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2. 15. 아파도 함께 해야

아~ 네모네! 2013. 8. 3. 14:06

아파도 함께 해야

 

아 네모네 이현숙

 

  설악산에서 열리는 한국등산학교 동계 훈련에 참가했다. 1주일 동안 설악동에서 기거하며 매일 아침 플라스틱 등산화를 신고 구보를 했다. 온갖 장비를 주렁주렁 달고 빙벽에 매달려 싱갱이를 했다.

  집에 오니 정강이에는 피멍이 시커멓게 들고 오른쪽 옆구리가 아팠다. 돌아눕기도 힘들고 버스 타고 가다 커브라도 틀면 아구구구 소리가 절로 났다. 할 수 없이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찍었더니 의사가 깜짝 놀란다. 간에 지름이 8cm나 되는 커다란 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라려면 몇 십 년은 걸렸을 텐데 복부 초음파를 한 번도 안 찍어 봤느냐고 한다. 안 찍었다고 하니 기가 막힌 눈치다.

  나는 침대에 누워 죽을 병 걸렸는 줄 알고 잔뜩 얼어있는데 무슨 구경거리라도 난 듯 인턴 레지던트 등 많은 의사를 불러 보여준다. 의사는 다시 와서 정밀 검사를 하자고 한다. 다음번에 가서 CT 사진 찍고 혈액검사하고 별 별 짓을 다하더니 안심해도 되겠다고 한다. 그냥 혹인 것 같다고 한 달마다 와서 사진을 찍어 보라고 한다.

  수술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혹이 너무 크고 가운데 푹 박혀있어 수술을 하면 간을 다 잘라내야 하니 그냥 살란다. 남편 친구 내과의사는 이런 말을 듣더니 그렇게 큰 혹도 있느냐고 자기 병원에 와보란다. 자기도 구경 좀 하겠단다. 내참 내가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무슨 구경거리 제공자냐 말이다.

  그 후 몇 년 동안 정기검사를 받다가 지금은 가지도 않는다. 지금도 무리를 하면 오른쪽 허리가 뜨끔 뜨끔 아프고 심하면 숨 쉴 때마다 결려서 숨 쉬기가 힘들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냥 죽는 날까지 같이 사는 수밖에.

  며칠 전 설날 우리 동네 두산아파트에서 30대 형제를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다가 아래층 사람이 위층 부모 집에 다니러온 아들 두 명을 살해한 것이다. 이 사람은 살인을 저지른 후 도망 다니다가 5일 만에 잡혔다. 처음에는 올라가서 말다툼을 벌였는데 화가 치밀어 올라 밖으로 나오라고 한 후 칼을 들고 나가 살해했다는 것이다.

  큰 아들이 나와 죽였는데 형이 안 들어오니까 동생이 따라 나왔고 도망가는 동생을 따라가서 동생까지 죽였다고 한다. 형은 결혼한 지 두 달 밖에 안 됐다는데.

  그렇지 않아도 면목동 산다고 말하려면 면목이 없는데 요즘 연일 면목동에서 사건이 터지니 더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요즘 교회 갈 때마다 굳게 닫혀 있는 그 집 가게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성폭행범이나 살인범을 볼 때면 저런 사람은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파리나 모기, 뱀 등을 볼 때도 저런 동물은 조물주가 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살 권리가 있고 꼭 필요하기 때문에 보내진 것이라고 한다.

  함께 하기에는 좀 아프고 괴롭지만 함께 가야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요 필연이다. 내 간에 붙어있는 혹처럼 말이다. 내 간의 혹을 잘라내면 더 나쁜 상태가 되듯이 이 사람들이 모두 없어진다면 더 괴롭고 힘든 세상이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