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벽돌 쌓기
아 네모네 이현숙
인생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수억의 정자들이 몇 cm 되는 마라톤 코스를 달려 난자에 도착한다. 1등으로 도착한 정자만이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란을 이룬다.
요즘 문화센터에 가다보면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유모차를 타고 온다. 뭘 배우러 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간다. 대학을 나오면 뭘 하나? 길바닥에 널린 게 박사라는데. 석사, 박사 학위를 가지고도 취직을 하려면 머리가 터지게 좁은 문을 통과해야한다.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승진 경쟁이 시작된다. 남보다 빨리 가야하고 남보다 높게 올라가야한다. 옆에 있는 경쟁자를 무조건 쓰러뜨리고 밀쳐 내야한다. 남에게 당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다. 이렇게 살다보니 스트레스가 과도하여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순간 쓰러지고 만다.
세계의 지붕이라고 하는 에베레스트 산도 히말라야하고 하는 거대한 산맥이 옆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서 있을 수 있다. 벽돌을 쌓을 때도 밑에 수많은 벽돌을 깔아야 높이 올라갈 수 있다. 한 줄로 혼자 올라간 벽돌담은 바람 한 번 불면 순간에 넘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도 수많은 민초들이 있어야 대통령도 있고 재벌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밑에 깔린 벽돌은 보지 않고 정점에 있는 벽돌만 눈에 들어오는 게 문제다. 처음부터 밑에 깔리면 세상만사 오케이로 맘 편히 살 수 있을 텐데 그게 맘대로 안 된다.
나도 세칭 일류라는 학교에 가려고 애쓰고 좋은 직장 가지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몇 층이나 되는 벽돌담을 쌓았는지 아래가 잘 안 보인다. 이제 퇴직을 하고 보니 내려올 순서다. 등산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다. 우리네 인생길도 내려설 때가 더 어렵다. 이제 한 발 한 발 앞을 잘 보고 땅까지 무사히 내려오면 든든한 땅을 밟을 수 있겠지? 그러면 나도 편안히 흙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 3. 22. 잃어버린 키스 (0) | 2013.08.03 |
---|---|
2013. 2. 15. 아파도 함께 해야 (0) | 2013.08.03 |
2013. 1. 31. 만약에 내가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0) | 2013.08.03 |
2013. 1. 26. 내 삶의 도구는 종이 한 장 (0) | 2013.08.03 |
2013. 1. 19. 그 회화나무 아래 내가 있었네. (0) | 2013.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