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21. 2. 7. 해도 해도 너무하네

아~ 네모네! 2021. 2. 8. 16:41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현숙

 

  21일부터 14일까지 설 명절 특별방역조치가 내렸다. 5인 이상 집합금지다. 지난번까지는 서울시에서 직계가족은 예외라고 하여 아들네 식구 세 명과 함께 주말마다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지역에서 다 같이 집합금지라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20 다산콜재단에 문의했다. 역시나 서울도 동일 거주지에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연락이 왔다. 불안증이 심한 남편은 아들에게 설 명절까지 오지 말라고 카톡방에 올린다. 나는 대충 묵살하고 그냥 모이려고 했는데 남편이 완강하게 반대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어제는 동생들과 소울 영화를 보고 동생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네 명이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고 회를 떠다가 집에서 먹으니 식당 갈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마침 4번 동생 생일이 며칠 전에 지나서 생일축하도 겸하기로 했다. 내가 영화표를 샀더니 3번이 과일을 사고 4번이 회를 떴다. 무늬만 생일 축하지 4번 동생이 제일 돈을 많이 썼다. 5번 동생은 밥을 새로 하고 주문한 석화를 찜통에 쪄서 성대한 상을 차렸다. 새벽 한 시까지 반찬을 했다고 한다. 2번과 3번은 동생 복이 많아서 날로 먹을 때가 많다. 내가 받은 복 중 가장 큰 복이 동생복인 것 같다.

  생일 축하 노래도 하고 회와 매운탕으로 포식 한 후 석화까지 과식을 했다.

 

  그 후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완벽한 파티를 한 후 집에 오려는데 동생들이 돈을 걷어준다. 우리 손자 이안이 세뱃돈이라는 거다. 동생들은 아직 손자가 없으니 매번 나만 받는 게 너무 미안하다. 빨리 손자가 생겨서 손자 재롱을 보면 좋으련만 그게 맘대로 안 되나보다.

  오늘 오후에 아들과 손자가 왔다. 네 명까지 밖에 안 되니 며느리는 못 오고 아들과 손자가 처갓집에서 사 준 과일과 식혜를 가지고 왔다. 어제 이안이 세뱃돈 받은 걸 주고 영상으로 세배를 하라고 했다. 이안이는 시키는 대로 잘 한다. 동생들 카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더니 세배 잘 받았다고 새해엔 더욱 씩씩하고 건강한 멋진 어린이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도 올라온다.

 

  생각할수록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아무리 코로나19가 무섭다고 하지만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못 보게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 간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사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외손자와 설날을 보낼 수 있는데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안 된다는 게 말이나 되냐 말이다.

  손자가 태어난 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라이브 세배 좀 받아 보려고 했더니 나라에서 막는다. 지금까지는 미국에 있어서 설날이 되면 동영상으로 세배를 받았다. 이제 귀국하여 실물로 세배를 받아보려고 했더니 세상만사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없다. 어차피 나라에서 하는 일을 따를 수밖에 없으니 외손자, 외손녀, 친손자 세뱃돈은 미리 다 송금했다. 외손자와 외손녀는 세뱃돈 잘 받았다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카톡으로 인사를 한다. 세상 참 요상하게 돌아간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제발 내년 설에는 아들네 식구, 딸네 식구 모두 모여서 성대한 명절을 보냈으면 좋으련만. 세상만사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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