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7. 7. 18. 중앙아시아 기행문 4 (우즈베키스탄)

아~ 네모네! 2017. 8. 30. 11:11

우즈베키스탄 1 ( 731)

- 타쉬켄트 -

   오쉬를 떠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쉬켄트까지 8시간 이동하는 날이다. 우즈베키는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다.’ 라는 뜻이다. 즉 우리는 자유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가이드겸 통역을 맡았던 알텐 벡과 기사 드미트리, 짐차의 기사 막심과 이별하려니 어쩐지 마음이 짠하다. 국경에서 이들은 다시 10시간을 타고 키르키스스탄의 수도 비쉬케크까지 간다고 한다. 해외 여행 할 때마다 가이드와 헤어지려면 허전함과 아쉬움이 몰려온다.

   우리가 통과하는 국경에서 타쉬겐트까지 가려면 버스가 올 수 없어 택시를 타기로 했다. 다섯 대의 택시에 나누어 타고 국경을 출발했다. 우리 차는 에어컨이 안 되어 문을 열어놓고 달렸다. 찌는 듯한 더위에 에어컨까지 안 되니 죽을 맛이다. 우리 기사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른 기사와 한참 통화를 하더니 차를 바꿔 타라고 한다. 짐만 실은 차인데 그래도 에어컨이 들어오니 살만하다.

   지그재그 산길을 달리고 달려 고개를 넘는데 곳곳에 터널이 있다. 터널 높이가 낮아 버스는 다닐 수가 없다고 한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 에어컨은 안 되지만 바람이 불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밖의 의자에 앉아 한참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다시 출발하여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데 미리 온 김사장님과 이순희씨 내외가 우리를 반긴다. 시원한 물이 안개처럼 내려오는 나무 그늘에 앉아 쉬는 중이다. 우리가 다가가니 김사장님이 오더니 원장님 택시에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중앙선을 들이 받았는데 사람은 안 다쳤지만 수리하느라고 늦게 온다는 것이다. 시멘트 블록으로 중앙선을 해놓은 길에서 반대편 차선으로 추월을 하다가 앞에서 차가 오는 바람에 급하게 다시 들어오다가 블록을 받아 앞 뒤 바퀴가 찌그러졌단다.

   한참 만에 도착한 원장님을 보니 죽었다 살아난 사람을 만난 듯 반갑다. 두 바퀴를 모두 교체하고 겨우 왔다는 것이다. 점쟁이가 써준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어 그나마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점쟁이 용하다고 다들 서울 가서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고 한다.

   타쉬겐트에 들어서니 촌놈이 생전 처음 서울 구경 온 듯 정신이 하나 없다. 앞서 가던 김사장님 차가 좌회전을 하다가 교통경찰에게 걸렸다. 박명수씨 내외가 탄 차와 우리 차 두 대가 앞에 서게 되었는데 두 차 기사 모두 이곳 지리에 어두워 우왕좌왕한다. 레지스탕 플라자 호텔을 찾는데 같은 길을 몇 번씩 돌며 전화를 하지만 찾을 길이 없다. 운전수가 몇 번씩 내려 길을 물어물어 겨우 호텔을 찾아갔다.

   이래저래 오늘 12시간은 차를 탄 듯하다. 시티 팰리스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우즈베키스탄 가이드 이벨라씨가 우릴 반긴다. 마침 이곳에서 결혼식이 있었는지 신랑 신부가 사진을 찍고 있다.


- 해들이 식당 -

   서둘러 짐을 내리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한식당인 해들이 식당이다. 민물새우탕부터 쫄면까지 없는 게 없다. 우리는 닭볶음탕과 족발을 시켰다.작은 칠판에 적어놓은 메뉴판이 정겹다.


   이곳은 꽤 유명한 식당인지 김을동 의원과 엄홍길 등 많은 유명인사가 다녀간 사진과 글이 벽에 빼곡하다. 2012년에 다녀간 용산구청장의 글도 있었는데 이 행사도 김사장님이 주관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한식을 만나니 다들 폭풍 흡입했다.


   호텔로 돌아와 여기 저기 둘러보는데 수영장이 있다. 이벨라에게 물으니 9시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시간이 벌써 다 되어 할 수 없이 마음을 접고 방으로 갔다.

 

우즈베키스탄 2 ( 81)

- 사마르칸트 -

   타쉬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 기차를 탔다. 사마르칸트는 왕의 도시, 부자의 도시라는 뜻이다. 사마르칸트는 아무르 티무르 황제가 세운 티무르 제국의 수도로서 실크로드의 중심지다.


   기차 안에서는 기내식 아니 차내식도 주는데 과자와 커피, 물수건까지 준다.


- 울르그벡 천문대 -

   사마르칸트에 도착하여 울르그벡 천문대로 갔다. ‘위대한 왕이라고 불렸던 울르그벡은 아무르 티무르의 손자인데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이 천문대를 지어 학자들과 함께 연구하였다.

 

   10년 전에도 여기 왔었는데 그 때 모습 그대로다. 천문대 안에는 전통 모자를 쓴 남자가 있었는데 이곳의 역사를 공부한 학자라고 한다. 우리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자 이벨라가 통역을 해주었다. 건물 내부에 있는 커다란 관측기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옛날 이토록 정교한 기구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 아프로시압 박물관 -

   사마르칸트의 옛날 중심 거리를 벗어나면 아프로시압 언덕이 있다. 이곳 박물관에 들어서면 공작새 모양의 조각품이 보이는데 공작새는 왕의 상징이라 한다.


   이 박물관에는 사마르칸트 귀족의 저택에서 통째로 뜯어온 벽화가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신들이 사마르칸트 왕에게 조공을 바치는 그림인데 한 귀퉁이에 고구려 사신이 그려져 있다. 처음에는 어느 나라 사신인줄 몰랐는데 우리나라에서 간 학자들이 깃털 달린 모자를 보고 고구려 사신임을 밝혀냈다. 이곳까지 찾아온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가슴 찡하기도 하다. 실물 그림은 희미해서 새로 복원하여 그린 그림을 보면 깃털 달린 모자가 선명하다. 이건 고구려 시대 복장이라 한다.

티무르 황제에게 조공을 바치는 각국의 사신들은 선물을 바리바리 들고 있는데 고구려 사신은 허름한 차림에 빈손이다. 아마도 먼 길을 오느라 남루한 차림이 되었고 조공물은 오는 길에 산적들에게 다 털린 게 아닌가 싶다.


- 구르 아미르 -

   아무르 티무르의 묘가 있는 구르 아미르를 보러 갔다. 구르는 무덤, 아미르는 지배자라는 의미로 지배자의 무덤이란 뜻이다.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묘당 안에는 중앙에 티무르의 검은 대리석 관이 놓여 있다. 그런데 티무르의 관 위쪽에 훨씬 큰 관이 보인다. 이것은 티무르의 스승 미르사이드 베레케티의 관이다. 학문과 예술을 사랑했던 티무르는 그의 묘가 스승의 것보다 더 크지 않도록 유언을 했다. 하지만 1층에 있는 관들은 모두 비어 있고 진짜 관들은 지하 4미터 아래 똑같은 위치에 놓여 있다고 한다.


- 레기스탄 광장 -

   레기스탄은 모래라는 뜻이다. 이름은 모래광장이지만 모래는 없고 세 개의 메드레세(신학교)자 모양으로 배치되어있다. 가운데는 넓은 광장으로 되어있는데 매년 빛과 소리의 제전이 열린다. 마침 이 축제의 연습이 한창이라 광장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연습하는 사람들만 구경하였다. 축제 전에 지붕을 수리하는지 푸른색 돔 지붕에는 밧줄에 매달린 사람이 보인다.


- 비비하님 모스크 -

   레기스탄 광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비비하님 모스크를 보러갔다. 버스에서 뒤에 앉은 미숙씨를 찍으려 했더니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자기도 같이 찍으라고 포즈를 취한다. 밝고 환한 모습이 보기 좋다.


   비비하님은 티무르 황제의 여덟 명 아내 중 그가 가장 사랑한 부인이다. 그 부인을 위해 지은 사원이 비비하님 모스크인데 비비하님이 사원을 짓던 이란 건축가와 사랑에 빠졌다. 이에 격로한 티무르가 탑 꼭대기에서 뛰어 내리게 하여 죽였다는 전설이 있지만 사실은 비비하님이 티무르보다 더 오래 살았다. 티무르는 즉시 모든 여인에게 얼굴을 가리도록 했는데 이것이 히잡의 기원이라 한다.


   모스크 앞에는 코란을 놓는 커다란 석조물이 있는데 그 다리가 아홉 개다. 이 다리 사이를 기어 다니며 기도를 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있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많은 여인들이 다리 사이를 기어 기둥이 까맣게 변했다.


- 시욥 바자르 -

   모스크 옆에는 시욥 바자르라고 하는 커다란 시장이 있다. 사마르칸트에서 가장 큰 시장인데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도 있다. 여기서 싱싱한 과일을 사고 식후경이란 한식집으로 가서 삼겹살로 포식했다.


우즈베키스탄 3 ( 82)

- 부하라 -

   사마르칸트에서 부하라까지 버스로 다섯 시간 이동했다. 부하라는 부자 되라는 뜻이 아니고 사원이란 뜻이다. 그 만큼 신성한 도시로서 한 때는 400여개의 사원과 신학교가 있었다.

아시아 부하라 호텔에 짐을 풀고 한낮의 폭염을 피해 호텔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전통 문양으로 장식한 아름다운 실내 장식이 멋지다.


   쉬는 것 보다는 동네 한 바퀴 구경하려고 밖으로 나왔다. 동네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옛 건물이 즐비하다. 여기 저기 구경하다가 한 성으로 들어가니 오밀조밀한 가게들이 모여 있다. 우리는 4달러씩 주고 너도 나도 모자를 샀다.


   한 바퀴 대충 돌아보고 다시 호텔로 가서 가이드 이벨라와 함께 다 같이 나왔다.

 

- 아르크 성 -

   우선 아르크 성으로 갔다. 아르크는 커다란 궁전이란 뜻인데 왕들이 살던 곳이다. 성벽이 만삭의 여인 배처럼 불룩 나온 게 특이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목조 기둥의 장식이 화려한 건물이 나타난다. 왕좌의 홀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대리석으로 된 왕좌가 있다.


   밖으로 나와 배불뚝이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성은 평지에 흙을 쌓아 올려 그 위에 성을 만들었다고 한다. 흙을 낙타 젖으로 반죽하여 벽돌을 만들어 성을 쌓았기 때문에 수천 년을 견딜 정도로 튼튼하다고 한다.


- 칼란 미나레트 -

   칼란 미나레트는 부하라 어디에서나 보이는 높은 탑이다. 칼란은 크다는 뜻인데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크다. 예전에는 탑 안의 계단으로 올라서 꼭대기까지 갔었는데 한 여행객이 계단에서 떨어져 다친 후로 출입이 안 된다고 한다. 먼저 번에 왔을 때는 끝까지 올라가서 부하라 시내를 바라보았는데 무척 아쉽다.


   한 쪽 옆에는 미르 아랍 메드레세가 있는데 학생들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출입금지다. 여기도 10년 전에는 들어가게 해서 안으로 들어가 구경했었다.


   옆에 있는 칼란 모스크는 들어갈 수 있어서 건물 안쪽까지 들어가 구경했다. 천장과 기둥이 아름다운 사원이다.


- 타키 굼바스 -

   타키 굼바스는 반구형의 돔 지붕으로 덮여있는 건물이다. 안쪽에는 몇 개의 가게가 있는 작은 시장이다.


   여기서 밖으로 나오니 신랑 신부가 야외 촬영 중이다. 축하한다고 했더니 샴페인을 먹으라고 준다. 졸지에 남의 잔치에 술까지 얻어먹었다.


- 나디르 디반베기 메드레세 -

   나디르 디반베기라는 사람이 건설한 신학교인데 여기서 전통 패션쇼를 감상하며 저녁식사를 했다. 쭉쭉 빵빵 미녀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데 여자인 우리가 보아도 뿅 가게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건물 정문을 보니 두 마리의 봉황이 하늘을 날고 중앙에는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그림이나 형상을 우상숭배로 생각하는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는 건물이다.


   광장으로 오니 웬 당나귀 탄 할아버지 동상이 있다. 이슬람 신학자이며 시인인 호야 할아버지란다. 꼬마들이 올라타고 사진을 찍고 있다. 아이나 어른이나 어디든 올라가기 좋아하는 것은 동서고금이 모두 같다.


   광장에는 사각형의 연못이 있는데 라비 하우즈라고 한다. 라비는 연못이란 뜻이다. 근처에는 실크로드를 오가던 행상들의 숙소로 사용된 건물도 있다. 부하라의 야경까지 감상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우즈베키스탄 4 ( 83)

- 샤마니 영묘 -

   9세기 말 부하라를 점령하고 사만 왕조를 연 이스마일 샤마니의 무덤이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건축물인데 땅 속에 묻혀 있던 덕에 몽골군의 파괴를 피할 수 있었다. 영묘를 세 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열심히 돌았다.


- 차슈마 아유브 -

   차슈마는 샘물, 아유브는 구약 성경에 나오는 욥을 말한다고 하니 욥의 우물이다. 욥이 이곳을 지팡이로 내리치자 물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는데 지금도 우물이 있다. 물맛을 보니 시원하고 달다.


- 시토라이 모히 코사 -

   시토라이 모히 코사는 달과 별의 궁전이란 뜻인데 부하라 왕국의 여름 궁전이다. 마당에는 공작새가 거닐고 궁전 앞 사각형의 연못에는 하얀 백조가 노닌다.


   연못 옆에는 2층으로 된 테라스가 있는데 왕이 여기 올라가 연못에서 목욕하는 300여명의 후궁들에게 사과를 던지면 먼저 받는 사람이 밤에 수청을 든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듣자 우리는 싸울 필요도 없이 장미숙이 사과를 잡을 꺼라고 깔깔 대며 웃었다. 미숙씨는 여기 온 여자들 중 가장 체력이 좋아 고소에서도 평지에서도 펄 펄 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테라스가 낯익다. 10년 전에 이대장님 따라서 여기에 같이 왔던 양숙씨에게 여기서 대장님이 태권도 시범 보이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맞다고 자기도 생각난다고 한다. 이 말을 곁에서 듣던 이벨라가 그 때도 자기가 가이드를 했다는 것이다. 병사들 앞에서 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정말 한 무리의 군인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

   이 소리를 듣더니 명수씨가 아니 이벨라는 그렇다치고 어쩌면 둘 다 이벨라를 여태 몰랐냐고 웃어댄다. 이벨라가 많이 변한 것인지 우리 기억력이 엉망이 된 것인지 정말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궁전은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는데 왕이 결혼 첫날밤 잠자리로 쓰는 요가 인상적이다. 가운데를 하얗게 만들어 첫날밤을 치룬 후 신부가 처녀인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기념품 가게에서 전통음악 CD도 사고 왕과 왕비 복장을 빌려 너도 나도 사진을 찍었다.

 

- 초르 미노르 -

   초르는 넷, 미노르는 미나레트 즉 탑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네 개의 탑으로 된 건물인데 탑의 모양이나 문양이 다 다르다. 이 건물은 거대한 도서관으로 지어졌는데 눈이 시리도록 푸른 돔 지붕이 인상적이다.


   부하라 구경을 마치고 부하라역으로 이동하여 기차를 타고 타쉬켄트까지 갔다. 동태전골과 모듬전으로 푸짐한 저녁식사를 한 후 전에 묵었던 시티 팰리스 호텔에 들었다.


우즈베키스탄 5 ( 84)

- 타쉬켄트 시내 -

   오전에는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지난번에 못한 수영을 하기로 했다. 수영장으로 가니 야외수영장도 있고 실내수영장도 있다. 왔다 갔다 하며 놀다가 뜨거운 물에 스파도 하니 금상첨화다.

수영을 마치고 김사장님 방에 와 비빔국수를 먹으며 창밖을 보니 최사장님과 원장님도 수영을 하고 있다.


   점심때까지 기다리기 심심하여 여자들끼리 시내 구경을 갔다. 시내라야 딱히 볼 것도 없어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다가 구두를 샀다. 처음에는 달러를 안 받는다고 하더니 너도 나도 사니까 그제야 달러를 받는다. 구두를 들고 시내를 돌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 아무르 티무르 공원 -

   점심 식사 후 아무르 티무르 공원과 박물관을 보았다. 박물관은 모자 모양으로 생긴 지붕이 특이하다.


   티무르 황제의 가계도에는 아들 딸 부인 등의 이름이 쓰여 있고 황제로 즉위한 사람의 밑에는 년도가 세 개씩 적혀있다. 출생년도, 즉위년도, 사망년도다. 티무르 황제는 아들이 네 명, 딸이 한 명 있었다. 그가 절름발이라는 설이 있는데 초상화는 앉아있는 그림이라 잘 모르겠다. 단지 그의 유골을 보면 양쪽 다리의 뼈가 달라 절름발이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대형마트에 선물을 사러갔다. 꿀도 사고 악세사리도 사려는데 현지 화폐만 받는다. 현지 화폐 숨이 없어 망설이는데 순희씨가 바꿔주겠단다. 환전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인데 잘 됐다고 신이 나서 바꿔준다. 옆에 현금 주머니까지 찬 모습이 영락없는 암달러상이다.


   쇼핑까지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양고기 샤슬릭을 먹으며 민속 쇼를 보는 곳이다. 시간이 일러서 손님은 우리 밖에 없다. 우리 비행기 시간 때문에 특별히 일찍 해주는 것이라 한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앞에 와서 춤을 추는데 김사장님이 팁을 주라고 미리 현지 화폐를 준다. 들고 있다가 무희가 앞에 왔을 때 얼른 건네주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공항에 오니 피로가 몰려온다.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모두들 골아 떨어졌다.

 

인천공항 ( 85)

- 효녀 김청 -

   인천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는데 순희씨가 한 마디 한다. 시집간 딸이 김치찌개 끓여 놓았으니 자기 집에 와서 식사하고 가란다. 순희씨 딸은 교사인데 기특하기도 하다. 내심 부러워하며 시집 간 우리 딸이 떠오른다. 나는 딸 교육을 잘못 시켰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큰 짐을 질질 끌고 사가정역에 내리니 남편이 마중 나왔다. 큰 짐은 남편이 끌고 나는 작은 짐을 들고 집에 오니 웬 선풍기가 보인다. 우리 집 사전에 선풍기란 없는데 웬일인가 했더니 딸이 사서 택배로 보냈단다. 삼복더위에 아빠 혼자 진땀 빼고 있을 생각을 하니 안타까웠나보다. 오잉? 우리 딸도 효녀 심청? 아니 효녀 김청이로군 하며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 여행은 일도 많고 탈도 많고 재미도 많은 그야말로 천태만상 여행이었다. 갈수록 재력도 딸리고 체력도 딸려 앞으로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급적 오래 오래 다니고 싶은 욕심이 나를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