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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2025. 9. 22. 일본 오제국립공원

by 아~ 네모네! 2025. 9. 28.

또 오제?

 

이현숙

 

기간 : 2025922~ 2025926

장소 : 일본 오제 국립공원

 

  일본 오제국립공원은 갔다온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하여 내 버킷리스트에 오래전부터 담겨있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티엔티에서 간다는 것이다. 무조건 따라붙었다.

 

922일 나리타

  출발이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이런저런 마무리를 하고 4시 반에 집을 나섰다. 무거운 짐을 질질 끌고 사가정역을 지나 홈플러스 앞으로 갔다. 차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시간이 10분 남아서 화장실이나 갈까 하고 밑으로 내려가는데 작은 안내문이 보인다. 어두컴컴한 데서 잘 보니 공항버스 정류장이 건너편 아이파크 앞으로 이전되었다는 것이다. 화장실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길을 건너가니 저 앞쪽에 버스가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공항버스다. 버스에 오르니 휴~ 하고 한숨이 나온다. 화장실을 안 가고 그 안내문을 못 봤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리저리 돌며 사람을 태우더니 나중에는 자리가 없단다. 나는 종점에서 탔으니 천만다행이다.

  공항에 도착하여 E카운터 쪽으로 가는데 누가 손을 흔든다. 자세히 보니 복선씨다.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고 하니 택시를 타고 왔단다. 공항버스 주차장에서 기다리는데 한 남자가 오늘 버스가 안 온다고 하여 같이 택시를 타고 왔단다. QR코드를 찍었더니 그런 메시지가 떴다고 한다. 그날 아침까지 인터넷 검색에는 아무 말이 없었다는데 이거 참 황당하다. 그 집 식구 세 명과 함께 1터미널까지 공짜로 오고 거기서 2터미널까지만 택시비 냈단다. 참 복 많은 사람은 하늘이 도와 준다.

  짐을 부친 후 복선씨가 라운지에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라운지라면 다 같은 라운지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First class 라운지로 갔더니 다른 곳으로 가란다. 다음은 Sky Hub 라운지로 갔는데 거기도 아니란다. 공항 이끝에서 저끝까지 헤매다가 Prestige 라운지로 갔다. 여기는 맞는데 자리가 없으니 대기 신청을 하고 기다리란다. 참 밥 얻어먹기 힘들다. 그래도 복선씨 덕에 한끼 잘 먹었다.

 

  게이트 앞으로 오니 정연씨가 안경집을 준다. 지난 번 만났을 때 정연씨 것을 보고 예쁘다고 했더니 쿠팡에서 샀다고 하나 준다. 정연씨와 나는 같은 해에 남편을 잃어서 그런지 뭔지 모를 동료 의식이 있다. 그런데 나는 주는 거 없이 받기만하니 항상 미안하다.

 

  비행기에 오르니 순환씨 친구 미숙씨가 간식을 한 보따리 준다. 한 달은 먹게 생겼다. 또 안숙씨는 자기가 만든 약식을 준다. 순환씨 친구들은 순환씨를 닮아 베풀기를 좋아하나 보다. 나는 쥐뿔도 안 가져와서 날름날름 받아 먹기만 했다.

 

  한국에서 이륙하는데도 엄청 시간을 끌더니 나리타공항에서 착륙 후 공항 건물까지 오는데도 죙일 걸린다. 온갖 절차를 다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김사장님 아들 도현이와 여자 친구 아리사가 인사를 한다. 풋풋한 싱그러움이 물씬 풍긴다. 이번에 우리 차도 몰고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렌터카 사무실에 오니 김사장님 여동생이 미리 와서 물도 나누어 주고 이것저것 도와준다. 김사장님은 일본에 아는 사람도 많다. 여동생 세 명이 다 일본 산다고 한다.

  나리타를 떠나 세 시간 반을 달려 오이가미에 있는 산락장호텔에 들었다. 방에 오니 다다미방에 이부자리가 얌전히 펴져있다. 탁자 위에는 다이얼을 돌리는 옛날 전화기가 있다. 일본 사람들을 옛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나 보다.

 

  짐을 풀고 식당으로 내려가 저녁식사를 했다. 음료도 주류도 포함된 푸짐한 부페다.

식사 후 방에 와 수건을 갖고 온천탕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에 로비에 가서 유카타인지 뭔지 일본옷을 가지고 갔다. 신장별로 분류돼 있어 자기 키에 맞는 옷으로 고르면 된다. 온천탕에 가니 아무도 없다. 복선씨와 둘이 씻고 있는데 안숙씨가 들어온다. 안숙씨는 때수건까지 가져와 우리 등을 빡빡 밀어준다. 몇 십 년 만에 등가죽을 홀딱 벗겼다. 탕 안에 들어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방에 와 일본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온천장 가기 전 충전을 시켜놓았는데 얼마 안 됐다. 일본 전압이 100볼트라서 느린가 보다. 내일 산장에 가져갈 짐을 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923일 오제가하라 트레킹

  나는 엊저녁에 준 물로 내일까지 먹는 줄 알았는데 복선씨는 아닐꺼 같다고한다. 김사장님에게 카톡으로 물어보니 오늘 또 주고 내일도 준단다. 물이 너무 많아서 홍수 나게 생겼다. 커텐을 열어보니 밖의 경치가 끝내준다. 전망 좋은 방이다.

 

  7시에 식당에 내려가 부리나케 식사하고 대충 챙겨 나오니 오늘의 간식과 물 등을 챙기느라 북새통이다. 6.25 때 피난 가던 사람들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하루 저녁 자는 것도 이 지경인데 언제 올지 모르는 피난길을 떠나는 사람들은 얼마나 챙길 것이 많았을까.

  류구(용궁, 후쿠와레) 폭포로 갔다. 작은 나이아가라폭포 같다.

 

  오제주차장에서 큰 짐은 우리 차에 두고 산장에서 1박 할 물건만 챙겨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숲길을 한참 달려 오제 국립공원 앞에 내리니 카페가 나온다.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는데 아메리카노밖에 없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무슨 콩으로 만들었다는데 엄청 맛있다.

 

   안내판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데크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커다란 삼나무가 나타난다.

 김사장님이 삼나무는 껍질이 말랑하다고 해서 눌러보니 정말 살짝 들어간다.

 

  조금 더 가니 곰을 쫓는 종이 매달려 있다. 곰이 많은가 보다.

 

  계속 가다가 산장에서 일본 생라면을 먹었다. 양이 엄청 많다.

 

  산장에 짐을 나르는 짐꾼도 지나간다. 짐을 어마무시하게 나르는지 지게가 엄청 높다.

 

  산장 옆에는 시부츠산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통행금지다.

산장에서 100엔씩 주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출발했다. 오제 평원이 끝없이 이어진다.

 

  물웅덩이 위의 수련 잎이 모네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물속에 잠긴 흰구름도 환상이다.

 

  길 옆 의자에 앉아 쉬는데 아리사가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도마뱀처럼 생긴 게 물 속에 있다. 물속에  있는 걸 보면 도마뱀은 아닐텐데 도롱뇽인지도 모르겠다. 아리사가 잡아서 손바닥에 놓고 보여준다. 겁도 없다.

 

  도현씨와 아리사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더 가는데 멀리 상여꾼 같은 사람들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짐꾼들이다. 이런 사람들 덕에 우리가 산장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김사장님이 마지막 사람이 '길 위의 인생' 프로에 나온 사람이라고 하니 알아 듣는지 빙그레 웃는다.

 

  앞에 홀로 걷는 청년의 모습이 아름답다. 저게 인생이지 싶다. 인생은 저렇게 혼자 와서 걷다가 혼자 가는 것이 아닐까. 저렇게 죽음의 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어두운 자궁 속에서 이 세상으로 나왔듯이 이 세상을 빠져나가면 더 멋진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지금까지 너무 죽음을 두려워하며 산 것 같다.

 

  류구산장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고 각자의 방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방에서 내다보는 전망이 기막히다.

 

  저녁 식사가 530분이라고 해서 산장 근처를 산책했다. 자작나무의 하얀 살결이 몽환적이다.

 

  방에 와서 요와 이불을 일회용 시트로 싸고 베개도 씌웠다. 시트가 1300엔인데 다 쓰고 가져가면 500엔씩 돌려주고 버리고 가면 안 준단다. 쓰레기 처리 비용 때문인 듯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목욕실에 가서 나무로 된 욕조에 몸을 담그니 온몸의 근육이 나른하게 녹아내린다. 9시에 소등을 해 달라고 해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복선씨가 준 핫팩을 끼고 자니 따땃하니 참 좋다.

 

924일 오제누마 트레킹

  어제부터 거시기 쪽이 아프다. 도토리처럼 딱딱한 종기가 생겨 걷기 힘들다. 눈구멍, 귓구멍, 콧구멍, 입 구멍에 이어 밑구멍까지 말썽이다. 가지가지한다.

  창문을 여니 새벽 안개가 자욱하다. 창밖을 보니 한 남자가 벌써 길을 나섰다. 어제 본 다른 산장에서 출발했나 보다. 꿈속에서 걷는 듯하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대할 때면 이런 세상에 와서 이토록 멋진 광경을 보도록 길을 내준 부모님께 감사한다. 이런 기막힌 세상에 살다 가는데 뭘 더 바라겠나 싶다.

 

  오늘 아침도 정갈한 밥상을 받는다. 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 하나님과 농부와 여기까지 짐을 날라다 준 짐꾼들과 조리사에게 감사한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방명록에 한 마디 남겼다. '티엔티 16명 잘 쉬었다 갑니다. 여기까지 짐을 날라다주어 잘 먹게 해주신 보카님들과 조리사님과 사장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내 밑에다 박회장님도 '잘 쉬었다 갑니다.'라고 썼다.

 

  산장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한참 왔는데 한 남자가 우리를 앞질러 달려간다. 앞쪽 산장에 묵은 사람이 조깅하러 나왔나 했더니 김사장님이 손수건을 들고 누구 거냐고 한다. 주희씨가 자기 거라고 하자 산장 주인이 주워서 가져왔단다. 이럴 수가. 그깟 손수건 하나 돌려주려고 저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오다니. 일본 사람들 짱이다. 이건 우리도 배울 점이다. 주희씨에게 손수건 찾았으니 커피 사달라, 아이스크림 사달라, 삐루 사달라 난리가 났다. 양숙씨가 주희씨에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 그 수건 버리라고 농담을 한다.

  조금 가니 산장이 나왔는데 보카 체험 지게가 있다. 안숙씨가 지고 사진을 찍는다.

 

  산장 위쪽으로 가니 삼각형 목조 건물이 있는데 옛날 화장실인 듯하다. 백두산 갔을 때도 계곡에 화장실이 있어 볼일을 보면 계곡물에 쓸려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목도 곳곳에는 붉은 줄을 매놓은 곳이 있다. 위험 표시줄이다.

 

  한참 오는데 한 할아버지가 앞에서 걸어온다. 부인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안고 온다. 짠하다. 부인과 여기 오려고 했다가 부인이 하늘나라로 간 걸까. 내 맘대로 소설을 쓴다.

  백사상 고개(시라수나토게 패스)를 넘어서 내려가니 또 습지가 나타난다. 연못에 비친 하늘이 환상이다. 눈이 시리다.

 

  계속 내려가니 오제호수가 니타난다. 여기서 도시락을 먹었다. 주먹밥이 엄청 커서 한 개만 먹었다.

 

  도현씨와 아리사도 같이 먹었는데 아리사에게 벌이 달라 붙는다. 아까 숲에서 쉴 때도 아리사에게만 벌이 붙더니 또 붙는다. 이놈도 보는 눈은 있어서 에쁜 아가씨에게만 다가간다.

호수가를 따라가니 여기도 오제 평원이 나타난다.

 

  계속 내려가니 매점이 나타난다. 주희씨가 손수건 찾은 턱으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샀다.

 

  여기서 다시 오르막길을 걸어 오제 삼평상(산페이토오게 고개, 1762m)를 넘어 하산을 계속했다.

 

  한참 내려오다가 뒤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최사장님이 목도 옆의 허당을 짚어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한다. 도현씨가 밑으로 내려서서 간신히 일으켜 목도에 앉히고 명수씨는 여보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안심시킨다. 남자가 늙으면 다섯 가지만 있으면 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다. 와이프, 부인, 집사람, 아내, 마누라란다. 최사장님은 다섯 가지가 다 있으니 복 받은 사람이다. 최사장님 배낭은 도현씨가 지고, 정이씨 배낭은 아리사가 지고 내려왔다. 젊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든든하니 좋다.

 

  계속 내려오니 대청수행 소형버스가 보인다. 여기서 이 버스를 타고 3km를 내려오니 큰 건물이 나타난다. 명수씨가 남편 넘어진 기념으로 또 아이스크림을 샀다. 오늘 아이스크림 복 터졌다. 자꾸 넘어지라고 할 수는 없고 덕분에 잘 먹었다. 여기서 355분 마지막 대형 셔틀버스를 타고 우리 차가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우리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닛코 48번 도로가 어찌나 구불거리는지 아주 사람을 잡는다. 옛날 대관령은 저리 가라다. 아사야 호텔에 도착하니 토하기 직전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할로윈데이 장식이 화려하다. 너도 나도 모자와 가면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체크인 후 방에 짐을 두고 식당에 내러가 저녁 식사를 했다. 메뉴가 환상이다. 최사장님이 와인을 냈다. 마침 오늘이 양숙씨 칠순 생일이라 제대로 된 잔치상을 받았다. 복 많은 사람은 모든 게 받쳐준다. 이런 최고의 요리를 멀미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해 아쉽다. 복 없는 년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오늘 재수 옴 붙었다.

 

  식사 후 방에 오니 이부자리를 가지런히 펴놨다. 무수리가 갑자기 왕비가 된 것 같다.

 

  탁자 위에는 예쁜 종이학도 있다.

옥상에 있는 노천탕에 올라가 플벌레 소리를 들으며 목욕을 하니 속이 좀 가라앉는다. 방에 와 황송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925일 센조가하라 트레킹

  오늘은 도현씨와 아리사가 운전을 한다. 김사장님 팔자 늘어졌다.

게곤 폭포를 보려고 케이블카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멀리 큰 호수가 보인다. 주젠지호수다. 폭포를 아래서 보려고 주차장으로 왔더니 물이 별로 없어서 티켓을 팔지 않으니 그냥 전망대에서 보고 가라고 한다. 일본 사람들 엄청 양심적이다. 주차장에서 게곤단코를 먹었는데 달달하니 맛있다.

 

  주차장에는 견학 온 학생들이 많다. 박회장님이 물어보니 초등학교 6학년이란다.

 

  다음은 류즈 폭포를 보러 갔다. 안내판에 한글이 있어서 좋다.

 

  류즈 폭포를 보고 센조가하라 트레킹을 했다. 평탄한 목도길이 걷기 좋다. 도현씨와 아리사는 우리를 내려주고 반대편 주차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저절로 힐링이 된다.

 

  폭포 아래서 낚시하는 남자가 보인다. 평화롭다.

 

  트레킹 종점에 오니 도현씨와 아리사가 박수를 치며 맞아준다. 유다키 폭포를 보고 우리 차에 올랐다.

 

  주젠지호 옆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호숫가에 있는 영국대사관별장 기념공원에서 차를 마셨다. 이번에는 양숙씨가 한턱냈다.

 

  영국식 홍차를 마시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가 있는 동조궁으로 갔다. 430분까지 입장해야 한다고 해서 뛰다시피 걸어갔다.

 

  간신히 안으로 들어가니 눈에 익은 건물이 보인다. 원숭이가 귀 막고, 입 막고, 눈 가린 조각상이 있는 건물이다. 18년 전 친정 식구들과 동경 여행 왔을 때 본 곳이다. 그 때 새어머니 칠순 기념으로 우리 가족 17명이 여기 왔다.

 

  시간이 늦어 잠 자는 고양이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는 보지 못해 아쉬웠다.

호텔로 오다가 아에온이란 마트에 들러 쇼핑을 했다. 손자가 이치란 라면이 맛있다고 해서 사려고 했더니 없단다. 아쉽다.

  호텔로 돌아와 부페식당으로 갔다. 이번에는 박회장님이 맥주를 냈다.

오늘은 1층에 있는 온천장에 가서 목욕을 하고 방으로 돌아와 짐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926일 집으로

  집에서는 밤에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가는데 복선씨가 깰까 봐 참고 잤더니 화장실 가기도 전에 질금질금 나온다.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온갖 주접을 다 떤다.

  오늘은 비행기를 타야하니 식당 문을 열기 전에 부리나케 가서 줄을 섰다. 열자마자 안으로 들어가 대충 먹고 짐을 챙겨 나왔다.

  나리타공항까지 세 시간 가까이 걸린다.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옆의 버스 사이드미러에 인형이 매달려있다. 무슨 새인 것 같은데 왜 달고 다니나 모르겠다. 운전에 방해가 될 것 같은데 말이다. 하긴 다 지 잘난 맛에 사는 건데 할 말은 없다.

 

  공항으로 달리는데 오른쪽으로 큰 부처님상이 보인다. 첫날 공항에서 숙소로 갈 때도 본 부처님이다.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든 후 오른손은 들고 왼손은 내렸다. 무슨 깊은 뜻이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공항에 도착하여 도현씨, 아리사와 작별했다. 5일간 정이 들었나 다들 아쉬워한다. 도현씨와 아리사는 랜터카를 반납하고 다시 와서 오사카행 국내선을 타고 집에 간단다.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은 언제 봐도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안으로 들어와 체크인을 하려는데 주희씨와 미숙씨의 모바일 티켓이 뜨지 않는다. 와이파이가 엄청 약한가 보다. 오늘 아침 호텔에서 다운로드를 해놨으면 좋았을 텐데. 결국 종이 티켓을 받으러 카운터로 갔다.

  출국심사를 하며 온몸을 스캔하는데 두 팔을 들고 360° 돌아야 한다. 밑의 발판이 알아서 돌아가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어놨나 모르겠다. 안으로 들어와 면세점에 들러 직원에게 며느리가 보내준 이치란 라면 사진을 보여주니 이리 오라고 하며 라면 있는 곳까지 데리고 간다. 라면을 산 후 사진을 찍어 아들 며느리 카톡방에 올렸더니 고맙다고 답장을 한다. 평소에 우리 집에 와도 밥 한 번 안 해줬는데 이거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게이트 앞에서 보딩을 하려는데 순환씨가 여권이 없다고 사색이 됐다. 정연씨가 옆에 있다가 물건 살 때 꺼내지 않았냐고 했더니 안 꺼냈단다. 그래도 산 물건이 든 봉지를 보라고 하니 열어보고 거기 있단다. 무의식적으로 거기에 넣었나 보다. 요새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티엔티 국내 여행할 때마다 순환씨가 티켓 사고 모든 계획 다 세우는데 똘똘이 순환씨가 이러면 정말 큰일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천공항에 내려 작별 인사를 하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몇 번을 와도 어리어리하다. 김포공항에서 내려 급행 전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서 7호선으로 갈아탔다.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보는데 며느리가 카톡을 한다. 어디 오느냐고 해서 7호선 탔다고 하니 아들과 사가정역으로 오겠단다. 남편이 있을 때는 남편이 와서 짐을 들어줬는데 이제 애들이 해주겠다니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번 여행은 날씨도 200, 동행들도 200점짜리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오제를 떠나려니 '또 오제?"하고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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