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 2. 신이 준 선물

아~ 네모네! 2015. 7. 6. 16:04

신이 준 선물

아 네모네 이현숙

 

  새해 첫날 용마산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려고 거실에서 산을 바라본다. 갑자기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으로 다가온다. 능선 위를 빙빙 돌던 헬기가 헬기장 근처에서 멈추어 제자리에 떠 있다. 어디선가 구급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시끄럽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난 게 분명하다.

  용마산에는 세 개의 헬기장이 있다. 예전에는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요즘은 등산객들뿐이다. 용마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구불구불 흐르는 한강을 끼고 예봉산, 예빈산, 검단산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능선에만 서면 어디서든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러 산에 오른다. 지하철역에도 해맞이 객들이 활기차게 오간다. 하지만 40년이 넘도록 용마산 자락에 사는 우리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거실에 앉아서도 용마산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으니 굳이 갈 필요도 없고, 추운데 산꼭대기에 서서 떠는 것도 엄두가 안 난다.

  속으로는 허구 헌 날 뜨는 해인데 뭐가 다르다고 그걸 보러 가나 하는 마음도 들고 거기서 기원한다고 뭐가 이루어지랴 하는 생각도 든다. 한 마디로 볼 짱 다본 늙은이 마음이다.

  다음 날 뉴스 시간에 밑의 자막을 보니 어제 일출을 보다가 용마산에서 한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글자가 지나간다. 어쩌다가 그리 됐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냥 이불 속에 누워 편안히 잠이나 잤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영하 10도나 되는 추운 날씨에 산꼭대기에서 일출을 기다리느라고 얼마나 떨었으면 심장이 마비되었을까?

  일출이란 게 보면 사실 멋있기는 하다. 모로코에 갔을 때 사하라 사막에서 떠오르는 해를 본 적이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모래언덕 위로 삐죽이 머리를 내미는 불덩이는 장엄하다 못해 저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 나도 모르게 절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왜 많은 민족들이 태양을 경배하는지 그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그 장관을 보면 경배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성이 느껴진다.

  왜 많은 사람들은 새해 첫 일출을 보며 두 손 모아 기원하는 것일까? 존재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건강을 위해, 행복을 위해, 합격을 위해 갖가지 소원을 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근원을 살펴보면 존재에 대한 불안 때문에 나온 듯하다.

  사람은 언제 사라져버릴지 알 수 없는 안개 같은 존재다. 사후 세계에 대한 불안은 동서고금을 통해 아무도 벗어날 수 없는 업이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영생을 위해 피라미드를 만들고 자신의 육신이 썩지 않게 보존하느라 안간 힘을 썼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하느라 온 세상에 사람을 보내 찾고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죽어갔다. 밑이 보이지 않는 블랙홀로 영원히 추락하는 것이 우리 인생인지도 모른다.

  사실 태양은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다. 해가 없으면 아니 해가 에너지를 보내주지 않으면 모든 생물은 소멸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할 수 없으니 죽을 수밖에 없고, 모든 동물은 식물을 먹지 못하니 따라서 죽을 수밖에 없다. 이 생명의 근원인 태양을 향해 경배하는 것이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영생할 수 없음을 알고 모든 생물은 부지런히 자신의 복제품을 만든다. 자신의 DNA를 남기려고 자신도 모르게 몸부림친다.

  신이 준 가장 큰 선물이 해가 아닐까? 공기도 물도 모든 귀한 것은 공짜라는데 태양도 너무 귀해서 공짜인가보다. 너무 귀하기 때문에 값을 매길 수 가 없다.

내가 가진 모든 것 중에도 귀한 줄 모르고 지나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많은 값을 치루고 샀으면 귀한 줄 알 텐데 공짜로 얻어서 귀한 줄을 모른다. 그저 없는 것만 되새기며 사는 게 인생이다. 카톡에 돌아다니는 농담 중에 없다 시리즈가 있다.

10: 철이 없다.

20: 답이 없다.

30: 집이 없다.

40: 돈이 없다.

50: 일이 없다.

60: 낙이 없다.

70: 이가 없다.

80: 짝이 없다.

90: 시간이 없다.

100: 다 필요 없다.

  오늘도 없는 타령만 하지 말고 공짜로 공기 마시고 물마시고 햇볕 쬐며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