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7. 9. 22. 환상숲 곶자왈 이야기

아~ 네모네! 2017. 12. 1. 14:41

환상숲 곶자왈 이야기

아 네모네 이현숙



   제주도 한경면에 가면 환상숲 곶자왈 공원이 있어요. 동생들과 모처럼 제주도 여행을 나선 김에 곶자왈 공원에 들렀어요. 곶은 숲, 자왈은 가시덤불을 말한대요. 용암 바위 덩어리에 생긴 특이한 숲이지요.

   입구로 들어서니 인공폭포가 보이더군요. 따가운 햇볕 아래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만 봐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늘에 앉아서 해설사를 기다렸어요. 의자에 앉아 숲을 바라보니 자연 그대로 보존된 숲이 원시림을 보는 듯했어요. 이름 그대로 환상숲이더군요.

   해설사와 함께 숲길로 들어서니 시원한 바람이 솔 솔 불어왔어요. 바위마다 동그란 잎이 잔뜩 붙어있었는데 콩짜개 덩굴이래요. 콩을 짜개 놓은 것 같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네요. 정말 재미있는 이름이죠?

   조금 더 가다가 해설사 언니가 나무뿌리를 가리키며 잘 보라고 하더군요. 유심히 보고 있자니 이렇게 뿌리에서 판 모양으로 내려와 땅에 단단히 박혀 있는 걸 판근이라고 한대요. 바위 지대라 땅속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한 나무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이렇게 판을 박는대요. 어떻게 하든지 살아남으려는 나무의 몸부림이 느껴졌어요.

   그뿐 아니라 나무뿌리들이 바윗덩어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듯 잔뜩 움켜쥐고 있는데 이것도 바람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나무의 치열한 몸짓이래요. 나무는 그저 땅에 뿌리를 내리며 아무 걱정 없이 편안히 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다 똑같은가봐요.

   해설사 언니가 한 나무 앞에 서더니 덩굴이 감고 올라간 모양을 잘 보래요. 한 개의 나무에 두 개의 덩굴이 타고 올라갔는데 하나는 칡덩굴이고 하나는 등나무래요. 서로 엇갈리며 나무를 감았는데 감는 방향이 다르더군요. 하나는 왼쪽으로 감고 하나는 오른쪽으로 감았어요. 이렇게 덩굴이 감는데도 고유한 방향이 있는 줄 처음 알았어요. ()은 칡이고 등()은 등나무인데 갈등이란 칡덩굴과 등나무가 얽히고 설켜 풀기 힘든 상태를 말한대요. 이렇게 반대방향으로 감으니 정말 풀기 힘들 것 같아요.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넓은 공간이 나왔어요. 여기는 의자도 있는데 앉아있으니 해설사가 몇 명을 불러냈어요. 노란 셔츠 입은 아저씨 나오라고 하여 남동생도 나갔죠. 일곱 여덟 명 정도를 둥그렇게 세우더니 옆 사람과 손을 잡은 후 왼쪽이 누구고, 오른 쪽이 누군지 잘 기억하래요. 손을 놓고 서로 자리를 옮긴 다음 다시 손을 잡게 했어요. 손을 잡은 채 이리 저리 돌리며 원래의 상태로 만들려는데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어요. 해설사 언니는 이렇게 자연은 있던 곳에 그대로 두어야지 인위적으로 여기 저기 옮기면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서 원래의 상태로 돌리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참 좋은 교육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길옆에는 거북꼬리, 마 등 온갖 야생화가 피어 있고, 밭을 만들 때 나온 돌을 쌓아서 만든 머들이란 돌무더기도 있었어요. 움푹 들어간 구멍도 있는데 얼음골이라고 한대요. 아래로 내려가자 정말 시원한 바람이 나오더군요. 곶자왈에는 이런 구멍이 많아 비가 오면 스며들어가서 많은 지하수가 생긴대요. 말하자면 지구의 숨구멍이죠. 그런데 난 개발로 이런 숨구멍이 막혀 지하수가 점점 줄어든대요. 또 암반수가 좋다고 마구 뽑아 올려 물 부족 사태가 염려 된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먹는 삼다수는 지하 420미터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라고 하네요. 빗물이 현무암층을 거쳐 여기까지 내려가는데 25년 걸린다고 하니 정말 귀하고 깨끗한 물이죠. 거기다 여러 가지 미네랄이 섞여 있어 우리 몸에 아주 좋대요. 그런데 우리가 이것을 다 뽑아 올려 먹어버리면 우리 자식들은 25년을 기다려야 이런 물을 먹을 수 있겠죠? 제주도민만 먹으면 이렇게까지 빨리 고갈 되지는 않을 텐데 육지의 사람들도 갖다 먹고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까지 수출한다고 하니 얼마 못가 바닥이 드러날 것 같아요.

   이런 말을 들으면 땅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듯해요. 예전에는 땅 표면으로 흐르는 물만 먹고, 산에서 자라는 나무만 가지고 살았는데 지금은 땅 속 깊이 시추공을 뚫고 물과 석유를 마구 뽑아 올리고 있으니 지구는 산 채로 온 몸에 빨대를 꽂은 채 피를 빼앗기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우리가 지구의 피를 빨아먹는 게 아닐까요?

   또 암석을 뚫어 석탄과 광물을 마냥 캐내니 아마도 골다공증에 걸려 온몸이 무너질 지도 몰라요. 지구가 신음하며 쉬지 않고 SOS를 보내지만 우리 귀는 멀고 마음은 굳어져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기생충이 너무 번성하면 숙주가 죽어버리듯이 우리 인류가 너무 번성하여 마구 쑤셔대면 이 지구가 죽어버릴 지도 몰라요. 그러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도 함께 죽음을 맞겠죠?

   환상숲 곶자왈 공원을 나서며 이 숲의 환상적 자태를 유지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