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 31. 만약에 내가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아~ 네모네! 2013. 8. 3. 14:02

만약에 내가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아 네모네 이현숙

 

친동생 맞아?”

유전자 검사해봐야 하는 거 아냐?”

공부 밖에 할 게 없었겠다.”

  내가 만약 조금만 더 예뻤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아마도 전혀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추석 연휴 다음 날 친정 동생이 롯데트래킹에 따라가도 되느냐고 묻는다. 회사가 쉰다는 것이다. 그러라고 하며 출발 장소를 자세히 알려줬다. 그 날 아침 동생이 먼저 와서 버스에 올랐다. 내 이름을 대며 동생이라고 했단다.

  그 후 내가 타니까 회원들이 온갖 질문을 퍼부었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친동생이 맞느냐, 유전자 검사를 해봐라. 동생은 저렇게 예쁜데 그렇게도 못 생겼으니 공부 밖에 할 게 더 있었겠느냐는 해도 해도 너무한 질문 공세를 받다보니 내가 정말 못 생기기는 못 생겼나보다 하고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사실 우리 집 딸 여섯 중 내가 제일 못 생겼다. 그건 사실이요 진실이다. 언니는 예쁘게 생겨서 가는 데마다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도 신이 나서 언니는 머리를 땋아주고 볶아주고 올려주고 내려주고 새 옷을 사다 입혔지만 나는 대학교 가도록 단발머리에 언니 옷만 물려 입혔다.

  언니 옆에 있으면 나는 보이지도 않고 말도 없으니 아무도 내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디가나 주눅이 들고 남 앞에 서려면 어리버리 우물쭈물했다. 이러다보니 친구도 별로 없고 구석에서 혼자 놀거나 책을 보았다.

  이런 사람이 선생을 했으니 학생들에게도 재미없는 선생이 되었다. 외모가 이러니 별명도 천편일률적으로 못 생긴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감자, 고구마, 육각수 등 튀어나온 광대뼈와 각진 내 턱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아이들만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도 시골 아줌마 같다느니, 시골에서 갓 상경한 촌닭 같다느니,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래도 그중 나은 것이 아네모네다. 물론 아네모네 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 네모네~ 하고 감탄하는 말이다. 하지만 언뜻 들으면 발음과 의미가 좋아서 나는 이 별명을 닉네임으로 쓴다. 청초하고 아름다운 아네모네 꽃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지으면서 착각에 빠져 산다.

  만약에 내가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혼자 잘 난체 하며 온갖 시건방 다 떨어가면서 살았을 것이다. 방방 뛰며 난리를 쳤을 테니 그 꼴을 어찌 볼 수 있었겠냐 말이다. 이렇게 못 생긴 것이 오히려 나에겐 더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조물주가 이런 내 성격을 알고 나에게 딱 맞는 모습으로 만들어 주신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