백 뉴스가 나올 때면 옛날 생각이 난다. 남편이 예원학교 교장으로 근무할 때다. 하루는 웬 핸드백을 들고 왔다. 학부형이 선물로 주었다는 것이다. 주면서 아주 좋은 백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아마 몇십만 원짜리 백인가 보다 했다. 꺼내 보니 좋아 보이기는 했다. 평소에는 지하철역에서 산 5천 원짜리나 끽해 봐야 만원 정도의 가방만 들고 다니는 내 눈에도 좀 비싸 보였다.

  어디다 쓸까 하다가 교회 갈 때 성경책 가방으로 몇 번 들었다. 그런데 무겁기도 하고 자물쇠까지 달려있어 번거로웠다. 별 필요가 없어 보여 버릴까 하다가 혹시 딸은 쓰려나 하고 문자를 보냈다. 헤르메스(HERMES)라는 핸드백이 있는데 쓰겠느냐고 물으니

엄마 그게 헤르메스가 아니고 에르메스인데 명품백이예요.”한다.

  헤르메스인지 에르메스인지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것이라 인터넷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천만 원이 넘는 거였다. 깜짝 놀랐다. 남편이나 나나 명품에는 일자 무식이라 전혀 몰랐다. 교회에 들고 갔을 때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하긴 내가 들면 명품백도 짝퉁백으로 보였을 것이다. 나는 생긴 것도, 하고 다니는 것도 엉망이니 명품백도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

 

  딸도 그 백을 잘 들지 않다가 사위가 3년간 캄보디아에서 근무할 때 그곳에서 한 번 써봤단다. 외교관 부인들 모임에 들고 갔는데 사람들이 단박에 알아보고 이거 진짜냐고 묻더란다. 사람들 참 똑똑하기도 하다.

 

  아들이 중학교 졸업하던 해, 내가 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됐다. 그 때는 새로 오는 선생님들 명단을 교무실 칠판에 쭈욱 써 놓곤 했다. 내 이름을 보고 한 여선생이 효석이 엄마 오네.” 했단다. 그 여선생은 다른 학교에서 나와 함께 근무했고 우리 집에도 온 적이 있다. 아들이 그 학교 다닐 때 가르치기도 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 과학부실에서 같이 근무하던 남선생이 나에게 한마디 했다. 효석이 엄마가 온다고 해서 엄청 세련된 여자가 올 줄 알았더니 시골에서 갓 상경한 촌닭 같은 여자가 오더란다. 아들은 제 아버지를 닮아 허여멀겋고 좀 귀티 나게 보인다.

  아들이 아기였을 때 병원에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내가 아들을 안고 의자에 앉아있는데 앞에 앉은 할머니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넌 누구를 닮아서 그렇게 예쁘게 생겼니?” 한다. 엄마인 내가 멀쩡하게 안고 있는데 말이다. 생긴 거나 하고 다니는 꼴이나 다 촌닭 같으니 명품을 걸친들 명품으로 보일 리가 없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뉴스를 볼 때면 내 남편이 능력 없어 대통령 안 된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대통령 나간다고 설쳤으면 청문회 한다 뭐 한다 하면서 가족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샅샅이 조사했을 것이다. 아마 나도 명품백 받았다고 개망신당하며 개박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명품백이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아마 엄청 억울했을 것이다. 주인을 잘못 만나 짝퉁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왜 그다지도 명품에 연연해 하는 걸까. 내가 보기에는 명품이나 짝퉁이나 별 차이도 없고 쓰기에 아무 지장이 없는데 말이다.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그걸 가졌을 때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일까. 그것으로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가지면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편하니 아무 가치가 없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으니 나는 평생 싸구려 가방이나 들고 다니며 대충 먹고 맘 편히 살아야겠다.

명품에 목매는 동물은 아마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은 어쩌면 삶의 본체는 잃어버리고 신기루를 좇아 마냥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할수록 내 명품백은 참 억울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