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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21. 3. 14. 짝퉁 같은 명품

by 아~ 네모네! 2021. 3. 14.

짝퉁 같은 명품

이현숙

 

  세익스피어가 한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경제가 허용하는 한 몸에 걸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마라. 그렇다고 지나치게 차려입어서는 안 된다. 대개 입은 것으로 그 인물을 알 수 있으니까

  이 글을 보는 순간 뜨끔했다. 나는 입는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대충 입어봐서 들어가면 그냥 입는다. 옷에다 돈을 퍼붓느니 차라리 여행에 쓰는 것이 더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 입은 것으로 그 인물을 알 수 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옷에는 그 사람의 성격도 많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명품 옷은 딱 두 번 입어봤다. 한 번은 남편이 재직할 때 학부형에게 받아온 상품권으로 산 옷이다. 상품권에 쓰인 곳으로 찾아가니 강남에 있는 멋진 드레스 샵이다. 상품권에는 금액이 적혀있지 않았다. 적당히 눈에 띠지 않는 것을 골라보니 99만원이다. 이것도 되느냐고 하니 살 수 있단다. 벌써 30년도 넘었는데 옷이 이렇게 비싸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비싼 줄 알았으면 남편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같으면 아마 김영란 법에 걸려 모가지 댕강 날아갔을 것이다.

  또 한 번은 예원학교 수위실에 근무하는 아저씨에게 25만원 주고 산 버버리 코트다. 이 아저씨 부인은 남대문 시장에서 옷 수선을 하는 사람이다. 손님이 가져온 버버리 코트를 자기가 보기엔 수리하지 않아도 딱 맞는 것 같은데 줄여달라고 하여 줄였더니 잘못 고쳤다고 보상을 해달라고 했다. 결국 사장님이 200만원을 물고 자신은 수리비 25만원을 물었다. 사장님은 자기도 입을 수 없으니 가져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입을 수가 없어 학교로 가져와 팔고 싶다고 했다. 사정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25만원을 주고 가져왔다. 나는 본의 아니게 명품 버버리 코트를 얻어 입게 됐다. 내 팔자에 몇 백만 원씩 하는 코트를 언감생심 어디 걸쳐볼 생각을 했겠는가?

  그런데 아무리 명품을 걸치면 뭐하나? 아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옷걸이가 엉망이니 명품 티가 나지 않는다. 명품을 입어도 짝퉁처럼 보인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한다더니 내 주제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나보다.

  사실 값 비싼 옷은 입어도 부담스럽다.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저 길바닥에서 산 만 원짜리 옷이 딱 좋다.

  세상에는 명품 같은 짝퉁도 있고 짝퉁 같은 명품도 있다. 나는 어디에 속할까? 비록 겉은 짝퉁같이 생겼지만 속이라도 명품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속이고 겉이고 모두 짝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