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모

2024. 10. 18. 클래시모 문화 기행

아~ 네모네! 2024. 10. 20. 23:45

 

날로 먹은 문화 기행

이현숙

 

  클래시모에서 문화 기행을 떠났어요. 클래시모는 한 달에 두 번씩 신사동에 있는 음악 나무(무지크 바움) 아래서 클래식 감상을 하는 모임이죠. 봄가을로 문화 기행을 떠나는데 올가을에는 춘천에 있는 제이드 가든 수목원으로 갔어요.

 

1. 제이드 가든

  제이드 가든은 산자락에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조성한 테마 정원과 4천여 종의 수종이 어우러진 멋진 수목원이죠. 비가 부슬부슬 내려 만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어요. 특히 이끼 정원이 아름답더군요.

  연못가에 세워진 여인 동상도 인상적이었어요. 엉덩이가 빵빵한 게 남자라면 한번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아련한 핑크빛의 핑크뮬리도 환상이고 다양한 야생화가 눈길을 끌었어요.

2. 야유 스페이스

  닭갈비와 막국수로 맛난 점심을 먹은 후 남양주에 있는 아유 스페이스카페로 갔어요. 이 카페는 원래 신격호 회장의 별장이었다고 하는데 북한강변에 자리 잡은 분위기 환상인 카페였어요. 진입로가 좁아 대형 버스는 들어갈 수가 없어 셔틀 봉고차가 큰길까지 나와서 카페까지 데려다주더군요. 빨리 갈 욕심에 미숙 씨와 제가 앞 좌석에 둘이 끼어 앉았더니 기사 아저씨가 앞 좌석에 두 명 앉는 것은 첨 본다고 웃더군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가 뻥 뚫린 지붕 아래 멋진 중정이 있었어요. 카페에 앉아 하늘을 보며 마시는 커피 맛은 기막혔어요. 비가 와서 더 맛이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앞에 보이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다면 한결 멋졌을 것 같아요.

  건물 밖으로 나와 강변길도 걸어보고 정원도 둘러보았어요. 비에 젖은 정원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어요.

 

3. 이함 캠퍼스

  카페에서 나와 양평에 있는 이함 캠퍼스로 갔어요. 두양문화재단 산하의 이함 캠퍼스는 미술관, 카페, 공연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네요. 20227월에 개관했고 20231110일부터 20세기 디자인 가구 기획전을 열고 있었어요. 이사장 오황택이 수집한 다양한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각양각색의 의자들이 많았어요. 덴마크의 야르네 야콥센이 만든 에그 체어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의자는 코펜하겐의 SAS 호텔 로비에 놓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인체를 포근히 감싸는 구조와 눈높이에 양쪽 면을 옆으로 막아 차단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이함 캠퍼스의 이 함(써이 , 상자 함 )은 빈 상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작가의 철학이 깃든 이름이죠. 이함은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는 빈 상자이며 캠퍼스는 누구든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반닫이도 있었는데 반닫이는 반쪽 문만 여닫게 만들어져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네요.

  여섯 개의 전시관이 있는데 한 전시관에 들어갈 때마다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해야 하니 그게 좀 번거롭긴 했어요. 전시관 사이를 유리지붕으로 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편리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연결 지붕을 만들면 건축미를 반감시킬 것 같긴 하네요.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연못에 오리들이 신나게 헤엄치고 있었어요. 오리들도 비를 좋아하나 봐요.

 

 

  호수 옆에는 카페도 있었는데 뒹굴기 딱 좋게 생긴 의자가 있었어요. 하지만 비에 젖어 앉을 수 없는 게 아쉬웠어요.

  화장실에 들렀더니 손 씻는 세면대도 예술이었어요. 이것도 작품인가 봐요.

 

  이번 문화 기행을 위해 답사도 하고 버스 대절도 하고 여러 가지로 애쓴 분들의 노고가 느껴졌어요. 나 같은 사람은 남들이 잘 차려놓은 잔칫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달려들어 마구 퍼먹은 느낌이 드네요.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날로 먹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