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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14. 3. 1. 산사랑 짝사랑

by 아~ 네모네! 2014. 4. 19.

 

산사랑 짝사랑

-산을 향한 그리움-

아 네모네 이현숙

 

  어려서부터 산이 좋았다. 일곱 살 때 시골 큰 집 언덕에 올라 바라보는 산은 나를 설레게 했다. 저 산을 넘고 넘어 계속 가면 거기는 어떤 세상일까 궁금했다.

  서울서 태어난 나는 별로 산에 갈 일이 없었다. 엄마도 기껏해야 봄이면 창경원 벚꽃놀이나 데리고 가는 게 고작이었다. 그냥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서울 안에서 이게 세상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전남 장흥에서 서울로 유학 온 친구가 있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하루 종일 달렸다. 세상에~ 산이 끝없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온 세상은 서울처럼 집이 가득 차 있는 줄 알았는데 도시는 지구상에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어느 역에서 내렸는지 기억에도 없는데 그 친구 집이 장흥에서 택시회사를 하는 관계로 기차역까지 택시가 나왔다. 차를 타고 깜깜한 밤에 몇 고개를 넘고 넘어 장흥에 도착했다.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장흥읍 뒤쪽으로 큰 산이 있다. 산 중턱에 서 있는 커다란 바위는 여인의 모습 같았다. 매일 그 산을 바라보니 그 산에 오르고 싶었다.

  어느 날 친구와 둘이서 그 산에 가기로 하고 대충 길을 찾아 올랐다. 반바지에 짧은 셔츠를 입고 간 우리는 길도 제대로 없는 산에서 온통 가시덤불에 찔리고 긁히며 그 바위까지 갔다. 집에 오니 온통 상처투성이다.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려니 어찌나 따가운지 소름이 쪽 쪽 끼친다.

  수 십 년이 흐른 후 롯데트레킹에서 장흥 억불산에 갔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갔는데 내려올 때보니 그 바위다. 며느리바위란다. 그 때는 이 산 이름이 무엇인지 그 바위이름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몰랐는데 근 50년 만에 다시 만나니 첫사랑을 만난 듯 기쁘고 반가웠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산사랑은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산이 오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산만 보면 올라가고 싶다.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보면 내 마음은 벌써 그 능선 위를 걷고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도 산을 보면 이쪽 능선으로 올라가서 저쪽 능선으로 내려오면 원점회귀가 가능하겠다고 마음속으로 길을 낸다.

  산의 품에 안겼을 때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 올 수 있도록 몸을 빌려준 부모님께 감사한다. 이 짝사랑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아마도 내가 몸을 떠나고 내 육신이 산에 묻힐 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그 때면 나의 짝사랑은 끝나고 명실 공히 산과 나는 영원히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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