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2. 12. 코리안심포니 연주회

아~ 네모네! 2014. 1. 3. 15:58

느낌 아니까~

아 네모네 이현숙

 

  코리안심포니 2013 송년 음악회에 다녀왔다. 퀸즐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인 요하네스 프리츠가 지휘하였다. 옆집 할아버지 같은 편안한 모습이다. 지휘하는 모습도 광란하듯 격렬하지 않고 부드러워 보는 이가 부담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머리 꼭대기 부근에 머리칼이 없어서 2층 맨 뒤쪽에서 보니 주황색 키퍼를 쓴 듯하다. 이스라엘 남자들은 머리 위쪽에 작은 원모양의 모자를 쓰는데 꼭 그 모자 크기만큼 머리칼이 없다. 그래서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연주곡은 베토벤 서곡 레오노레 2번과 교향곡 9번 합창이다. 합창 교향곡은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데 레오노레는 듣도 보도 못한 곡이다. 그래도 느낌은 베토벤이다. 작곡가 마다 느낌이 다른데 베토벤은 천지개벽이라 할까? 천지창조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천둥과 번개가 번쩍이듯 웅장하고 거대한 느낌이 든다.

  차이콥스키가 잿빛 하늘을 보는 느낌이라면, 모차르트는 창공을 날며 춤추는 느낌이다. 비제가 밑이 안 보이는 심연을 바라보는 느낌이라면 스메타나는 슬픔이 깃든 대지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베토벤의 합창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의 위대함이 절로 느껴진다. 베토벤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기에 저런 악상이 떠오르는 것일까? 그의 심장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기에 저런 감정을 토해 내는 것일까? 저토록 천지를 뒤흔들고 인간의 감정을 격정 속으로 몰고 가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온 몸의 정열과 피를 말리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래서 귀머거리가 되었을까?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수 십 명의 국립합창단원 소리도 기막히다. 오선지 위에 그려있는 콩나물 대가리 몇 개를 보고 모든 사람이 같은 소리를 낸다는 것은 실로 기적이다. 그 악보를 보는 순간 눈에서 뇌 속으로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고 뇌는 성대의 근육에게 명령을 보낼 것이다. 어떤 강도로 얼마나 길게 또는 짧게 성대 근육을 밀고 당길 것인가를 전달하고 그 명령대로 근육은 움직일 것이다.

  일시에 울려 퍼지는 인간의 소리는 대지가 울부짖는 듯하고 천둥이 몰아치는 듯도 하다. 우리의 영혼을 깨운다. 우리 육신이 음식물을 섭취해야 생명을 유지하듯, 우리 영혼도 영의 양식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영혼의 양식은 모든 예술 활동이 아닐까? 이 양식을 먹지 못한 인간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고사목처럼 말라죽을 것이다.

  합창 교향곡을 다 듣고 나올 때 나는 젖먹이가 엄마 품에서 맘껏 젖을 빤 듯 배부르고 흡족한 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