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 11, 결혼선물

아~ 네모네! 2015. 7. 6. 16:07

결혼 선물

아 네모네 이현숙

 

  남편 나이 스물여섯, 나는 스물다섯에 결혼했다. 둘 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원 갈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곧장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은 집의 빚을 갚느라고 허덕였다. 월급을 타는 족족 집에 보내느라 결혼 자금은 전혀 없었다.

  학교에서 계를 들어 미리 타서 그 돈으로 결혼했다. 겨우 방 한 칸 세를 얻고 금반지 하나씩 교환했다. 엄마는 더 나은 자리도 있는데 굳이 비지죽도 못 먹은 것처럼 새카만 깜생이하고 결혼을 하느냐고 불평이 심했다.

  결혼해서도 곗돈 갚으랴 시어머니 생활비 보내랴 쩔쩔매는 나를 보는 엄마는 항상 심기가 편치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생활에 쫓기며 정신없이 지냈다. 내가 지금 생각해도 내 딸이 그런 생활하면 가슴 아플 것 같다.

  결혼 한지 몇 달이 지나 집에 도둑이 들었다. 남편이 집에 오니 부엌문이 뜯기고 집이 엉망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방은 부엌을 통해 드나들게 되어있는 문간방이다. 다락에 넣어둔 박스를 꺼내 TV까지 넣고 반지도 케이스는 방바닥에 동댕이치고 알맹이만 가지고 갔다. 학교가 멀어서 늦게 집에 온 나는 남편이 이미 다 정리를 한 후에 들어갔다. 반지는 끼고 다니지 않아서 별 아쉬움이 없는데 TV가 없으니 밤에 할 일도 없고 심심했다.

  낮에 집이 비는 것을 아는 사람이 계획적으로 낮에 들어와 훔쳐간 것이다. 주인아주머니는 낮에 우리 방에서 소리가 났지만 오늘은 일찍 퇴근했나보다 생각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돈이 없어 금반지 밖에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속 편한 소리를 한다. 비싼 다이아 반지 했다가 잃어버렸으면 얼마나 속 쓰렸겠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그 후로도 낮에 집을 비우니 또 도둑을 맞은 적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인데 피아노 학원 간 사이 도둑이 들어 카메라와 사용 안 한 화장품과 은수저까지 안방 이불을 다 쏟아 뒤집어 놓고 갔다. 아이들은 학원 갔다 와서도 안방에 들어오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아이들 없을 때 다녀간 것을 감사했다.

  이때부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저 남들이 탐 낼만한 것은 가지지 않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값나가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 집에 있던 금붙이는 모두 팔아 아들 유학비에 보탰다. 밖에 내놔도 아무도 안 가져갈 물건뿐이다. 그저 결혼 선물은 마음 하나면 족하지 않을까? 오늘도 혼수 장만을 위해 고민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모든 물건은 다 없어지는 거라고. 마음속에 있는 선물은 아무도 가져갈 수 없으니 그 마음 잘 간직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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