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7. 3. 10. 봄은 어디에

아~ 네모네! 2017. 3. 13. 16:32

봄은 어디에?

아 네모네 이현숙


   새벽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간다. 고양이가 골목을 가로질러 자동차 아래로 몸을 숨긴다. 배가 불룩하니 아래로 쳐졌다. 뱃속에 새끼가 있나보다. 새벽바람은 찬 데 고양이 뱃속에는 이미 봄이 왔다.

   모든 동물과 식물은 봄이 오면 기지개를 펴고 깨어난다. 짝을 찾아 후손을 남기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눈에 띤다. 높은 나무에 앉은 까치 입에 가는 나뭇가지가 물려있다. 작년에 쓰던 집을 보수하여 새로 신방을 차리려나보다.

   망우산에 오르면 딱따구리 소리가 요란하다. 겨울에는 조용하더니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와서 나무줄기를 쪼아대는지 모르겠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짝을 찾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따뜻하고 먹을거리가 많은 여름철에 새끼를 키우려는 새들의 지혜가 보인다.

   요즘 부쩍 콧속이 간질간질하고 재채기가 연달아 나온다. 콧물이 줄 줄 흐르고 머리가 띵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재발했다. 봄이 오는 징조다. 봄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내 콧속에는 이미 봄이 오고 있다.

   북쪽 창이 있는 주방 가스레인지에 햇빛이 들어온다. 겨울에는 해가 남서쪽에서 지니까 전혀 해가 들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손가락 넓이만큼 들어오더니 오늘은 손바닥만큼 들어온다. 여름에는 가스레인지 전체에 저녁 햇살이 내리비치니 냄비나 주전자를 그늘로 피신시켜야한다.

   해가 뜨고 지는 위치가 변하는 것은 눈으로 잘 느낄 수가 없는데 햇살이 들어오는 각도는 하루하루 달라진다. 춘분과 추분에는 정 동쪽에서 떠서 정 서쪽으로 지는데 여름에는 북쪽으로 23.5도 이동하여 해가 뜨고 지기 때문이다. 결국 하지와 동짓날 해가 뜨고 지는 위치는 47도나 달라지니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봄은 아직 보이지 않는데 가스레인지 위 햇살에는 이미 봄이 왔다.

   전남 강진에 있는 만덕산에 갔다. 계곡에는 아직 얼음이 뒤덮여 있다. 하지만 그 아래서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지표면은 겨울인데 얼음장 밑에는 봄이 왔다.

   하산 길에 백련사에 들르니 백설이 분분하다. 대웅전 처마 밑으로 흰 눈이 파고든다. 하지만 눈발에는 힘이 없다. 쫓겨 가는 겨울이 마지막 안간 힘을 써보지만 서서히 밀고 들어오는 봄기운을 막을 수 없다.

   자연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데 왜 인간의 봄은 한 번 뿐일까? 윤회라는 과정을 겪으면 다시 봄을 맞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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