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09. 7. 1. 미국 로키산맥 옐로스톤 공원

아~ 네모네! 2012. 10. 15. 16:32

 

 

 

 

 

 

 

 

 

 

 

 

 

 

 

 

 

 

 

 

 

 

로키(ROCKY)를 만난 럭키(LUCKY)

 

기간 : 200971~ 712

장소 : 미국 와이오밍 주, 유타 주, 콜로라도 주

 

로키(Rocky)를 만난 것은 내게 크나 큰 행운(Lucky)이다. 동생 재숙이네가 작년에 그랜드캐년 등 미서부 트래킹에 다녀왔다. 올해 또 로키 산맥 쪽으로 간다고 하기에 안달이 난 나는 동생 미경이와 함께 염치 불구하고 따라 나섰다.

사실 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해외여행 다니는 게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기는 하다.

어떤 사람이 미리 재산을 자식들에게 모두 물려주고 굶어 죽었다. 이걸 본 사람이 반만 물려주었다. 그랬더니 나머지마저 달라고 하도 졸라서 졸려 죽었다. 이걸 본 또 다른 사람이 하나도 안 물려주었다. 그랬더니 맞아 죽었다.’는 농담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뻔질나게 드나드니 물려줄 유산이 없어 굶어 죽을 일도 없고, 졸려 죽을 일도 없고, 맞아 죽을 일도 없으니 좋기는 좋다.

 

조마조마

미국 비자가 없어 인터넷으로 신청한 허가 승인서를 프린터로 뽑아가지고 공항으로 나갔다. 동생 재숙이 내외와 미경이는 정식 비자가 있는데 나만 없어 인터넷에서 신청했다. 3만원 송금하니 2년짜리 허가 승인서가 메일로 왔다.

요새 인터넷 사기가 많다는데 이거 3만원만 날리고 미국도 못 들어가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하다. LA에서 나만 못 들어가면 혼자서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오나 속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인천공항에서 각자의 가방을 풀어 짐 무게를 조정하여 오버 차지를 물지 않고 덴버까지 무사히 부쳤다. 경비를 절약하려고 나리타에서 환승하는 비행기를 탔다.

대한항공은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주니 우리 입맛에 딱 맞는다. 우리가 고추장 넣고 참기름 넣고 밥을 비비는데 옆의 일본 아저씨는 어떻게 할 줄 몰라 우리만 쳐다본다. 미경이가 참기름도 뜯어 넣어주고 고추장도 넣어주고 이렇게 섞으라고 행동으로 보여주니 그 아저씨도 잘 비벼 맛있게 먹는다.

밥 잘 먹고 한숨 졸고 나니 기내 음악 방송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나온다. 나비부인이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라서 이걸 틀어주나 보다. 나비부인은 찢어지는 듯한 소프라노로 들어야 제 맛이 나는데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으니 감흥이 반감된다. 나비부인의 오장 육부가 쏟아져 나오는 듯한 절규로 듣다가 악기 소리로만 들으니 맹물 맛이다.

나리타공항에 내리니 한글로 안내되어 있고 대한항공 직원이 직접 나와 환승을 도와주니 안심이 된다. 열흘 동안 동생들 따라 다니려면 아무래도 딸릴 것 같아 물어물어 찾아가 1800엔 주고 발바닥 파스를 한 통 샀다.

열 시간의 비행 끝에 LA공항에 내리니 시간이 거꾸로 흘러 아침 9시다. 짐을 찾아 입국 심사를 받는데 껄렁한 종이 한 장 내미니 보지도 않고 도로 준다. 여권만 보면 비자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컴퓨터에 다 나오나보다. 미경이가 내 앞에서 심사를 받았는데 나한테는 이름이 뭐냐? 저 사람과 자매냐? 며칠 간 묵냐? 이런 것만 묻는다. 손가락 지문 찍고 눈알 찍고는 도장 쾅 쾅 찍어주며 여권을 내준다. 10년 감수한 기분으로 얼른 여권을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 청사 밖으로 나와 A 라고 쓰인 셔틀버스를 타고 국내선 7번 터미널로 들어가니 사람은 줄줄이 늘어섰는데 어느 구멍으로 가 줄을 서야할지 모르겠다. 페이퍼 티켓은 무엇이고 전자 티켓은 무엇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동생 남편 정민이 아빠가 안내원에게 물어 자동 발급기 쪽으로 가니 신통방통하게도 한글이 나온다.

덴버 가는 비행기 표를 받아 짐을 부치고 비행기에 오르니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두 시간 반의 비행을 마치고 덴버 공항에 도착하니 미경이 짐만 와 있고 세 명의 짐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카트 하나 사용하는데 4달러다. 카트 사용료 받는 공항은 처음이다.

카트를 가지고 아무리 기다려도 벨트가 움직이지 않는다. 나중에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다른 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쪽으로 이동해 무사히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와 Hertz 라는 렌터카 회사의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와 타고 덴버 공항을 나오며 바라보니 무수한 돛단배 모양의 덴버 공항이 LA공항보다 한결 멋지다.

렌터카 회사에 들러 차를 빌렸는데 큰 짐이 다섯 개나 되는 우리는 트렁크가 큰 차를 구하느라 짐을 실었다 내렸다 하며 애를 먹었다. 무사히 짐을 다 싣고 한아름 마트라는 한국 마켓을 찾느라 공항을 몇 번씩 드나들며 282번 인터체인지를 찾아 헤맸다. 날은 저물어 오는데 마켓 찾아 삼만 리 하느라 진을 빼다가 겨우 겨우 찾아가 장을 보고 나니 사방에 어둠이 깔렸다.

한국에서 가져간 약식 내비게이션의 안내로 콜로라도 주 로키지역에 있는 에스테스 코아에 도착하니 비는 퍼붓고 코아 사무실 불은 꺼졌다. 정민이 아빠가 미리 늦는다고 전화하여 주인이 열쇠와 방 번호 쓴 종이를 사무실 앞 함에 넣어두었다. 열쇠를 찾아 우리 방으로 가 많은 짐을 들여 놓으니 바닥에 짐이 가득하다.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고 쿠커로 국을 끓이고 가스버너로 고기를 구우니 갑자기 삐익 삐익 삐익 경고음이 울린다. 우리는 깜짝 놀라 천정을 보니 화재경보기가 달렸다. 황급히 밖으로 나와 방 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설거지 까지 마치니 12시가 넘었다.

하루 24시간에 16시간이 길어져 40시간이 된 길고 긴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환상의 산악도로

점심밥을 해 차에 싣고 콜로라도 산악도로로 달렸다. 콜로라도 산악도로는 3500m가 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로다. 호수지역으로 이동하여 베어 레이크, 님프 레이크, 드림 레이크, 에메랄드 레이크를 보았는데 물이 어찌나 맑고 잔잔한지 그림엽서를 보는 듯하다. 우리가 두 명씩 나누어 사진을 찍으려 하면 그곳 사람들이 서로 찍어주겠다고 하여 네 명이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호수 곳곳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보던 그런 낚시다. 호수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의 평온함이 내 마음까지 밀려온다.

캠핑지역에서 점심을 먹고 스프레이그 호수를 한 바퀴 돌려고 옆길로 접어드니 호수는 안 보이고 산길만 나타난다. 결국 풀숲만 헤매다 나와 보니 정작 호수 둘레 길은 딴 쪽에 있다. 평탄한 길을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돌며 호수에 비친 설산을 감상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한참 달리니 눈밭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내려 눈밭에서 이쪽저쪽 사방팔방 사진을 팍 팍 찍었다. 3500m 고지에 있는 알파인 비지터 센터에 내리니 안개가 자욱하다. 갖가지 야생화를 보며 안개 속을 오르니 어느 덧 3600m 높이의 정상이 나타난다. 고소증이 나타날까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별 무리 없이 트래킹을 마치고 로키 산맥을 넘어 그랜드 레이크로 향했다.

그랜드 레이크로 가는 길은 비포장 길이고 거기에 비까지 내리니 차가 요동을 친다. 비 오는 비포장 길을 달리니 차는 땅강아지가 되고 곳곳에 튀어나온 바위에 차 밑이 부딪쳐 우당탕 탕탕 난리가 났다.

그랜드레이크에 도착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사진만 찍고 되돌아오는데 차들이 줄줄이 서있다. 웬일인가 내다보니 저 멀리 엘크가 보이고 사람들이 사진 찍느라 곳곳에 카메라를 들고 서있다. 우리도 내려 엘크 쪽으로 가니 엘크들이 슬금슬금 도망가는 바람에 허연 엉덩이만 찍고 나왔다.

오다가 역사 유적지(HISTORIC SITE)라고 쓰여 있어 들어가 보니 인디언이 살던 통나무집 한 채가 달랑 서 있다. 컨티넨탈 디바이드(Continental Divide)라고 쓰인 곳에 내리니 작은 호수가 하나 있는데 한 쪽은 대서양으로 한 쪽은 태평양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다시 로키 산맥을 넘어오는데 날이 개여 전망이 탁 트였다. 고갯마루에서 내려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버섯 바위도 나오고 마운틴 인덱스라고 하는 둥근 철판도 보인다. 해가 지고 더 이상 보이는 것이 없자 우리는 다시 에스테스 코아로 되돌아왔다.

 

코디 코아는 빈대 코아

아침 일찍 점심을 챙겨 와이오밍 주의 코디로 향했다. 가다가 댐도 보고 휴게소에서 준비해온 점심도 먹었다. 휴게소라야 화장실뿐이다. 그래도 점심을 먹을 수 있게 지붕도 있고 탁자가 있어 쉴만하다.

열 시간을 달려 코디에 있는 코아에 도착하니 아직 사방이 훤하다. 방에 짐을 넣고 시내구경을 나갔다. 비지터 센터에 도착하니 시간이 늦어 문이 잠겼다. 버팔로 빌 히스토리컬 센터로 가니 여기도 문이 잠기고 마당에 인디언 집이 두 채 있다. 인디언 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시내로 들어오니 곳곳에 의자를 내놓고 74일 퍼레이드를 위한 것이라고 쓰여 있다. 74일이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퍼레이드가 있나보다. 상점 구경을 하며 걷다보니 한 곳에서 댄스파티를 하고 있다. 남녀노소가 뒤섞여 춤을 추는데 독립기념일을 자축하는 파티 같다.

한 가게에 들러 티셔츠를 샀는데 계산대의 할머니가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코리아라고 했더니 깜짝 놀란다. 남한이라고 했더니 그러냐고 하며 북한은 무시무시하단다. 얼마 전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고 손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너스레를 떤다. 할머니 수다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매일반이다.

코아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얼마 안 있어 정민이 아빠가 재숙이에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웬일인가 하고 귀를 쫑긋 세우니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정민이 아빠가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긴 것이 식중독인 것 같다고 한다.

불을 켜고 보니 온 몸에 붉은 두드러기 같은 게 툭 툭 불거졌다. 다 같이 먹었는데 벌레 물린 거 아니냐고 했더니 벌레 물린 것 치고는 두드러기가 너무 크고 많다는 것이다. 갑자기 재숙이가 자기 침낭에 벌레가 있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납작한 벌레가 대 여섯 마리나 붙었다. 손으로 눌러 죽이니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정민이 아빠는 이게 빈대라고 하며 침낭을 털고 죽이고 한바탕 빈대 사냥이 벌어졌다.

여기서 자다가는 모두 빈대에게 물릴 것 같아 정민이 아빠 침낭과 재숙이 침낭은 그냥 방에 두고 미경이 침낭과 내 침낭을 가지고 차에 와 날밤을 새웠다.

 

노란 돌멩이 옐로스톤

아침에 정민이 아빠가 체크아웃하며 빈대 죽은 시체와 피 묻은 휴지를 들고 사무실에 얘기하니 이미 알고 있는 듯 별로 놀라지도 않으며 알았다고 조치하겠다고 한다. 두 침낭을 따로 싸서 비닐봉지에 넣고 노란 돌멩이라는 뜻의 옐로스톤 공원으로 향했다. 옐로스톤 공원은 화산 활동으로 유황증기가 많이 나와 돌이 노랗게 변해 옐로스톤(Yellow Stone)으로 이름 붙여진 듯하다.

코디 시내는 아침부터 퍼레이드를 보려는 사람들이 나와 의자에 앉아있다. 어떤 차에는 곰, 엘크 등 온갖 야생동물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아 이런 차로 퍼레이드를 벌이는 모양이다. 퍼레이드를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시간이 안 맞아 포기하고 옐로스톤 공원으로 달렸다.

쇼오션 캐년이란 곳에 오니 버팔로 빌 댐이 있고 보도블록에 온갖 그림과 글씨가 쓰여 있다. 댐을 지나니 길옆에 기암괴석이 나타났는데 옛 예루살렘 성을 닮았다고 안내판에 홀리 시티라고 쓰여 있다. 그 옆에는 오리모양의 바위도 있는데 목이 어찌나 가는지 곧 목 떨어지게 생겼다.

옐로스톤 동쪽 입구로 들어가 조금 가니 곳곳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히스토릭 휘싱 브릿지(historic fishing bridge)를 보고 차에 와 문을 여니 내 자리에 빈대가 기어간다. 깜짝 놀라 때려잡고 나니 갑자기 온 차에 빈대가 숨어있는 듯하고 온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빈대가 여기까지 따라왔으면 우리 짐 속에도 있을 것이고 각 숙소마다 옮겨질 것이고 서울까지 따라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 갑자기 식욕이 떨어진 듯 구경할 맛이 뚝 떨어지고 경치도 별 볼일 없이 시시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림 같은 옐로스톤호수가 나타나자 여기 저기 사진 찍느라 다 잊어버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간헐천 올드 훼이스풀 가이저(OLD FAITHFUL GEYSER)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분출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이 간헐천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아직 예정시간에 여유가 있어 잠시 다른 간헐천을 둘러보는데 드디어 오랜 믿음(OLD FAITHFUL)을 저버리지 않고 40m가 넘는 물줄기가 하늘로 치솟는다. 사람들의 탄성 속에 쇼를 마치고 가이저가 잦아들자 다들 뿔뿔이 흩어진다.

간헐천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아네모네, 캐슬, 사자 등 많고 많은 물줄기를 목 쳐들고 바라보려니 뒷목이 뻐근하다. 사진도 하도 찍어댔더니 배터리가 다 되 카메라가 가물가물한다.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사타구니에 카메라를 끼고 한참씩 기다렸다가 찍곤 했다. 미드웨이 가이저까지 배부르게 아니 배 터지게 실컷 보고 옐로스톤 공원 내에 있는 캐년 랏지로 향했다.

 

강추 강추 강 강추

지난밤에는 아무도 빈대 물린 사람 없이 잘 잤다. 어제 차에서 죽은 놈이 마지막이었나 보다. 정민이 아빠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아침저녁 수시로 약 바르느라 정신이 없다. 아침마다 무거운 짐 싣고, 하루 종일 운전하고, 저녁이면 또 많은 짐 내리느라 허리가 휠 지경인데 그 놈의 빈대가 하필이면 우리의 대장을 집중 공격 했나 모르겠다. 아마 빈대가 암놈이었나 보다.

이 날은 아래 폭포(LOWER FALLS)와 위 폭포(UPPER FALLS)를 위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멀리서 보고 외울 만큼 보았다. 몸부림치며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보고 있노라면 물을 따라 내 몸도 휩쓸려 내려가는 듯하다. 아니 함께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옐로스톤공원의 그랜드캐년은 원조 그랜드캐년 만은 못해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단지 엉클 톰스 트레일을 막아 놓아 계곡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한 것이 무척 아쉽다.

엉클 톰스 트레일은 포기하고 싸우쓰 림 트레일을 따라 아티스트 포인트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거기까지 갔다 오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정민이 아빠는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아티스트 포인트 쪽으로 직접 가기로 했다. 여자 셋이서 희희낙락 노냐 노냐 캐년을 만끽하며 걷다보니 어느 덧 아티스트 포인트 주차장에 도달한다. 마침 정민이 아빠도 차를 가지고 들어선다. 같이 아티스트 포인트로 가니 이건 말 그대로 아티스트다. 어떤 예술가가 만들었는지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계곡과 폭포는 신이 만든 예술작품이다. 누가 옐로스톤에 온다고 하면 아티스트 포인트에 꼭 가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아티스트 포인트에서 나와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 노쓰 림으로 갔다. 진흙이 들끓는 머드 볼케이노와 용의 입처럼 시커먼 굴에서 증기를 뿜어대며 으르렁거리는 드래곤 마우스 스프링을 보았다. 이 드래곤 마우스 스프링은 1912년 알려지지 않은 방문객에 의해 이름이 붙여졌는데 용의 입처럼 생긴 굴에서 터져 나오는 연기와 물을 뚫고 나오는 가스가 동굴 벽에 부딪쳐 생기는 특이한 소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 소리가 정말 용이 불을 뿜으며 내는 소리 같아 섬찟한데 이것도 놓치지 말라고 강추하고 싶다.

여기 저기 정신없이 구경하다보니 뱃속에서 밥 들어오라고 난리다. 미국은 아무데서나 밥 먹으면 공원 레인저(경비원)가 좇아오니 아무데서나 먹을 수도 없다. 피크닉 에어리어를 찾아들어가니 옐로스톤 강가에 그림 같은 장소가 나타난다.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멀리 펠리컨이 노는 곳에 멋진 탁자가 놓여있다. 세상에 이렇게 전망 좋은 식당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얕은 물 가운데에도 탁자가 놓여 있는데 우리 옆의 팀 두 남자는 맥주 한 캔씩 가지고 물을 건너 그 탁자에 가서 마신다. 그 맛이 아마 기막힌 꿀맛 아니 술맛이었을 꺼다. 이쪽으로 지나간다면 여기서 식사하라고 강추 아니 강 강추하고 싶다.

점심 후 비스켓 바이진과 사파이어풀 등을 보았는데 비스켓은 왜 비스켓인지 잘 모르겠고 사파이어는 말 그대로 사파이어보다 더 푸르고 맑은 빛이 들여다볼수록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신비로운 색이다.

어제 밑에서만 본 미드웨이 가이저 베이진의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을 산 위에서 보려고 트래킹 길로 들어섰는데 가도 가도 그쪽으로 가까워지지 않는다. 앞에서 자전거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아직도 1.8마일 정도 더 가야한단다. 날은 어두워오고 비도 올 것 같아 포기하고 다시 돌아와 오늘의 숙소인 맘모스 핫 스프링 지역으로 향했다.

가다가 노리스 가이저 베이진이란 곳에 들러보니 어찌나 넓은지 다음 날 보기로 하고 그냥 나왔다. 다시 출발하여 오는데 앞에서 오던 차가 우리 앞에 멈추더니 앞에 곰이 있다고 빨리 가보라고 한다. 곰이 사라질까봐 부지런히 달리니 과연 많은 차들이 서 있고 사진 찍느라고 도로가 꽉 막혔다. 우리도 내려 곰을 찍으려고 달려가니 곰이 싫증이 났는지 막 가려고 한다. 겨우 곰의 엉덩이만 찍고 다시 차에 올랐다.

맘모스 핫 스프링 호텔에 들러 체크인하고 석회암으로 된 테라스를 보러갔다. 산 전체가 하얀 석회암으로 된 곳에 물이 흐르며 계단식 물웅덩이를 만들어 테라스 모양을 이룬 곳이다. 이곳의 테라스는 늙었는지 물도 별로 없고 색도 누르스름하게 변하여 터키 파묵칼레에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터키의 테라스가 청년이라면 이곳의 테라스는 이미 노년기를 맞고 있다.

입구에 리버티 캡(LIBERTY CAP)이란 거대한 돌이 서 있다. 우리가 보기엔 꼭 남근석 같이 생겼는데 왜 자유의 모자란 이름을 붙였나 모르겠다. 이름 붙이는 사람에게 한 수 가르쳐주고 싶다. 아마 이곳 사람들은 이런 이름은 성추행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솔직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결 정감 있다.

클레오파트라 테라스는 왜 클레오파트라인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클레오파트라가 이걸 봤으면 대성통곡 할 것 같다. 그래도 미경이는 전체 모양이 클레오파트라 머리같이 생겼다고 우긴다. 모든 사물은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더 올라가 뉴 블루 스프링(NEW BLUE SPRING)이란 곳에 오니 물도 흐르고 뭔가 묘한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마치 공상과학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곳 같다. 마지막 남은 햇살을 붙잡듯 한 컷씩 찍고 다음 날 아침 다시 보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테라스 제일 위쪽 주차장으로 올라가 어제 본 뉴 블루 스프링으로 갔다. 아침 햇살은 받은 테라스는 어제의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반대편에서 해가 비추니 작은 물결이 어라연처럼 반짝이고 기온이 낮아져서 그런지 더 많은 수증기가 피어올라 신비감을 더한다.

오렌지 스프링 마운드는 이름 그대로 오렌지 빛이고 엔젤 테라스는 천사처럼 흰 옷을 입었다. 맘모스 핫 스프링 지역에서 타워 루즈벨트 지역으로 가는 길은 온통 야생화 밭이다. 아침 햇살을 받은 야생화를 보느라 지루한 줄도 모르겠다. 야생화는 보면 볼수록 완벽한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보석이란 생각이 든다.

루즈벨트 지역에 있는 규화목을 보러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웬 들쥐가 그리 많은지 완전 쥐판이다. 이 규화목은 50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화산재와 모래 등이 산림을 뒤덮으며 생겼다고 한다.

좀 더 가니 주상절리가 발달한 계곡이 나타났는데 햇빛의 방향이 맞지 않아 검게 보인다. 주상절리는 마그마가 식을 때 부피가 줄면서 생긴 돌기둥인데 주로 육각기둥을 이룬다.

타워폭포(TOWER FALL)라고 써 있어 얼마나 멋진가 내려가 보니 제법 큰 폭포가 쏟아진다. 하지만 어제 본 로우어 폴(LOWER FALL)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그래도 아래에서 보면 나을까 하고 강바닥까지 한참 내려갔더니 폭포 밑으로 가는 길을 막아 놓았다. 위험하여 길을 폐쇄했으니 보수공사가 끝날 때까지 가지 말라는 안내판이 있다.

아니 못 가면 못 간다고 위에다 써 놓을 것이지 20분이 넘게 급경사 길을 내려왔는데 이럴 수가 있나? 하고 툴툴거리며 다시 올라왔다. 다 올라와 보니 내려가는 길옆에 NOTICE(주의)라고 하고 이 길은 강 밑 부분까지 갈 수 있지만 폭우로 길이 유실되어 폭포 밑에는 갈 수 없다고 써 있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써 놓았다. 이걸 못 보고 내려간 내가 잘못이지 누굴 탓하랴?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타워폴(TOWER FALL)에서 캐년빌리지 쪽으로 가다가 워시번(WASHBURN) 마운틴 트레일로 올라갔다. 이곳은 수목한계선 위쪽이라 나무는 별로 없고 완전히 야생화 밭이다. 온갖 야생화가 만발한 곳에 앉아 사진을 찍으려니 천상의 화원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싶지만 갈 길이 먼 관계로 도중하차하고 내려왔다.

어제 시간이 없어 못 본 노리스 가이저 베이진으로 다시 갔다. 이곳의 가이저(GEYSER:간헐천)들은 늙어서 힘이 다 빠졌는지 영 힘이 없다. 어떤 구멍은 물은 커녕 가스도 안 나온다. 사람이나 화산이나 늙으면 구멍에서 물 안 나오는 건 다 똑같다.

두 시간 가까이 뙤약볕에서 유황증기 맡으며 돌아다니려니 산 채로 바베큐가 될 지경이다. 유황증기만 조금 마셔도 이렇게 목이 아프고 골이 핑핑 도는데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유황불이 훨 훨 타오르는 지옥은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이 안 간다.

그래도 에메랄드 스프링의 물 색깔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에메랄드 보석보다 아름답다. 핫 스프링의 색이 보통 푸른빛을 띠는 것은 뜨거운 물이 다른 모든 빛은 흡수하고 푸른빛만 반사하기 때문이라 한다. 에메랄드 스프링의 색깔이 진녹색을 띠는 것은 이 푸른빛과 8m 깊이에 있는 유황의 노란색이 합쳐져 생긴 빛이라 한다.

화운틴 페인트 팟(FOUNTAIN PAINT POT)은 진흙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연못인데 열을 좋아하는 호열성 생물이 아황산가스를 황산으로 변화시키고 이 황산이 암석을 녹여 진흙으로 만든다고 한다.

노리스 가이저를 다 보고 어제 엉뚱한 곳으로 가 못 본 미드웨이의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을 산 위에서 보려고 다시 미드웨이로 갔다. 산 위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그냥 통과해 달리는데 미경이가 저기 다리가 있다고 외친다.

다리를 건너가니 과연 주차장이 나타나고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으로 가는 트레일이 있다. 이 스프링을 항공사진으로 찍은 것을 TV에서 보았는데 그 색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첫 눈에 반했다. 항공에서는 못 볼지언정 산 위에서라도 그 모양을 보려고 넷이서 부지런히 걸었다. 한참 가니 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여 그리로 올라갔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프리즈매틱 스프링의 모양은 점점 둥글게 변하고 옥색 물빛과 주위의 주황색 테두리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 발 올라가서 찍고 또 한 발 올라가 찍고 계속 찍느라고 정상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스프링 옆의 길로 다니는 사람들의 행렬이 마치 줄 지어 다니는 개미 같다. 눈에 진물이 나도록 실컷 보고, 내려오며 또 보고 한 없이 바라보다가 산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여덟 8자로 된 길을 사흘 동안 몇 바퀴씩 돌면서 옐로스톤의 구석구석까지 다 본 우리는 미련 없이 남문을 나와 잭슨으로 향했다. 잭슨으로 가는 길은 웬 도로공사가 그리도 많은지 툭하면 일방통행이라고 차를 세운다. 기름은 떨어져 빨간 불이 들어오는데 주유소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탄 차는 기름 없다고 삑~ 삑 소리를 내고 앞으로 50마일 밖에 못 간다고 아우성이다. 미리 소리로, 글씨로 경고장을 보내니 편리하기는 하다.

잭슨 거의 다 가서 겨우 주유소가 나타나 기름을 잔뜩 넣고 우리가 예약한 코아에 늦는다고 전화를 하니 10시까지 있을 테니 빨리 오라고 한다. 내비게이션만 믿고 계속 가는데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다 왔다고 한다. 아무래도 지나친 것 같아 되돌아와 마트에 들러 물으니 이미 지나왔다고 한다. 다시 가며 아무리 봐도 코아 표시가 없다. 캠핑 차들이 보여 그리로 들어가니 거기가 맞는다고 한다. 결국 10시가 넘어서 겨우겨우 찾아들어갔다.

 

15

커피까지 잘 먹고 티톤 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잭슨 레이크 댐을 보았는데 댐에 비친 설산이 그림 같다. 그랜드 티톤 공원은 아침에 봐야 좋다더니 과연 아침 햇살을 담뿍 받은 설산은 장엄하기 그지없다.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한 노부부도 개를 데리고 찍고 있다. 우리가 둘 씩 찍으려니 여자가 찍어주겠다고 다 같이 찍으란다. 네 명이 같이 찍은 후 당신도 찍어줄까? 라는 뜻으로

“FOR YOU?" 했더니 단박 알아듣고

“GREAT!" 한다.

노부부는 개까지 안고 미소 지으며 포즈를 취한다. 젊은 부부가 다니는 것도 좋아 보이지만 노부부가 같이 여행 다니는 걸 보면 더 부럽고 아름답게 보인다.

스트링 레이크를 지나 제니 레이크에서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갔다. 배 삯은 어른이 왕복 10달러다. 그런데 표는 주지 않고 손등에 도장을 찍어준다. 푸줏간에 걸어 놓은 고기에 찍힌 도장 같다.

호수 건너편에 내려 히든 폭포(HIDDEN FALL)를 보고 인스피레이션 포인트로 올라갔다. 여기서 간식을 먹으며 내려다보는 호수는 쪽빛 바다 같고 고요한 수면 위로 하얀 꼬리를 달고 다니는 유람선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가만히만 있어도 이름대로 영감이 팍 팍 떠오를 것 같다.

여기서 간식을 먹다가 과자를 떨어뜨렸더니 순식간에 다람쥐가 나타나 낚아채듯 물고 사라진다. 금방 다 먹었는지 또 나타나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데 야생동물에게 먹이 주지 말라는 경고문 생각이 나서 떨어뜨리지 않고 다 먹어 버렸다.

다시 호숫가로 내려와 호수를 건너서 솔트레이크 시티로 향했다. 경치 좋은 길로 간다고 베어레이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베어레이크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요트 타는 곳으로 들어가려니 입장료가 있다. 우리는 내고 들어가려고 했더니 입구에 있는 사람이 요트 탈거냐고 한다. 사진만 찍고 갈 거라고 했더니 그냥 들어가란다. 들어가서 호수를 배경으로 찍고 요트를 배경으로 찍고 공짜로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왔다.

여섯 시간이 넘게 운전하려니 햇빛과의 전쟁, 졸음과의 전쟁이다. 미경이는 정민이 아빠 뒤에 앉아 수시로 지압을 해준다고 어깨도 두드리고 머리도 꾹 꾹 누르고 난리를 친다. 돌팔이 안마사라 제대로 약발이나 받았나 모르겠다. 다음에는 책보고 자기 남편에게 연습 많이 해서 잘 해주겠단다. 미경이 남편이 이 소리 들으면 나는 연습용이냐고 섭섭해 할 것 같다.

나는 뒤에서 간식 담당이라 연방 오징어 땅콩 있어요. 하비스트 있어요.”하며 졸음 퇴치에 힘쓴다. 정민이 아빠는 대장 하랴 가이드 하랴 포터 하랴, 기사에 찍사까지 15역을 하려니 거의 극한 상황에서 헤매고 있다.

이 날도 데이즈 인 모텔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었다. 저녁을 먹으려고 온 시내를 헤매다가 겨우 빵으로 요기하고 돌아 왔다.

 

~ ~ ~ 아치스공원

며칠 전부터 차 트렁크 문이 잠기지 않아 벌쭘하니 열고 다녔더니 보는 사람마다 너희 차 트렁크 열렸다고 일러준다. 마땅히 차 바꿀 곳이 없어 그냥 끌고 다니다가 솔트 레이크 시티 공항으로 정민이 아빠와 재숙이가 아침 일찍 차를 바꾸러 갔다.

미경이와 나는 모텔에서 기다리며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맞아 엽서를 세 장 썼다. 로비로 가 한국으로 엽서 부칠 수 있나 물으니 우표가 한 장 밖에 없단다. 46센트 주고 한 개만 맡겼다.

잠시 후 재숙이네가 차를 바꾸어 왔는데 고속도로로 진입하다가 과속으로 경찰에게 걸려 딱지를 끊었다고 한다. 진입 인터체인지에서는 시속 35마일로 달려야하는데 65마일로 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점도 받게 생겼다. 공연히 미경이와 내가 따라 붙어 짐을 너무 많이 실어 트렁크가 고장 났나 싶고 미안한 마음이 뭉클 뭉클 솟아오른다.

짐을 다시 다 싣고 아치스 공원으로 출발했다. 가다가 그린리버 휴게소에서 아이스 바를 사 먹었는데 어찌나 딱딱한지 이놈 먹다가 내 이 부러지게 생겼다. 아치스 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살인적인 햇빛과 용광로 같은 땅이 우리를 맞는다.

파크 에베뉴와 라 살 마운틴 뷰포인트(La Sal Mountains Viewpoint)에서 멀리 모압 너머의 라 살 산맥을 보고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조금 들어가니 세 명의 사람이 모여 얘기 하는 모습의 쓰리 가십스(Three Gossips) 바위가 보이고 그 앞에는 양의 모습을 닮은 양 바위, 바벨탑 바위, 오르간 바위 등이 보인다.

배는 고프고 태양은 사람 잡을 듯 내리 쬐니 잘 하면 단체로 일사병 걸리게 생겼다. 빨리 밥을 먹으려 해도 피크닉 장소도 없다. 결국 발란스드 락(Balanced Rock)까지 보았는데 뾰족한 바위 꼭대기에 머리통 같은 큰 바위가 균형을 잡고 놓여있다. 얼굴 모양이 어찌나 기괴한지 마귀할멈 같기도 하고 심한 화상을 입은 듯도 하다. 목은 너무 가늘어 얼마 못 가 곧 목이 부러질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금강산보다 열 배 백 배 멋진 아치들을 보려니 식전경도 불사하고 지글지글 타는 태양 아래서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 황량한 사막 속에 나무도 있고 물도 나오는 피크닉 장소가 나온다. 여기서 가져온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병에 물을 채웠다.

우리 옆 테이블에는 스페인 사람 같은 가족이 식사를 하는데 남자 아이들이 죽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논다. 여자애들은 바위에 새, , , 사람 등을 그리며 놀고 있다. 다 그린 후 그림이 재미있어 내가 사진을 찍었더니 수줍은 듯 웃는다.

겨우 원기를 회복한 후 악마의 정원(DEVILS GARDEN)으로 갔다. 여기서 부터는 뙤약볕 아래 양산을 쓰고 걸어 들어갔다. 날씨는 악마 같지만 경치는 천국 이다. 기기묘묘한 붉은 바위가 발걸음을 잡는다. 붉은 악마라고나 할까? 한 시간 가량 걸어가니 랜드스케잎 아치(LANDSCAPE ARCH)가 나타난다. 그 거대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진다.

여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중간이 무너져 벽만 남은 월 아치(WALL ARCH)가 나오고 더 들어가니 더블 오 아치(DOUBLE O ARCH)가 나타난다. 이 아치는 이름 그대로 O자 모양의 구멍이 위 아래로 두 개 뚫렸는데 위의 구멍이 훨씬 크다. 아래 구멍을 통과하여 바위 그늘에 누워 쉬다가 다시 주차장을 향해 나왔다.

원래 파티션 아치(Partition Arch)는 생략하기로 했었는데 정민이 아빠는 휑하니 미리 내려가고 우리 셋은 갈림길을 놓치는 바람에 파티션 아치 쪽으로 갔다. 파티션 아치는 분할이 균등하지 못해 큰 구멍과 작은 구멍이 옆으로 나란히 뚫렸다.

정민이 아빠가 걱정할 것 같아 부지런히 주차장에 오니 정민이 아빠는 미리 와서 세수하고 물 먹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모래 길과 바윗길을 세 시간 걷고 났더니 발바닥이 당긴다. 일본서 사온 발바닥 파스는 큰 짐에 있어 배낭에 있던 트러스트 패치를 발바닥에 붙였다. 여기서 다시 차를 타고 윈도우즈 아치(WINDOWS ARCH)로 갔다. 윈도우즈 아치는 마치 사자 눈알을 닮은 두 개의 아치인데 그 크기가 어찌나 거대한지 아치 안에 서 있는 사람들이 개미 같아 보인다. 우리도 남쪽 창문 아치와 북쪽 창문 아치로 넘나들며 사진을 찍어댔다.

마지막으로 델리케이트 아치를 보러갔다. 주차장에 오니 벌써 해가 많이 기울었다. 정민이 아빠는 모압 코아에 늦는다고 전화하려니 전화가 불통이다. 델리케이트 아치는 산을 한참 기어 올라가야 하는데 발바닥이 당기니 천천히 올라갔다. 재숙이와 미경이는 벌써 저만큼 올라가 조그마한 점으로 보인다. 해가 지면 달빛에 보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서서히 올라가니 산을 넘어 깎아지른 절벽 옆으로 길이 나있다.

절벽을 도는 순간 눈앞에 나타나는 거대한 아치가 숨을 멎게 한다. ~ ~ ~ 라는 감탄사와 함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델리케이트(Delicate)라는 말 그대로 섬세하고 우아하고 정교하게 생겼다. 델리케이트 아치는 높은 곳에 있어 아직 해는 지지 않고 아치 밑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다. 서로 아치 한 가운데서 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우리도 줄을 서 독사진도 찍고 둘이서도 찍고 정신없이 찍어댔다. 잠시 후 밑에서부터 서서히 그늘이 지더니 드디어 아치 꼭대기까지 어두워졌다. 절벽 길 쪽에서 해넘이까지 완벽하게 보고는 하산을 서둘렀다.

재숙이와 정민이 아빠는 작년에도 왔었다는데 우리를 위해 이 땡볕에 다시 여기 와 준 것이 고맙기 그지없다. 마트에 들러 시원한 수박과 얼음에 잰 파인애플, 고기 등을 사가지고 코아에 오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불이 켜 있어 다행이다 했더니 그 순간 불이 꺼진다. 문을 두드리고 헬로를 연발하여 겨우 방 배정 표를 받아 우리의 숙소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뙤약볕에 지친 우리는 우선 수박과 파인애플을 허겁지겁 먹고 기운을 차린 후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고기를 구어 먹고 밀린 빨래하고 샤워 하니 새벽 두 시가 넘었다. 매일 강행군을 하느라 하루 다섯 시간 자기도 힘들다. 이거 마지막 날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모압 코아는 파리 코아

아침을 먹으려는데 웬 파리가 그리도 많은지 파리 쫓다 세월 다 간다. 우리는 파리가 먹기 전에 먼저 먹으려고 부지런히 먹는다. 그야말로 파리와의 전쟁이다. 아무리 쫓아도 악착같이 달려드니 결국 파리와 함께 회식을 한다. 먹겠다는 놈 당할 수 없다.

인디언 유적지가 있는 메사버드(Mesa Verde)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커다란 바위에 HOLE N" THE ROCK 이라고 쓰여 있어 들어가 보니 일종의 휴게소다. 재숙이는 골프 치니까 쇠로 만든 골프 치는 사람 앞에서 찍고, 나는 소띠니까 소 앞에서 찍었다. 미경이는 개뼉다귀 앞에서 찍었다. 여기서 가지고 다니던 엽서 두 장을 마저 부치고 다시 출발했다.

메사버드에 도착해 최고로 높다는 파크 포인트에 오르니 웬 휴게소 같은 건물이 있다. 휴게소인가 하고 들어가니 산불 감시 초소다. 한 아가씨가 컴퓨터 앞에 앉아 근무하고 있다. 내려오며 내가 장래 희망이 산불 감시원이라고 했더니 미경이가 웃으며 잘 해보란다. 산에 매일 가는 것은 좋은데 졸음이 많은 게 문제다. 산불 난 줄도 모르고 졸고 있으면 어쩌냐 말이다.

공원 안으로 한참 들어가 스푸르스 트리 하우스라는 곳에 가서 무슨 유적이 있나 들어가 보니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뿐이다. 스푸르스는 독일 가문비나무라고 하니 근처에 가문비나무가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나와 인디언들의 주거지인 핕 하우스(PIT HOUSE)와 스퀘어 타워 하우스, 썬 템플, 클리프 팰리스(CLIFF PALACE) 등을 보았는데 깎아지른 절벽에 어떻게 이런 건물 들을 지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자세히 보려면 1.5 달러를 내고 공원 레인저와 함께 다니며 절벽 아래로 내려가 설명을 들어야 한다. 갈 길도 바쁘고 들어도 알아듣지 못 하는 우리는 그냥 블랙캐년을 향해 출발했다.

100만 불짜리 도로라는 산 후안 스카이웨이로 들어서니 록키산에서 보던 것과 같은 산악도로가 이어진다. 두랑고에서 오레이까지 가는 이 길은 급경사와 급커브의 연속이라 아차하면 천국으로 직행하게 생겼다.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 덕에 별 탈 없이 해 떨어지기 전에 구니슨의 블랙캐년 모텔에 도착했다. 해가 남았는데 그냥 있을 수 있나? 블랙캐년에서 해 지는 것을 본다고 짐도 내리지 않고 블랙캐년의 썬 쎝(SUNSET) 뷰포인트로 달렸다. 출입구 직원이 퇴근하고 없어 지도를 받지 못해 이정표를 보며 산으로 오르니 벌써 한 부부가 일몰을 기다리고 있다.

미경이와 재숙이가 전망대 기둥 위에 달랑 올라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니 그 모습이 우스운지 부인이 동생들 모습을 찍는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온갖 폼 잡으며 사진을 찍고 다시 모텔로 돌아왔다.

 

인간이 거니는 신들의 정원

어제 산 콜라컵 두 개와 날진통 두 개에 얼음을 가득 채웠다. 다시 블랙캐년으로 가 페인티드 월(Painted Wall)을 보았다. 이름대로 거대한 바위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듯하다. 살아있는 용 두 마리가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인데 머리부터 꼬리까지 완벽하다. 입에는 여의주까지 물었다. 세다 포인트(Cedar Point)의 세다는 히말라야 삼목이라고 되어있는데 전망대 가는 길에 있는 향나무 같은 걸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블랙캐년을 나와 캐년씨티의 로얄 죠지 브릿지로 향했다. 로얄 죠지 브릿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현수교인데 1927127일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정민이 아빠는 주차하러 가고 여자 셋이 매표소 앞으로 갔다. 입장료를 보니 꽤 비싸다. 넷이서 들어가려면 100달러는 들게 생겨 망설이고 있는데 정민이 아빠가 여기 언제 다시 오겠냐고 들어가자고 하여 큰 맘 먹고 들어갔다. 그동안 재숙이네가 작년에 80달러 주고 산 연 회원권으로 모든 국립공원을 다녔더니 공짜 좋아하는 버릇이 붙었나보다.

알칸사스강 위에 강철 줄로 매달아 놓은 이 다리는 차들도 통행할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우선 케이블카를 타고 협곡을 건넌 다음 다시 걸어서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에는 각 주의 깃발이 꽂혀있고 강에서의 높이가 1053피트라고 하니 약 316m나 된다.

다리를 건너며 밑을 보니 협곡 아래 철로로 기차가 달린다. 입장료에 케이블카 비용과 인클라인 레일웨이(INCLINE RAILWAY) 비용이 포함돼 있어 이걸 타러 가니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 기차는 협곡 아래까지 가는 기차인데 급경사를 내려가려니 기차가 계단식으로 되어 협곡을 보며 내려가게 해 놨다. 기차의 적재량은 어른 30명 또는 5100파운드, 또는 2313kg이라고 써 있고 6분마다 출발한다고 적혀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루할까봐 그랬는지 빨간 등 같은 것이 매달려 있고 수시로 벌새가 와서 무엇인가를 먹고 있다. 세 번 만에 겨우 타고 내려가니 협곡 아래 기차 정류장이 있고 강물은 요동치듯 흐르고 있다. 마침 기차가 오기에 내려다보니 천장이 있는 칸도 있고 없는 칸도 있다. 값도 비싼데 사람이 바글바글 타고 있다.

다섯 시가 넘어 코끼리 열차는 포기하고 신들의 정원으로 달렸다. 신들의 정원이라고 해서 꽃이 핀 아담한 정원인 줄 알았더니 이런 것은 인간의 정원이고 거대한 암석들이 줄줄이 서있다. 비지터 센터에 들어가니 각국어로 환영한다는 말이 써 있는데 놀랍게도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라는 한글도 보인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우르릉 쾅 쾅 하며 빗줄기가 양동이로 들이 붓듯 퍼붓는다. 도저히 걸어 다닐 수가 없어 일단 차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신들의 정원에 인간이 거닐려고 했더니 신이 노했나보다.

우선 안쪽 길로 한 바퀴 돌다 내려 사진을 찍으려니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떴다. 잠시 후 보니 그 위에 또 무지개가 있다. 이런 쌍무지개를 보여주려고 그리도 퍼부었나보다.

다음에는 밸런스드 락(Balanced Rock)을 보러갔는데 여기의 바위도 커다란 암반 위에 큰 돌덩이가 비스듬하게 아슬아슬 균형을 잡고 놓여있다. 이 바위 옆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한 꼬마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올라가더니 바위 밑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큰 바위를 들고 있는 폼으로 사진을 찍는다. 헤라클래스라고 칭찬하니 더 번쩍 든다.

다시 돌아 나오며 샴쌍둥이 바위를 보았는데 둘이 모자를 쓰고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실제 샴쌍둥이는 몸이 붙었는데 이 쌍둥이는 서로 떨어져있다. 벌써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으려 하니 더 이상 볼 수 없어 덴버로 향해 출발했다. 가는 도중 사방팔방에서 번쩍 번쩍 번개가 내리 꽂힌다.

덴버의 컴포트 인(Comfort INN)에 도착하니 비는 퍼붓고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비행기도 운전하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덴버 공항으로 향했다. 차를 돌려주기 전에 기름을 가득 채우려고 주유소를 찾으니 길 건너편 왼쪽에 있다. 중앙 분리대를 못 보고 그냥 좌회전으로 나오니 역주행이다. 다행히 반대편에서 차가 안 왔기 다행이지 무슨 007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큰 일 날 뻔 했다. 분리대가 끊어진 곳으로 나와 주유소로 들어갔다.

덴버 공항 근처에서 차를 반납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덴버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 앉아 미리 준비해 온 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비행기에 올랐다. 의자에 앉으니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실신하듯 잠에 빠져 든다. 정신없이 졸다 깨니 벌써 LA 공항이다.

우리 셋은 이렇게 정신없이 잤는데 정민이 아빠는 잠이 안 와 잠을 못 잤다는 것이다. 비행기도 운전하려고 그러나 아직도 할 일이 남아서 그러나 하여튼 책임감이 무섭기는 무섭다.

LA 공항에 내려 공항버스를 타고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했다. 공항버스 의자에 앉아 앞의 할머니를 보니 커다란 곰 인형을 안고 있다. 귀에는 리본까지 예쁘게 맸다. 애완용 곰 인형인가 보다. 나도 집에 곰 인형이 하나 있다. 몇 년 전 내 생일 때 아들 며느리가 사 준 것이다. 그놈이 안방 의자에 앉아 언제나 빙긋이 미소를 짓고 있으니 바라볼 때마다 나도 미소가 떠오른다.

엘리베이터를 타니 또 한 할머니가 큼지막한 곰 인형을 들고 있다. 곰 인형 좋아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할머니들의 특징인가 보다. 티켓을 끊으려고 대한 항공 창구 쪽으로 가니 대한 항공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이 반가이 맞이한다. 대한 항공 유니폼만 봐도 반갑고 마음이 턱 놓인다.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하는데 그곳 직원 청년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고 인사도 잘 한다. 한국 사람이 많으니 한국말을 배웠나보다. 그 성의가 가상하고 고맙다.

또 잠에 빠져 헤매다 눈을 뜨니 요요마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다. 요요마라면 세계적인 첼리스트라 무심코 바라보니 그 부모의 교육철학이 철저하고 요요마 자신도 끊임없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재미 중국동포 2세인 그는 실크로드를 다녀와 자신의 여행담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에 음악이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것 같다.

글은 작가의 머리에서 나와 글로 표현된 것이 다시 다른 사람의 머리로 들어가 재조립을 해야 전달되는데 음악은 가슴에서 가슴으로 직접 전달된다. 음악이 빛의 속도로 전한다면 그림은 소리의 속도로, 글은 자동차의 속도로 전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가 하버드 대학 다닐 때 생활이 나오자 내 눈이 더 커지고 귀가 쫑긋 세워졌다. 다음 달이면 하버드로 유학을 떠날 아들 생각이 떠오르고 내 아들도 저렇게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순간 떠오른다. 하지만 곧 저렇게 유명인사가 되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에 그냥 평범하고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요요마의 다큐멘터리가 끝나고 화면을 보니 우리의 비행기는 베링 해의 날짜 변경선을 넘고 있다.

 

빈대 코아 파리 코아가 그립네

열흘 동안 밥 하느라 고생한 동생들이 조금이라도 편하라고 앞의 자리로 잽싸게 옮겨왔다. 다행히 두 자리가 비어 다리를 잔뜩 구부리고 자리에 누웠다. 10시간 가까이 두 다리를 못 펴니 빈대가 있고 파리가 있어도 두 다리 쭉 뻗고 자던 코아가 그립다.

그나마 나리타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향할 때는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이 꽉 들어차 눕지도 못했다. 그래도 두 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으니 견딜 만하다.

인천 공항에 내리니 검역소 직원들이 나와 귀에 체온계를 대고 일일이 검사를 한다. 열은 안 나지만 그래도 걸릴까봐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 한다.

공항을 나와 우리 차에 오르고 나서야 열이틀 동안의 긴장이 풀린다.

 

생각할수록 로키(Rocky)를 만난 것은 럭키(Lucky)이고 이런 세상을 만들고 잠시라도 이 안에 내가 있게 한 창조주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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