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1. 30. 밀땅

아~ 네모네! 2014. 1. 3. 15:53

밀땅

아 네모네 이현숙

 

  남녀 간에 교제를 나눌 때는 밀땅을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밀고 당기기를 잘 해야 한다는 소리다. 너무 질질 끌려가도 매력이 없어지고 너무 튕기면서 밀어내다가는 아주 멀어지기 때문이다.

  비록 연인 사이에서만 성립되는 말은 아니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너무 잘 해주면 고마운 줄 모른다. 적당히 잘 해주기도 하다가 무관심하게 버려두기도 해야 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백년해로 할 수 있다.

  서로 간에 인력이 너무 강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면 곧 충돌하여 멀어지기 마련이다. 태양과 지구는 적당한 인력이 작용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원운동을 한다. 인력이 조금만 더 강해지면 곧 지구가 태양 속으로 끌려들어가 지구의 운명은 끝날 것이다. 인력이 조금 약해지면 지구는 영원한 우주공간으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부부 간에도 적당한 인력과 척력이 필요하다. 평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죽음이 서로를 가를 때까지 같은 방향으로 같이 갈 수 있다. 인력이 더 강하면 점점 가까워지다가 서로 만나게 되고 만나면 곧 멀어지게 된다. 영원한 평행선을 그리며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내 남편 내 자식이기 때문에 용납되지 않는 일이 많다. 남의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내 남편이 그런 것은 죽었다 깨나도 용납할 수 없다. 남의 자식이 탈선을 하거나 부모에게 거역하는 것은 사춘기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자식이 그러면 용서가 안 된다.

  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라고 하지만 남의 입장이 될 수가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내가 차지한 고유 공간은 어느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내 위치에서 보는 사물은 어느 누구도 볼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각도로 사물을 볼 수밖에 없으니 완전한 이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히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보다.

  젊었을 때는 남편이 술 먹고 허구헌 날 늦게 들어오면 이를 벅 벅 갈며 너도 어디 늙고 병들어 봐라 그 때 빈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마음이 어떤 건지 실컷 느끼게 해 주마 했다. 그런데 이제는 기다리지도 않는다. 아니 늦게 올수록 자유시간이 많아서 좋다. 똑 같은 인간인 나 스스로도 이렇게 변해가니 어찌 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젊어서나 밀땅이 필요하지 이제 밀고 당길 일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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