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4. 25. 내가 행복한 곳은 어디에?

아~ 네모네! 2021. 4. 30. 16:51

내가 행복한 곳은 어디에?

- 김이재의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를 읽고 -

이현숙

 

  김이재는 경인교대 교수로 내가 즐겨보는 세계테마기행이란 프로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목소리가 낭랑하고 생기발랄하여 뭔가 보는 이에게 에너지를 주는 인상이다. 그녀는 세계 100여 개 국을 여행한 행복한 문화지리학자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는 나비와 말괄량이 삐삐라고 한다. 그래서 책 표지에도 나비로 도배를 했다.

책표지

 

  부제로 운명의 지도를 바꾸는 힘, 지리적 상상력이라고 했듯이 지리적 상상력의 막강한 힘을 굳게 믿는 듯하다.

여는 글 앞 페이지에

만 권을 독파하고 가슴에 만감을 품고 만 리의 길을 간 다음에 붓을 들라.’

는 중국 청나라의 미술 교과서인 개자원 화보 서문을 실었는데 이 글을 보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나는 이 중 한 가지도 못 했는데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지리학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고 수능을 망쳐서 제 2지망으로 지리교육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외국계 회사, 방송사, 학교, 연구소를 전전하며 쓴 맛, 단 맛을 다 보았다고 한다.

  그녀는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이름을 바꾸었다. 40년 동안 부모님과 선생님,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며 살자. 라는 뜻을 담아

김이재로 개명을 했다고 한다. 참 재미있고 맹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 인 듯하다.

 

1부 지리 교과서가 알려주지 않은 것들

  1장 지리멸렬한 게 지리라고요?

  2장 좋아하는 장소 하나 가진다는 것

 

2부 나비처럼, 삐삐처럼 벽을 넘은 사람들

  1장 희망의 지리적 상상력

  2장 행복의 지리적 상상력

 

3부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나요? 당신에게 주는 지리 처방전

이란 제목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지리적 상상력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그녀는 말괄량이 삐삐를 너무도 좋아해서 삐삐를 자기의 멘토로 삼고 외롭고 슬플 때엔 삐삐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문하고 실행에 옮긴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 연구실 문에도 짝짝이 양말에 해진 신발을 신고 있는 삐삐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자신의 이메일 아이디도 pippi로 했다.

연구실 문에 붙인 삐삐 그림

 

어린 왕자를 위한 새로운 지리학

  그녀가 지리학자가 되는데 큰 영향을 준 또 하나의 주인공은 셍떽쥐베리의 어린왕자다. 어린 왕자는 기대에 부풀어 별을 찾아가지만 실망하고 지구별로 향하게 된다. 그는 할아버지 지리학자에게 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할아버지에게 뾰족한 답을 듣지 못한 어린 왕자에게 꽃과 나비를 사랑하는 오감 만족의 지리학을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할아버지 지리학자

  그녀가 바라는 지리학은 산이나 바다, 강이 아니고 음식, 패션, 스포츠, 현대미술, 댄스나 냄새까지 세상 모든 주제가 지리학의 연구 대상이라고 한다.

 

생존을 위한 지리학

  세계적으로 지리 교육이 가장 부실한 나라는 미국과 한국이라고 한다. 미국은 대학에서 지리학과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한국도 지리학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지리 교육이 가장 강한 나라는 영국인데 윌리엄 왕세손도 지리학을 전공했다. 섬나라인 관계로 외국으로 나가려면 무조건 배를 타고 위험한 바다로 나가야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책의 곳곳에 QR코드를 넣었는데 이것을 스캔하면 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나온다. 이걸 칼라 사진으로 넣는다면 책값이 엄청 비쌀 텐데 이렇게 하니 책값은 저렴하고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책을 만들 때 이런 방법을 쓰는 것도 참고해 볼 일이다.

QR코드 속에 들어있는 사진들

 

나라의 운명도 바꾸는 지리적 상상력

  지리적 상상력은 나라의 운명도 바꾼다고 한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어느 군주보다 지리적 상상력이 풍부하여 세계 지리에 관심이 많았고 해적 드레이크를 지원하여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세계의 패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테레사 수녀님도 원래 지리교사였다. 그녀는 알바니아 출신으로 인도의 여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며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웠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캘커타가 수녀님에게는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중심 무대였다. 이처럼 내가 치유될 수 있는 공간, 내가 자랄 수 있는 공간,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런 곳을 찾으라고 저자는 말한다.

  영화 배우 오드리 햅번은 다른 여배우들이 헐리우드에서 성형에 집착할 때 자신이 가장 빛날 수 있는 아프리카로 떠났다.

 

미국의 운명을 바꾼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는 하와이에서 아프리카 출신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바마의 어머니는 남편과 헤어진 후에도 인류학 공부를 계속했고 현지 연구 지역으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후 오바마를 인도네시아로 데려갔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출신 지리학자와 재혼하고 오바마의 여동생을 낳았다. 오바마는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지금도 이곳 초등학교에는 나비를 잡고 있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어린이 오바마 상이 서 있다.

나비를 잡고 있는 오바마상

 

  어린 시절의 오바마는 자카르타에서 생활하면서 무슬림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하와이로 돌아와 외할머니의 도움으로 사립학교를 졸업하고 아메리칸 대학을 거쳐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다. 그는 로스쿨을 졸업한 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장소보다는 더 많은 흑인을 도울 수 있는 시카고로 이주했는데 이곳에서 정치인 남편을 제대로 내조할 수 있는 부인 미셸을 만나게 된다.

  저자의 말을 들으면 어려서부터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지리적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요새 손자를 볼 때 약간 의문이 생긴다. 우리 손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한국에 왔는데 머릿속에 많은 혼란이 생기는 듯하다. 한국어 어휘력이 부족하여 TV를 보다가 독감이 뭐냐고 묻는가 하면 학교에서 애들이 욕하는 걸 들었는지 개새끼가 뭐냐고 묻는다. 만 원짜리 지페를 보고 열 천원이라고 하는 걸 보면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킨 것 같다. 언제나 한국인 사고방식으로 돌아올지 걱정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분명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작가는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고 부르짖는데 과연 내가 행복한 곳은 어디일까? 그걸 모르겠으니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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