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4. 9. 밀레전

아~ 네모네! 2015. 4. 13. 20:44

밀레? 당길래?

아 네모네 이현숙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의 놀란 모습이 실제 상황처럼 다가온다. 저녁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눈이 열려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는 두 제자의 모습이 사진보다 더 생생하게 묘사되어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형될 때 예루살렘에 있던 사람들이다. 누가복음에 보면 그 때 상황이 잘 묘사되어있다.

  ‘그 날에 그들 중 둘이 예루살렘에서 이십오 리 되는 엠마오라 하는 마을로 가면서 이 모든 된 일을 서로 이야기하더라. 그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문의할 때에 예수께서 가까이 이르러 그들과 동행하시나 그들의 눈이 가리어져서 그인 줄 알아보지 못하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길 가면서 서로 주고받고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 하시니 두 사람이 슬픈 빛을 띠고 머물러 서더라.’

  그들은 길 가면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저녁식사하려고 예수님이 기도할 때에 눈이 밝아져 그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들은 곧바로 밤길을 달려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만났다고 증거하였다. 많은 화가들이 성화를 그린 것은 교회의 요청도 있었겠지만 글을 모르는 서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 같다.

 

  밀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전시회가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바르비종은 파리 남쪽 풍텐블로 숲 근처 작은 마을이다. 당시 파리에는 콜레라가 만연되어 밀레를 비롯한 많은 화가들이 이곳으로 피신하였다. 거기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기법이 탄생했는데 이것이 바르비종파라고 한다. 밀레의 초상화를 보면 참 성질 더럽게 생겼다. 한 마디로 엄청 까칠한 성격이었을 것 같다. 콧날이 칼날처럼 날카롭다. 하긴 두루뭉실하면 어찌 예술을 할 수 있을까?

 

  전시 작품 중 세 작품이 인상적이다. 엠마오의 저녁식사와 덫에 걸린 여우, 추수 중에 휴식이다. 덫에 걸린 여우는 앞발이 덫에 걸려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그 표정이 너무도 애처롭다. 눈물까지 보인다. 죽음을 앞둔 처연함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절박한 심정이 내 가슴까지 파고 들어온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내 가슴이 저리다.

  추수 중에 휴식은 룻과 보아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룻은 모압 여인이다. 룻기에 보면 유다 베들레헴 동네에 엘리멜렉과 나오미라는 부부와 두 아들이 있었다. 그 땅에 심한 기근이 들자 그들은 모압 땅으로 이주했다. 얼마 후 엘리멜렉이 죽고 두 아들은 모압 여인과 결혼하여 10년 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둘 다 자녀가 없었고 결국에는 두 아들 모두 죽고 말았다.

  남편과 두 아들을 다 잃은 나오미는 고향 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때 큰 며느리는 친정으로 돌아갔지만 둘째 며느리 룻은 시어머니가 죽는 곳에서 자기도 죽겠다고 하며 끝까지 시어머니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온다.

  착하고 성실한 룻은 자신과 시어머니를 위해 남의 밭에 나가 이삭을 줍는다. 어느 날 우연히 보아스의 추수하는 밭에 들어가게 된다. 추수 도중 새참을 먹는 자리에서 보아스는 주위 사람들에게 저 여인이 누구냐고 묻고 그가 나오미를 따라 이곳에 온 룻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룻의 효심에 감동한 보아스는 룻에게 추수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밭에서 이삭을 주우라고 하고, 일군들에게는 일부러 이삭을 흘리라고 한다. 그림에서 서 있는 남자가 보아스이고 이삭을 들고 서있는 여인이 룻인 것 같다.

  룻이 이삭을 들고 집에가 시어머니의 저녁밥을 해주고 낮에 있었던 일을 말한다. 시어머니는 보아스가 자기 친척 중 가장 가까운 사람임을 알고 룻을 그에게 시집보내려고 생각한다.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가 시키는 대로 밤중에 보아스에게 간다. 결국 보아스는 룻을 아내로 맞아들인다. 이들은 아들 오벳을 낳았고 오벳은 이새를, 이새는 다윗을 낳았다. 결국 이방 여인인 룻은 다윗왕의 증조할머니가 되었다.

 

  하나님은 이방인과 결혼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하면서도 왜 이방여인을 다윗왕의 혈통에 넣었을까? 그 다윗의 혈통이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으로 이어진다. 물론 예수님은 성령으로 잉태되었으니 요셉의 아들이라고는 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예수님의 족보에는 기생 라합도 들어가고 이방 여인 룻도 들어간다. 다윗이 자신의 부하까지 죽여가며 빼앗은 밧세바의 아들 솔로몬 등이 예수님 혈통으로 이어진 걸 볼 때마다 하나님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림이란 참 묘해서 보는 동안 마음이 저절로 정화되고 차분해진다. 깊은 사색에 잠기게도 하고 예상치 못한 세계로 나를 끌고 가기도 한다. 그게 예술의 마력인가 보다. 아마도 그림 안에 화가의 혼이 들어가 내 영혼을 밀고 당기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