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4. 21. 이 세상 최고의 남편

아~ 네모네! 2015. 7. 6. 16:30

이 세상 최고의 남편

아 네모네 이현숙

 

  안방 문에 커다랗게 써 붙인 글이 내 눈길을 끈다.

“YOU ARE THE BEST HUSBAND IN THE WORLD.”

  아들이 결혼한 후 1년쯤 지났을 때 아들 집에 갔다. 아들 집 안방에 대문짝만하게 써 붙인 이 글을 보았다. 충격이다. 어떻게 저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된다. 내 머리 속에는 평생 이런 단어는 떠오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며느리는 아들보다 5년 연상이다. 아들이 군대 갔다 오더니 대학교 3학년 겨울 갑자기 방학 동안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내심 놀라서 애라도 생겼냐고 했다. 그건 아니라고 하면서 그냥 방학 중에 했으면 좋겠단다. 며느리 될 아이의 나이가 서른 두 살이니 서두르는 모양이구나 싶었다.

  갑자기 예식장 구하기도 힘드니 남편이 자기네 학교 시청각실에 와서 하라고 한다. 그 때 예원학교 시청각실은 교실 두 개를 합쳐 만든 허름한 교실이었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1월에 눈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말 그대로 물만 떠놓은 허름한 결혼식을 올렸다.

  이렇게 엉성한 결혼식을 했지만 그래도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부족하고 돈 한 푼 못 벌어다주는 내 아들을 이 세상 최고의 남편이라고 써 붙인 며느리가 고마웠다.

  요즘은 결혼식이 어찌나 화려하고 요란한지 손 한 번 내밀고 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무지막지하게 엄청난 돈을 들여 결혼한 신랑 신부가 결혼한 지 1년도 못 되어 이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화려한 결혼식이 화려한 가정생활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가보다. 어쩌면 내 아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고로 화려한 결혼식을 했는지도 모른다.

  옛 어른들은 헌 짚신짝도 짝이 있다고 했는데 비록 짚신처럼 허름한 짝일지라도 제 짝을 만나야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짝을 제대로 찾지 못해 억지로 꿰어 맞추려다 불협화음이 생기고 결국에는 헤어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우리 아들은 이제 결혼한 지 10년도 넘고 며느리가 자기 아들까지 낳았으니 그 때의 마음이 많이 퇴색되었을 것이다. 내 아들을 사랑하던 마음이 손자에게 많이 옮겨갔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의 아들을 이 세상 최고의 남편으로 생각해주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이 시어머니의 헛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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