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12. 12. 새들은 왕 수다쟁이

아~ 네모네! 2015. 1. 5. 13:37

새들은 왕 수다쟁이

아 네모네 이현숙

 

  앵무새는 인간이 하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기나하며 되풀이하는 것일까? 자신이 직접 구사하지는 못하고 인간의 소리를 똑 같이 흉내 내는 것이지 싶다.

  중국 사천성에 쓰꾸냥산이 있다. 네 개의 봉우리가 있어서 네 자매라는 이름을 갖게 된 산이다. 그 중에 3봉인 쌍꾸냥산이 아직 아무도 오른 사람이 없는 처녀봉이라 하여 그 산 기슭에 베이스캠프를 쳤다.

  1월이라 땅은 꽁꽁 얼어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텐트 천장에서 서리가 우수수 우수수 떨어진다. 여기서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새들은 잠도 없는지 새벽이면 온 산이 떠나가게 지저귄다.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귀에서 앵앵거리는 소리가 맴돈다. 새들은 수다쟁이 중에서도 단연 왕 수다쟁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 봐도 새들은 끊임없이 울어댄다. 입이 무거운 새는 존재하지 않나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 먹으며 말이 많으면 가난하게 산다느니, 침묵은 금이라느니 하면서 입이 무거운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사실 섣불리 입을 열었다가 망신당하기 보다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니까 나도 말을 아끼는 편이다. 하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남의 대화에 잘 끼어들지도 못한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바뀐 듯하다. 자신을 남에게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지저귀고 카톡으로, 문자로, 이모티콘으로 무엇인가를 날려댄다. 침묵하는 공간과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침묵의 무게가 부담스러워 별 필요도 없는 말을 쏟아낸다. 같이 있는 사람과의 침묵이 두려워 헛소리라도 지껄여야 공기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나도 화요일마다 산에 갔다가 밤늦게 현관문에 들어서려면

저녁밥은 먹었어?” 하고 헛소리를 한다. 그 시간까지 저녁 안 먹었을 리가 없는데 그냥 침묵을 걷어내려고 하는 의미 없는 말이다. 아니 하루 종일 혼자 지낸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털어내려고 하는 수작이다.

  말이란 참 오묘해서 겉으로 나오는 소리와 속으로 뜻하는 바가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생겼나보다. 똑 같은 말을 해도 억양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생판 모르는 외국어로 말해도 무슨 뜻인지 소리의 강약과, 억양과, 표정을 보면 다 알 수 있다. 사실 언어는 단어의 뜻 보다는 이런 뉴앙스로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다른 동물과의 소통도 이런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듯하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여 앞으로는 어떤 소통이 이루어질지 상상할 수 없다. 말도 글도 필요 없이 그냥 뇌파에서 뇌파로 전달되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른다. 그러면 굳이 외국어 공부하느라고 머리 싸맬 일도 없으니 편하기도 하겠지만 선의의 거짓말도, 얄팍한 입에 발린 소리도 할 수 없는 삭막한 세상이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