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주신 것
아 네모네 이현숙
오후 6시가 다 되어 전화벨이 울린다. 교회 전도사님이다. 교회에서 전화가 오면 긴장한다. 뭔가 귀찮은 일이 있을 때 주로 오기 때문이다. 안 받을까 하다가 그냥 받는다. 아니나 다를까 수요예배 사회자가 일이 생겨 못 오니 대신 사회를 보라는 것이다. 수요예배는 7시 30분에 시작이다. 나도 일이 있어 못 간다고 오리발을 내밀까 하다가 아들 생각이 난다.
아들은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 한인 교회 전도사로 나가고 있다. 전도사는 교회의 온갖 궂은일은 도맡아 해야 한다. 내가 거절하면 또 다른 사람에게 사정사정 하며 부탁해야 한다. 예배시간도 다 되어 가는데 또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겠나 싶어 그냥 한다고 했다.
부랴부랴 저녁을 먹고 교회로 간다. 가며 생각하니 은근히 짜증이 난다. 사회자가 못 하면 목사님이 그냥 하면 안 되나? 내가 사회 순서 되었을 때는 기도자가 안 와서 그냥 혼자 다 했는데 기도 담당자 보고 다 하라고 하면 안 되나? 계속 툴툴 거리며 간다.
교회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니 내가 하나님이라면 이런 예배를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지 못해 억지로 드리는 예배는 절대 안 받으실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시간도 건강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사회를 볼 만한 지혜와 믿음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것 중에 극히 일부분을 달라고 하시는데 내가 너무한 것 같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거나 시각 장애인이라면 나에게 절대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나를 충성되이 여기셔서 맡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건강하고 어려운 일 없이 사회 볼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하고 생각하자 감사가 절로 나온다.
기쁜 마음으로 사회를 보니 저절로 흥이 난다. 찬송도 신이 나서 부른다. 앞으로 또 이런 부탁이 들어오면 그저 한 마디로 네~ 하고 얼른 받아야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4. 6. 온 집안이 부엌? (낭독자료) (0) | 2014.04.19 |
---|---|
2014. 3. 16. 주는 상처 안 받기 (독후감) (0) | 2014.04.19 |
2014. 3. 1. 산사랑 짝사랑 (0) | 2014.04.19 |
2014. 3. 1. 내 머리가 어때서 (0) | 2014.04.19 |
2014. 3. 1. 그 남자 (0) | 2014.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