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1. 16. 살아있는 악기

아~ 네모네! 2014. 1. 3. 15:48

살아있는 악기

 

아 네모네 이현숙

 

  신세계와 함께하는 예술의 전당 토요콘서트를 보러갔다. 지휘자 김대진의 해설이 곁들여진 마지막 작곡가의 마지막 교향곡 마지막 협주곡이다. 이번 달에는 라이네케의 플루트 협주곡 D장조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이다.

  아침에 남편에게 김대진이 해설하는 토요음악회에 간다고 하니

대진이가 학교 다닐 때부터 피아노는 참 잘 쳤는데 말은 잘 못했던 것 같은데.” 한다. 남편은 김대진이 중학교 3학년 때 사회과목을 가르쳤다고 한다.

  부지런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로 들어서니 정연씨와 명수씨는 벌써 도착하여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나를 보더니 정연씨가 티켓을 주며 중앙으로 가서 티켓을 보여주면 커피를 공짜로 준다고 한다. 옆의 테이블에는 우유과 시럽도 있으니 넣으라고 자상하게 일러준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성격이라 얼른 가보니 과연 커피를 따라준다. 우유과 시럽을 듬뿍 넣어 자리로 돌아와 야금야금 마셨다. 잠시 후 연옥씨도 도착하여 이번에는 내가 자세히 일러줬다. 연옥씨도 공짜 커피를 가져와 함께 마셨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객석이 꽉 들어찼다. 김대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첫 번째 연주곡은 라이네케의 플루트 협주곡이다. 라이네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작곡가다. 원체 문외한이라 그런 사람이 있었나보다 하고 넘어간다.

  플루트는 부천계남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한여진이 협연한다. 빨간 원피스에 빨간 꽃 장식을 머리에 꽂은 여진이가 사뿐 사뿐 들어오는 것이 마치 나비가 날아 들어오는 것 같다. 곡도 처음 들어보는 지라 뭐가 뭔지 모르지만 천상을 날아다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소리를 만끽한다.

  다음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다. 이건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그런데 넌 이미 이긴 셈이다.’라는 곡은 처음 듣는다. 서울예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바리톤 백승훈의 노래다. 들어오는 모양을 보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기브스를 한 듯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보는 이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노래가 시작되자 긴장한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프로의 면모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인간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그 아름답고 오묘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가사를 자막으로 비쳐주니 한결 이해하기 쉽다. 악기중의 최고 악기는 인체가 아닐까 싶다. 인체라는 한 가지 악기에서 바이올린 소리도 나고, 비올라 소리도 나고 첼로 소리, 콘트라베이스 소리, 오보에 플루트 등 온갖 소리가 나온다. 도대체 인간이란 악기는 몇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일까? 인체는 한 마디로 살아있는 악기다. 수시로 다른 종류의 악기로 변신한다.

  마지막 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쥬피터다. 이건 귀에 익은 곡이다. 이 곡을 연주하기 전에 김대진의 해설이 시작된다.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개의 악기가 순차적으로 연주하는 기법이다. 영상으로 필기까지 하며 자세히 알려주니 이해가 쉽다. 그냥 무작정 듣는 것보다 한결 맛깔나게 들을 수 있다.

  김대진이 학교 다닐 때는 말을 잘 못했는지 몰라도 지금은 능수능란하게 말도 잘한다.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성과 태도가 맘에 든다. 다음 달에도 이어지는 토요콘서트를 절대 놓치지 말고 꼭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