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1. 24. 뮤지컬 영웅을 보고

아~ 네모네! 2014. 1. 25. 15:32

수레바퀴 밑에서

아 네모네 이현숙

 

  일곱 발의 총성이 울리고 그 총성의 흔적이 하늘에 올라 북두칠성이 된다. 동생들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영웅을 보러 갔다. 시작부터 신선한 느낌이다.

  무대 장치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생생한 현장감이 넘친다. 예전에는 1막이면 그 막이 다 끝날 때까지 같은 무대장치에서 배우들이 공연하고 그 막이 끝나면 어두움 가운데서 장치를 치우고 다시 2막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동시 다발적으로 장치가 들락날락하는 것이 격세지감을 느낀다. 미처 지루할 틈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무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안중근은 태어날 때 배에 검은 점 일곱 개가 있었다. 북두칠성의 기운에 응하여 태어났다고 해서 어렸을 때 이름도 응칠(應七)이다. 17세에 결혼하여 21녀를 두었다고 한다. 한 가정의 가장이 가정을 버리고 해외로 도피하여 독립운동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범인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희생까지 감수해야하니 말이다.

  안중근이 천주교에 입교하여 도마라는 세례명을 받은 것도 처음 알았다. 절박한 순간마다 어머니의 환영이 나타나 도마를 부르며 힘을 주는 것을 보면 어머니의 신앙심도 대단했나보다. 가족 걱정 하지 말고 뜻하는 바를 밀고 나가라고 격려하는 어머니를 보면 과연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생각이 든다.

  안중근의 주변 인물들도 모두 자신의 몸을 바쳐 충성하는 걸 보면 과연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무섭게 달려드는 파도가 절경을 만들고 역사의 소용돌이가 영웅을 만든다. 뼈를 깎는 아픔이 없이는 영웅이 생길 수 없다. 비바람이 몰아쳐야 거목이 생기고 거센 풍파가 거인을 만든다. 온실 속에서 자란 나무는 분재 밖에 될 수 없다.

  이 공연을 보며 우리들은 선조에게 많은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무거운 짐을 잔뜩 실은 수레를 밀며 힘겹게 고개를 넘은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편안히 앉아 뮤지컬이나 보며 즐기는 것이 아닌가?

  그 무거운 수레바퀴를 밀고 당기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퀴 밑에 깔리고 바퀴 사이에 끼어서 몸과 마음을 바쳤을까? 우리는 태평천하에 룰루랄라 살면서 우리 후손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정치적 침탈이 아닌 경제적으로 먹고 먹히는 긴박한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이 나라를 지켜 다음 세대에게 멋진 선물을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