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10. 23. 에그머니나 (박칼린 미스터쇼)

아~ 네모네! 2014. 11. 14. 16:17

에그머니나

아 네모네 이현숙

 

  쭉쭉 빵빵 늘씬한 몸매의 남자들이 무대에서 현란한 춤을 춘다. 웃통이고 아래통이고 마구 벗어던진다. 주위의 여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광란의 장면을 연출한다.

  같이 산에 다니는 지인이 박칼린의 미스터쇼를 보러 가자고 한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간다고 했다. 압구정동에 있는 광림교회 아트센터에서 하니까 그저 어느 정도 점잖은 보통 수준의 뮤지컬인 줄 알았다.

  공연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누드쇼에 가까웠다. 키가 180이 넘는 남자들이 온몸으로 남성미를 과시하는데 다 타고 재만 남은 나도 눈길을 떼지 못했다.

  여자의 몸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남자의 몸이 그토록 아름다운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복부의 씩스팩과 팔뚝의 터져 나올 듯한 근육이 대리석 조각상을 보는 듯 황홀하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저리 가라다. 살아있는 조각품을 보니 숨이 멎을 듯하다.

  춤 추다가 수시로 옷을 찢어 던지니 눈은 점점 더 크게 떠진다. 인기 여자 스타들이 군대에 위문공연 가면 팬티를 벗어 던진다더니 여기서는 입고 춤 추던 셔츠를 객석으로 마구 던진다. 이걸 서로 갖겠다고 손을 뻗치는 모습도 재미있다. 또 티켓 봉투 속에 토큰이 들어있는 사람은 일어서라고 하더니 이 멋진 남성들이 줄줄이 나와 음료를 선물한다.

  한 바탕 관객의 혼을 쏙 빼더니 또 세 명의 여자를 무대 위로 잡아 올린다. 번쩍 안아서 의자에 앉히더니 그 앞에서 온갖 교태를 다 부린다. 한 마디로 섹스 모션이다. 여자의 손을 자기 몸에 대고 만지게 하니 다들 자지러진다. 한 꺼풀씩 벗어 버리다가 급기야는 팬티까지 벗어 버리니 다들 기절하기 직전이다. 뒤는 헝겊으로 가려서 우리는 빛을 통한 그림자만 보고 입맛만 다실 뿐이다.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들은 정말 거시기를 보았을까? 기절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아주 작은 무엇인가로 중요 부분은 가렸지 싶다.

  마지막에는 무대 위에 물을 뿌리고 그 위에서 춤을 추는데 물을 현란하게 튀기며 온몸이 젖어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관객의 성감대를 자극한다. 젊은 여자들은 아마도 오늘 밤 집에 가서 불타는 밤을 보내지 싶다.

  사회를 보는 남자도 위트와 재치가 넘쳐 톡톡 튀는 말과 행동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70분이 숨 한 번 쉴 새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사회자의 눈이 내가 있는 쪽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아니 저 할망구는 어쩌자고 여기 와 있나 의아해 할 것 같다. 주위를 바라보니 모두 젊은 여인들뿐이다. 뒤에 앉았으면 덜 눈에 띨 텐데 어쩌자고 앞에서 네 번째 줄에 앉았으니 허연 머리가 적나라하게 보일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려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린다. 문 앞에 서서 관객에게 인사하는 직원들 보기도 어색하다. 얼른 밖으로 나와 거리로 나서니 신선한 가을바람이 달아오른 내 뺨을 식혀준다.

  생각할수록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이 남자들 앞에서 옷 벗고 춤추는 것은 오래된 관행인데 이제 남자들이 벌거벗고 여자들 앞에서 춤을 추니 말세라고 해야 하나 예술의 극치라고 해야 하나?

  중세 시대 같으면 어디 성스러운 교회에서 이런 음란물에 가까운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말이다. 이런 작품을 만든 박칼린도 대단하지만 이런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해 준 광림교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언제 자신의 존재감을 최고로 느낄까? 아마도 성교를 하는 순간이 아닐까? 둘로 나누어졌던 육체가 다시 합체되는 순간이야말로 자신의 존재감을 만끽하는 순간일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모든 동식물들은 생명을 걸고 사투를 벌인다.

  TV에서 고래가 물 속에서 짝짓기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한 없이 아름답고 숭고하고 자연스런 몸짓이다. 우주의 욕망에 몸을 내 맡긴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평생을 살아봐도 알 수 없는 것이 그 일이다. 모든 생물은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오고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