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 22. 잠 쫓는 팔베개

아~ 네모네! 2015. 7. 6. 16:09

잠 쫓는 팔베개

아 네모네 이현숙

 

  남편이 숙직이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면 갑자기 공포가 몰려온다. 도둑이 들어올 것도 같고, 귀신이 나타날 것 같기도 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눈이 점점 또렷해진다. 백일도 안 된 딸의 손을 잡는다. 말랑말랑한 손이 따뜻하다. 순간 모든 두려움이 사라진다.

  갓난쟁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이렇게 안도감이 드는지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그런데 무슨 마술이라도 부리는지 아기의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스르르 몰려온다.

  남들은 남편의 팔베개를 하면 편하고 잠이 잘 온다는데 나는 다른 사람과 살갗이라도 닿으면 신경이 곤두서고 오던 잠도 천리만리 달아난다. 당연히 우리 부부에겐 팔베개도 무릎베개도 없다. 그저 혼자 자야 맘이 편하다.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스킨십을 받지 못해서 그런가?

  우리 며느리는 부모의 스킨십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다. 우리 아들이 미국으로 떠날 때도 우리는 잘 가라는 말만 할 뿐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옆에서 보던 며느리가 한 번 안아주세요.” 한다. 내 아들이지만 안아본 지가 언제인지 그저 어색하기만하다. 젖 먹일 때 이후로는 안아본 적이 없는 듯하다.

  며느리는 자기 아들이 잘 생겼다고 그저 쓰다듬고 대견해 어쩔 줄을 모른다. 콩깍지도 아주 철판 콩깍지가 씌웠다. 딸에게서는 보지 못하던 모습이다. 딸도 나를 닮았는지 아이들을 물고 빨고 할 줄 모른다. 그저 할 일만 해주고 무덤덤하게 키운다.

  오랜만에 손자를 만나도 나는 그저 잘 있었니? 하고 물을 뿐 선뜻 안아주지를 못한다. 아이들이 어색해할 것 같기도 하고 내 스스로도 어색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에 나오는 할머니는 할아버지 얼굴도 쓰다듬고 시장갈 때도 손을 꼭 잡고 다닌다. 잘 때도 할아버지가 팔베개를 해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살이 닿지 않으면 잠들지 못한다고 한다. 영화를 찍으니까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 같지 않고 자연스런 모습이다. 우리는 어쩌다 외출을 해도 남편이 앞에 가고 나는 2미터 이상 뒤에 간다. 그게 더 자연스럽다.

  이렇게 목석같은 우리에게서 못 받은 사랑을 받고 싶어 아들은 5년 연상의 이런 아내를 얻었나보다. 사위도 아이들에게 하는 걸 보면 딸보다 훨씬 다정다감하다. 자기 딸이 미스 코리아감이라고, 학교에서 인기 짱이라고 희색이 만면한 사위를 보면 나도 흐뭇하다. 사실 그저 그런 얼굴인데 말이다.

  이런 것은 교육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 고칠 수도 없다. 나면서부터 받고 자라야한다. 우리의 부족한 점을 며느리와 사위가 보충해주니 우리 아이들은 참 복이 많다.

  우리 아이들은 부부간에 팔베개나 무릎베개를 하는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교육을 배우자에게서 듬뿍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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