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11. 2. 혼자 쓰는 한 나절

아~ 네모네! 2014. 11. 14. 16:18

혼자 쓰는 한나절

아 네모네 이현숙

 

  수영이 끝나면 부지런히 집으로 온다. 삼식이 새끼가 집에 있으니 마음이 바쁘다. 남편은 근무하고 나만 놀 때는 룰루랄라 마음껏 늦장을 부리며 돌아다녔다. 남편은 직장에 저녁까지 묶여 있으니 한 나절은 나만의 독점 시간이다. 남편을 근무처에 짱 박아 놓고 혼자 노는 것은 그야말로 깨소금 맛이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으니 놀아도 노는 맛이 안 난다. 빨리 들어오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빈 집 소파에 멍청하니 앉아있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는 건 아니지만 혼자 집에 있으면 누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도 그러니까 말이다.

  어떤 때는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는 못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나중에 혼자 남게 되면 지금 이 시간을 마냥 그리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 혼자 쓰는 한나절이 지겹고 지옥 같은 한 나절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은 자유를 그리워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소속감과 억매임을 내심 바라기도 한다. 그래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하는가보다. 혼자 사는 자유가 좋기도 하지만 한 울타리 안에서 알콩 달콩 같이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우리 아파트 같은 라인에 하얀 머리를 한 아저씨가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둘이 같이 다니는 우리를 부러워한다. 자기 부인은 저 세상 간지 오래되어 20년 넘게 혼자 산단다.

  우리보다 10년은 더 들어 보이는데 지금도 무슨 일을 하는지 새벽마다 가방을 들고 일터로 간다. 어쩌다 몇 주일씩 눈에 띄지 않으면 혹시 안 좋은 일이 있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혼자 사는 모습보다는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고 안정감 있다. 특히 남자 혼자 사는 모습은 초라하고 불쌍해 보인다. 여자가 나이 들어 필요한 것은 건강, 친구, , 딸이지만 남자가 나이 들어 필요한 것은 부인, 아내, 집사람, 마누라, 와이프라는 말이 딱 맞다.

  혼자 쓰는 한 나절은 젊어서나 좋은 거지 늙어서는 그저 주위에 사람이 있어야 든든하고 좋을 것이다. 배우자는 물론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고 친구도 있고 동기간도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오늘도 스마트폰을 열어보며 아이들에게서 카톡이 오지 않았나 확인하는 내 모습이 우습다. 실물로는 못 보더라도 영상통화로 손자가 노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이제 혼자 쓰는 한 나절은 내게 필요 없는 시간이 되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