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1. 22. 섬진강

아~ 네모네! 2014. 1. 3. 15:50

섬진강 蟾津江

 

아 네모네 이현숙

 

강이 살아있다.

강은 이 생물의 핏줄이다.

초록색 혈관으로 연록의 피가 흐른다.

핏줄이 꿈틀댄다.

혈관 속 적혈구와 백혈구가 흐르듯

물속에 수많은 세포가 살아 움직인다.

두꺼비 나루가 있다.

용맹한 두꺼비는 어디로 가고

주인 잃은 빈 배만 외로이 걸려있다.

 

  이 강의 이름은 원래 모래내, 다사강, 두지강이던 것이 고려 초부터 섬진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고려 우왕 때 왜구가 이 강 하구로 침입했다. 그 때 광양 땅 섬거에 살던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이곳으로 떼 지어 몰려와 울부짖었다. 이에 놀란 왜구들이 혼비백산 도망갔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두꺼비 섬 자를 붙여 섬진강이라 불렀다.

  이른 봄에 섬진강변 매화마을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언덕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때 아닌 눈이 내린 듯 온 산이 하얗게 빛난다. 이 언덕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은 살아서 조용히 꿈틀댄다. 하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연녹색으로 빛나는 강물은 하얀 피부 속 파란 혈관을 연상시킨다.

  강물의 흐름은 혈액처럼 조용하다. 강물 속에 살아 움직이는 각종 물고기와 재첩은 혈관 속의 적혈구나 백혈구처럼 돌아다니며 강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우리나라의 봄은 섬진강을 타고 올라온다. 북으로 느릿느릿 기어오는 봄을 맞기 위해 차를 타고 달려간다. 봄이 올라오면서 언 땅을 녹이고 땅 속 생명을 불러낸다. 매화도 피우고 산수유도 피워낸다. 내년 봄에도 섬진강변으로 봄맞이나 갈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