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0. 11. 16. 진도

아~ 네모네! 2012. 10. 17. 21:49

 

 

 

 

 

 

 

 

 

 

 

구경 한 번 잘했네.

 

기간 : 20101116~ 1117

                                                   장소 : 진도 동석산, 첨찰산, 금골산

진도는 여러 번 갔었지만 항상 관광코스만 빙빙 돌다 왔다. 이번에 롯데트래킹에서 12일로 진도에 있는 산에 오른다고 하여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따라 나섰다.

 

세방낙조인지 세발낙지인지? ( 1116)

아침 7시에 잠실역에 가니 버스가 안 보인다. 평소에는 항상 버스가 미리 와서 기다리는데 회원들이 추위에 떨며 줄을 서 있다. 조이사님이 늦잠 자느라 지금 오고 있단다. 단풍놀이 다니느라 가을 내내 너무 무리했나보다. 잠시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해 냉큼 올라탔다.

신나게 달리는데 갑자기 앞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급정거를 한다. 밖을 보니 한 여자가 뛰어 달아난다. 서있는 차들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다. 의자에 놓은 배낭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작은 짐과 귤 등은 바닥으로 굴러 갔다. 엉뚱한 여자 때문에 진도인지 간도인지 다 쫑 날 뻔했다. 조이사님이 원체 베태랑이라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놀란 가슴이 가라앉자 여기저기서 간식 보따리를 푼다. , , , 커피 등등 사람마다 다양하다. 화요일마다 뷔페 먹는 기분이다. 30명 오면 30가지 먹고, 40명 오면 40가지 먹는다.

간식 타임이 끝나자 이번에는 교양과목 수업시간이다. 회장님이 일본의 99세 된 할머니가 쓴 시 약해지지 마.’를 복사해 왔다. 돌려가며 읽고 우리도 다리에 힘 떨어지면 시나 쓰자고 다짐한다.

시 공부를 마치자 이번에는 하순희씨가 머리도 식힐 겸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멸치와 문어가 만났단다. 문어가 자기 집안이 양반이라고 침 튀기며 자랑했다. 끝까지 조용히 듣던 멸치가 한 마디 했다. 그래도 우리는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이렇게 먹고 놀다보니 벌써 진도대교를 건넌다. 우선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남도 석성으로 갔다. 고려 원종 때 배중손이 삼별초를 이끌고 몽고에 대항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성을 한 바퀴 돌아보고 동석산으로 갔다.

동석산은 진도의 동쪽에 있는 산인가 했더니 서쪽에 있는 바위산이다. 멀리서 보기에도 바위가 많아 오르기도 전에 잔뜩 긴장된다. 스틱은 배낭에 매달라는 소리를 들으니 더 겁이 난다.

과연 조금 오르자 가파른 바위에 밧줄하나 달랑 매달려 있다. 연희씨가 먼저 바위에 붙는다. 연희씨가 올라가는 걸 보자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쿵 쿵 뛴다. 대장님이 몸을 바위에 붙이라고 시범을 보여도 바위에 매달리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금옥씨는 왼 손의 인대가 늘어나서 기브스를 하고 나는 오른 쪽 손목의 인대가 늘어나 아대로 칭칭 감았다. 이런 데 오른다고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죽자고 매달리는 우리 모습이 우습다.

그래도 바위를 몇 번 오르내리자 마음이 진정되고 조금씩 용기가 생긴다. 주위의 경치도 차차 눈에 들어온다. 점점이 박힌 섬 사이로 하얀 꼬리를 달고 지나가는 배를 보니 한없는 평화가 가슴 가득 밀려든다.

앞의 섬을 보니 한 섬은 큰 바위 봉우리 두 개가 있고 그 옆의 섬은 가운데에 한 개의 바위가 엄지손가락처럼 힘차게 솟아 있다. 오른쪽 섬은 발가락섬(양덕도)이고 왼쪽 섬은 손가락섬(주지도)이란다.

다도해의 풍경에 감탄하며 걷다보니 어느 덧 큰 애기봉이다. 큰 애기봉에서 사랑하는 총각을 기다리다 죽어간 순이의 전설을 읽다보니 벌써 서쪽 하늘에는 서서히 노을이 물든다. 그래도 정상 커피는 마셔야한다고 은진씨가 커피를 탄다. 은진다방은 커피맛도 좋지만 마담이 예뻐서 금상첨화다. 더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우리가 가는대로 따라가며 문을 여는 이동카페라는 점이다.

커피를 마신 후 세방낙조 전망대를 향해 하산을 서둘렀다. 내려오면서 손가락섬을 다시 보니 이름이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봐도 남자의 거시기를 닮았다. 남근섬이라고 하던가 거시기 섬이라고 이름을 고쳐야 할 것 같다.

세방낙조 전망대에 도착하니 벌써 카메라를 설치하고 낙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세방낙조인지 세발낙지인지 아무튼 일몰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며 서서히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는 태양을 바라볼 때마다 한 인간의 임종을 보는 듯하다. 볼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싶다.

낙조까지 완벽하게 감상하고 식당으로 돌아왔다. 박옥순님이 홍어를 사고, 한명미님이 막걸리를 낸다고 하여 모두들 포식했다. 배 두드리며 잘 먹고 일어서려는데 회장님이 제일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벌금 만 원이라고 선포한다. 웬일인가 했더니 오락을 하자는 것이다. 평구씨가 일어나 우선 화요반의 가수 이금형씨와 이순정씨에게 노래를 청한다. 두 사람의 기막힌 노래가 끝나자 차례로 돌아가며 모두 시킨다. 노래방 기계가 없으니 가사를 몰라 부르다 말고 주위 사람에게 구조 요청을 한다. 그래도 레파토리는 다양해서 샹송에, 가곡에, 유치원 어린이 노래까지 온갖 노래가 다 나온다.

나는 만 원 아끼려고 오줌까지 참으며 끝까지 버텼더니 평구씨가 단돈 만원에 목숨 걸지 말고 오줌보 터지기 전에 빨리 갔다 오란다. 최영일씨가 재롱이 잔치하듯 무용까지 곁들여 노래하자 평구씨가 팁이라고 만원을 준다. 모두들 웃고 즐기는 가운데 진도에서의 밤은 깊어갔다.

 

나도 뽕할머니 ( 1117)

아침 6시 반에 전복죽으로 요기를 하고 화장실에 가니 레버를 위로 올리라고 써 있다. 물을 내리는 레버가 다른 화장실과 반대로 되어있으니 발을 밑에 넣고 위로 힘을 주어야한다. 불편하기 그지없다. 아마도 공사하는 사람이 술 먹고 만들었나보다.

모닝커피까지 느긋하게 즐기고 첨찰산으로 갔다. 무슨 이름이 이렇게 목에 가시 걸린 발음인가 현판을 보니 뜻은 심오하다. 첨단을 걷는다는 자에 성찰한다는 자다.

첨찰산은 이름은 까칠한데 길은 비단결이다. 형형색색의 국화꽃이 만발한 쌍계사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자 동백나무가 빽빽하다. 천연기념물 107호인 상록수림이다. 순하디 순한 육산에 낙엽까지 깔려 있어 단풍 카페트 위를 걷는 기분이다.

정상에는 다듬지 않은 돌로 원뿔 모양의 탑을 쌓아 놓았다. 옆의 봉우리에는 기상대의 둥근 구조물이 보인다. 탑을 한 바퀴 돌고 정상에서 내려와 오른쪽 아리랑비 쪽으로 접어들었다. 하산길도 다양한 상록수와 단풍이 어우러져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간간히 피어있는 동백꽃은 피를 토하듯 선명하다.

아리랑비를 지나 아스팔트길을 조금 내려오자 운림산방이 나타난다. 10시가 되어야 문을 연다고 해서 다시 쌍계사로 갔다. 연희씨와 수영씨는 절하러 대웅전으로 들어가고 나는 밖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10시가 넘어 운림산방으로 가니 여기도 단풍이 절정이다. 운림산방은 소치 허련 선생이 기거하며 그림을 그리던 곳이다. 박물관에 걸린 그의 그림을 보니 마치 첨찰산을 보는 듯 평온하고 아련한 느낌이다. 가는 곳마다 그곳에 대한 설명을 하고 왼쪽으로 돌아라 오른쪽으로 가라 하고 지시하는 대장님을 보면 마치 연출가를 보는 듯도 하고 감독님을 보는 듯하다. 마치 시나리오를 써 놓고 우리를 배우삼아 선수삼아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여기서 나와 신비의 바닷길을 보러갔다. 해마다 바닷길이 열리면 모도라는 섬이 육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모세의 기적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여기에는 뽕할머니 전설이 서려있다.

조선 초에 손동지라는 사람이 제주도로 유배되어 가다가 풍파를 만났다. 이곳에 표류하여 마을을 이루고 살았는데 호랑이의 출현이 잦았다. 이를 피해 모도로 피신을 하였는데 아차 실수로 뽕할머니 한 분을 육지에 남겨 두었다. 뽕할머니는 매일같이 바닷가에 나와 마을 사람과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용왕님께 빌었다. 이윽고 바닷길이 열려 섬에 도착했지만 그만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이 전설을 읽다보니 왜 하필이면 할머니 이름이 일까 궁금해진다. 할머니가 나이롱 뽕을 잘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 같지는 않고 나처럼 방귀를 잘 뀌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는 잘 모르겠더니 할머니가 되자 왜 이렇게도 방귀가 잘 나오는지 모르겠다. 시도 때도 없이 장소불문 시간불문으로 터져 나온다. 이러다 나도 뽕할머니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용장산성까지 보고 식당으로 갔다. 점심 반찬도 어제 반찬과 똑 같다. 하순희씨가 또 한 마디 한다. 어떤 부부가 식탁에 앉았는데 남편이 기도를 안 하고 밥을 먹었다. 부인이 왜 기도 안하냐고 묻자 남편이 똑 같은 반찬인데 어제 했으면 됐지 뭐하러 또 하느냐고 하더란다. 이 소리를 주인이 들었는지 섬에는 나오는 게 별로 없어 매일 같은 반찬이라고 변명을 한다. 우리는 미안한 마음에 곰탕 먹는 사람은 깍두기가 새로 나왔으니까 기도하라고 하였다.

점심 식사 후 금골산으로 갔다. 여기도 바위산이지만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릴 일은 없었다. 정상에서 급경사 계단을 내려가니 마애불이 나타난다. 부처님 배꼽에 뚫린 구멍에 동전을 골인 시키면 소원이 성취 된다고 하자 너도 나도 동전을 던지느라 정신이 없다. 한 번 들어갈 때마다 환호성을 질러대니 산이 들썩들썩한다. 부처님이 하도 동전으로 배를 두드려 맞아 지금쯤 시퍼렇게 멍들었을 것이다.

부처님이 동전을 배부르게 드신 후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 하산을 시작했다. 급경사 바위길을 아슬아슬 내려와 버스로 돌아오니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가 동전 넣는 소리를 들었단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고 요란한지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단다. 조용한 마을을 어지럽힌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번에는 진도대교를 걸어서 건넜다. 진도대교는 차로만 건넜는데 걸어보니 울돌목의 소용돌이 치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저 물살을 이용해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지혜가 놀랍다. 명량대첩탑을 돌아보고 버스에 오르니 5시가 넘었다.

오다가 고창휴게소에서 곽희재님이 호두과자를 돌린다. 웬거냐고 했더니 아까 부처님 배꼽에 동전 골인 시킨 기념으로 한 텩 쏜단다. 천안휴게소에 들르니 이번에는 최영일씨가 국수를 낸단다. 엊저녁에 만원 팁 받은 데다가 4만원 보태서 내는 거란다. 화요반 회원들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이 아니라 되로 받고 말로 낸다. 회원 모두 천사표다. 한창 국수를 먹고 있는데 저쪽에서 갑자기 와아~ 하는 함성이 들린다. 웬일인가 하고 쳐다보니 정다래 선수가 수영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다. 버스에 올라와 TV를 트니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애국가가 나오자 하순희씨의 개그가 또 나온다. 한 할머니가 동창회에 갔단다. 오랜만에 동창끼리 만났으니 교가를 부르자고 했다. 모두들 생각이 안 나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동해물과 백두산이……하고 애국가를 불렀다. 이게 교가인 걸로 착각한 할머니들

맞다. 맞다.” 하면서 다 같이 합창을 했다.

마음이 흡족하여 집에 돌아온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자랑을 하며 자기네 학교 교가를 들려준다고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불렀더니 할아버지 왈

? 우리학교 교가하고 똑 같네.” 했단다.

우리들이 다 포복절도하며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재미있는 얘기를 듣고 오느냐고 물었더니 주로 신부님한테 듣는단다. 얘기하다가 생각이 안 나면 신부님에게 전화 걸어 물어본단다.

 

이렇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서울로 올라오면서 진도여행을 되돌아보았다. 연희씨 말대로 눈 하나 호강시키느라 사지가 개고생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 포만감이 온몸을 감싼다. 한 마디로 구경 한 번 잘 했다. 내 인생의 여행을 마치고 저 세상으로 갈 때도 이처럼

구경 한 번 잘 했네~” 하면서 눈을 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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