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10. 2. 미인계는 안 될꺼야

아~ 네모네! 2014. 11. 14. 16:15

미인계는 안 될꺼야

아 네모네 이현숙

 

  “언니~ 남편 앞에서는 알랑알랑하면서 뒤에서 등쳐먹어~”

동생이 나에게 하는 충고다. 내 사전에 미인계란 없다. 어려서부터 못생겼다는 말만 듣고 살아온 나는 미인계란 먼 우주의 이야기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가져오면 언니는 내 얼굴을 콕 찍으며 얘가 젤 못생겼다.”하고 엄마는 엄마 친구들이 중매를 서겠다고 하면 인물이 없어서~” 하며 얼버무렸다. 사실 내가 봐도 맞는 소리다.

  언니는 밖에 나갔다 오면 버스에서 어떤 남자애가 좇아 왔다느니 데이트 신청을 했다느니 하는 소리를 수시로 했다. 나는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친척 분들도 언니를 보고는 예쁘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별 말이 없었다.

  엄마도 나는 도저히 꾸밀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언니는 머리를 길러서 땋아주고 올려주고 내려주는데 나는 대학교 들어갈 때까지 길러본 적이 없다. 그냥 단발머리다. 선머슴 모양으로 해 놓으니 더 볼품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매사에 자신이 없고 구석에서 조용히 지냈다. 내 동생은 무엇이든 필요한 게 있으면 엄마에게 매달려 조르고 졸라서 기어이 받아내곤 했다. 나는 한 번 말해서 안 해주면 관둬~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천리만리 달아났을 것이다.

  동생은 남편이 재개발하면서 넣었던 돈 3천만 원 나와서 둘이 같이 여행 가려고 공동여행비로 은행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재주인지 모르겠다.

  나는 일전에 남편과 저녁을 먹고 들어오다가 남편이 구두창이 떨어졌다고 구두를 사겠다고 한다. 동네 신발가게에 들어가니 신사화도 있고 숙녀화도 있다. 남편이 구두를 고르기에 나도 편한 신발을 하나 골랐다. 남편 구두는 6만원이고 내 구두는 2만원이다. 동생 같으면 남편 구두 값에 자기 것을 얹어서 공짜로 얻어 신었을 거다. 그런데 나는 멍하니 있으니 남편이 자기가 5만원 낼 테니 날더러 3만원을 내라고 한다. 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계산법인지 모르겠다. 나는 군말도 못하고 2만 원짜리 구두를 3만원 내고 샀다.

  이럴 때 애교 한 번 부리고 사달라고 조르면 남편도 기분 한 번 내며 사주었을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남에게 응석 부려본 적도 없고 알랑거려본 적도 없는 나는 모든 걸 내 스스로 해결하려한다. 참 내가 생각해도 멋대가리 없는 여자다. 못 생긴 얼굴이라도 웃음을 해 해 흘리며 한 번 시도라도 해보면 좋을 텐아무래도 난 미인계는 안 될꺼란 마법에 걸렸나보다.

 

  대학교 다닐 때 여자 부회장 선출이 있었다. 한 학생은 보통으로 생겼지만 침착하고 성실하게 생겼다. 또 한 학생은 얼굴은 예쁘지만 날라리처럼 생겼다. 나는 당연히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생긴 여학생이 당선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남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학교에서 두 번째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였다. 선거 결과에서 충격을 받은 나는 대학생에 대한 환멸을 느꼈고 세상을 새롭게 알아갔다. 이 세상에서 여자의 점수는 외모가 99점이고 내모가 1점이란 사실이다. 여자가 아무리 똑똑하고 성실해도 백 날 노력해봐야 그건 1점 밖에 안 된다.

  TV에서 무슨 잘못을 저지른 여자가 나오면 남편 친구들 말이 걸작이다. 얼굴이라도 예쁘면 용서가 되겠는데 저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 뿌리박은 외모 만능주의는 아마도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부터도 잘 생긴 사람에게 눈이 가는 걸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