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2. 19. 너를 위해 무엇이든 될 수 있나?

아~ 네모네! 2014. 1. 3. 15:59

너를 위해 무엇이든 될 수 있나?

아 네모네 이현숙

 

  막스 밀러의 독일인의 사랑이란 소설에 보면 너를 위해 세상의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는 말이 나온다. 아무리 사랑도 좋지만 이런 발상이 떠오른다는 것은 한 마디로 충격이다.

  나는 남을 위해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은 출생 이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서울깍쟁이라고 하나보다. 오히려 남이 나를 위해 무엇이든 되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60년을 넘게 살아도 진실한 친구 하나 없다. 남편을 위해서도, 아니 자식을 위해서도 이런 생각은 꿈에도 해 본 적이 없으니 정말 몰인정한 인간이다.

  평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한 사람이다. 이토록 순수한 사람은 이 세상에 온 보람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은 나를 위해 무엇이든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을 위해서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없다. 아니 나를 위해서도 무엇이든 될 수는 없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인가? 오히려 자학할 때가 많다.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교회 어떤 여자 아이가 보낸 카드를 무심코 보게 되었다. 거기에 너를 낳아주신 너의 부모님께 감사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때 그 말이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건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다. 어떻게 이런 생각이 떠오를 수 있을까? 나는 결혼 후 40년이 넘게 같이 살았어도 내 남편을 낳아준 시부모가 고맙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조차 떠오른 일이 없다.

  한 마디로 나는 너무 이기적인 인간인가보다. 아니 정신병이랄까 정서병이랄까 아무튼 정상은 아닌 듯하다. 이래서 평생 메마르고 황량한 삶을 살고 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끝없이 솟아오르는 샘물 같은 생명력을 지닐 수 있을 텐데

  정서적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은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뚜렷한 증상이 없으니 파악하기도 힘들다. 파악하기 힘드니까 치료하기는 더 힘들다. 누군가를 아니 강아지라도 미칠 듯 사랑하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키우던 개가 죽자 묘지를 만들고 매일 찾아간다고 한다. 내 생각에 이런 사람은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다. 내 정서가 메마르니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죽기 전에 이런 대상을 만날 수 있을까? 그를 위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를 만큼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