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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2025. 11. 3. 제주도 여행

by 아~ 네모네! 2025. 11. 8.

가멍 오멍 제주 여행

 

이현숙

 

기간 : 2025113~ 2025117

장소 : 제주도

 

  티엔티 여자들이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순환씨가 6년째 제주도에 전셋집을 얻어놓아 매년 제주도 여행을 간다. 이제 제주도의 웬만한 곳은 다 보았으니 집을 빼겠다고 한다. 올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자고 해서 선뜻 따라나섰다.

  다섯 명이 갈 계획이었는데 정연씨가 갑자기 못 가게 되어 아쉽다. 옥상 방수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는 사람보다 일하는 사람 일정에 맞춰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행이란 5박자가 맞아야 갈 수 있다. 내가 건강해야 하고, 가족이 건강해야 하고, 돈이 있어야 하고, 배우자가 허락해줘야 하고, 다른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니 여행 간다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나야 뭐 배우자가 없으니 한 가지는 해결 됐지만 이렇게 힘든 일을 드디어 하게 됐으니 보통 행운이 아니다. 그야말로 로또 당첨이다.

 

113일 출발

  아침에 요가 갔다 와서 부지런히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비행기를 타려면 항상 긴장된다. 지은 죄도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양숙씨는 제주공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김포에서 세 명이 만나 키오스크에서 좌석 배정을 하고 종이 티켓을 뽑았다. 개찰구로 가려다가 순환씨가 바이오인증을 신청했느냐고 한다. 그게 뭐냐고 하니 그거 신청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단다. 마침 근처에 바이오인증 신청하는 곳이 있어서 신청하고 들어갔다. 손바닥만 한 번 스캔하면 되니 엄청 편리하다. 똑순이 덕에 별거 다 해본다. 우리 여행 갈 때마다 순환씨가 비행기표 예약하고, 스케줄 짜고, 차 렌트하고, 운전하고 다 해준다. 난 갈 때마다 날로 먹는다. 순환씨가 건강해야 이 모임이 오래 갈 텐데 벌써부터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니 걱정이다.

  비행기에 올라 잠깐 졸고 났더니 제주공항이다. 제주도에 처음 온 것은 1968년 대학교 1학년 때다. 사대 산악부에서 한라산에 간다고 하여 희망에 부풀어 따라나섰다. 그때도 비행기가 다녔는지 모르지만 돈이 없으니 목포까지 완행열차를 타고 가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제주도 가는 배를 탔다. 중간에 육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하여 갑판 위로 올라갔는데 멀미가 나서 얼른 내려왔다. 그때는 이틀에 걸쳐서 겨우 제주도에 갔는데 지금은 김포에서 점심 먹고 출발해도 4시에 제주공항에 내리니 참 세상 많이 변했다.

 

  공항 출구로 나오니 양숙씨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만나니 더 반갑다. 렌트카를 빌려서 함덕해수욕장에 있는 폴리우드 피자집으로 가서 피자와 셀러드를 시켰다. 보기에도 엄청 화려한데 맛도 기막히다. 배가 전혀 안 고팠는데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그리 해치웠다.

 

  식사 후 마트에 들러 물과 과일을 사고 군고구마도 샀다. 조금 뜯어 먹어보니 맛이 기막히다. 이렇게 마트에서 군고구마까지 파니 길거리에 군고구마 파는 아저씨가 없나 보다.

 

  조천읍에 있는 순환씨 집을 향해 오다가 잘 아는 길이라고 내비도 안 틀고 그냥 오더니 잘못 들었단다. 요새는 내비년 말을 잘 들어야지 내 머리를 믿으면 안 된다.

  집에 와서 짐을 풀고 양숙씨가 가져온 키위를 먹었다. 농장에서 제대로 익은 거라 입에서 살살 녹는다. 양숙씨는 3일간 먹을 간식을 많이도 싸 왔다. 내일 가져갈 간식도 1인당 한 봉지씩 얌전히 싸놓았다.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정연씨가 카톡을 했다. 세계테마기행에서 조지아가 나온다는 것이다. EBS로 돌려보니 삼위일체 교회가 나온다. 원장님 생각이 난다. 우리도 거기 갔을 때 교회 앞에서 치마 두르고 스카프 쓰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조금만 더 사셨으면 지금도 세계를 누비고 다녔을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114일 서귀포 치유의 숲

  오늘은 딸의 생일이라 우선 카톡방에 생일 축하 메시지부터 올렸다.

아침에 일어나 명수씨는 부지런히 과일을 깎고 양숙씨는 이것저것 준비한다. 난 항상 먹기만 한다.

  식사 후 순환씨와 양숙씨는 오늘 볼 곳과 먹을 곳을 검색하느라 바쁘다. 명수씨와 나는 아는 게 없으니 아예 나서지 않는다. 두 동생들 덕에 우리는 잘 먹고 잘 논다.

  오늘은 양숙씨가 핸들을 잡는다. 일품 순두부집에 가서 순두부를 먹었다. 맛이 일품이다.

 

  식사를 마치고 서귀포 치유의 숲으로 갔다.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이란 표지석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직원이 나와 안내판을 보고 설명해준다.

  조금 올라가다가 왼쪽 오멍숲길로 들어섰다.

 

  원시림의 숲길이 이어진다. 가멍오멍 숲길도 지난다. 가멍 오멍은 제주도 방언으로 가며 오며라는 뜻이다. 2017년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았다는 안내판도 보인다.

 

  쭉쭉빵빵 뻗은 삼나무 숲이 환상이다.

 

  계속 올라가니 힐링센터 건물이 나타난다. 안으로 들어가니 쉴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고 벽에는 숲에게 전하는 말을 적는 판도 있다.

 

  놀멍치유숲길을 지나 시오름으로 향했다. 시오름 정상에 오르니 한라산이 코 앞이다. 정상 부근에 구름이 덮여 아쉽다.

 

  여기서 단체 사진을 찍고 하늘보멍치유숲길을 지나 하산을 시작했다. 더 내려가니 노고록 무장애나눔길이 나온다. 이 길은 데크가 깔려있어 휠체어도 다닐 수 있다. 노고록은 '여유있는'이란 제주도 방언이다.

 

  치유의 숲을 나와 교래리 손칼국수 집에 가니 정기 휴일이다. 다시 맛집을 검색하여 '낭뜰에 쉼팡' 식당으로 갔다. 낭뜰에가 뭔지 쉼핑이 뭔지 모르지만 해물전도 맛있고 수제비도 맛나다.

 

  하루종일 가멍, 오멍, 놀멍, 보멍하며 잘 먹고 잘 놀고 순환씨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의 하얀 부추꽃이 우릴 반긴다.

 

115일 따라비 오름

  명수씨 아들은 오늘이 생일이란다. 몇 년생이냐고 하니 74년생이란다. 우리 딸과 같다. 그러고 보니 나와 하루 차이로 애를 낳았다.

  오늘은 금능이모네 식당으로 가서 전복죽과 보말죽을 먹고 따라비 오름으로 갔다. 따라비란 가장이란 뜻의 따애비에서 왔다는 설과 땅하래비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오름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세 개의 분화구와 여섯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억새가 만발했다.

 

  올라가는 길에 보니 꽃향유가 피었다. 꽃향유는 배초향과 아주 비슷한데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배초향은 꽃이 원형으로 골고루 배열되었는데 꽃향유는 순한 애기처럼 뒤통수가 납작하다. 순한 애기들은 울지 않고 누워만 있으니 뒤통수가 납작할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 야생화가 피어있어 지루한 줄 모르고 올라갔다. 정상에서 모처럼 넷이서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순환씨 셔츠에 주머니가 있기에 몇 송이 꺾어서 꽂았더니 아주 그럴 듯하다.

 

  오름의 밖으로 돌고 안으로 돌고 쥐잡듯이 샅샅이 보고는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다음은 땅 속 신비의 보물 '파파빌레'로 갔다. 입장료 대신 카페에서 차를 한잔씩 주문하면 들어갈 수 있다.

파파는 아버지, 빌레는 제주도 말로 넓은 바위라는 뜻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반도 모양의 넓은 바위가 나타난다. 용암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라는데 볼수록 신기하다.

 

  용암이 흐른 길이 길게 패여 용 모양을 이룬 곳도 있고

 

  파파(아방) 얼굴 모양의 바위도 있다.

 

  여기서 나와 문개항아리 집으로 갔다. 문어 라면과 비빔국수, 튀김을 시켰다. 맛이 깔끔하고 칼칼하여 입에 착착 붙는다. 한톨도 남기지 않고 싹 쓸어먹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순환씨가 핸드폰을 보더니 음식값이 계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테이블에서 주문을 하고 카드를 꽂은 후 분명히 결제했는데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 식당에 전화하여 우리가 먹은 음식을 말하고 결제가 되었는지 살펴보라고 하니 안 됐다고 한다. 다시 금액을 물어 송금해 주겠다고 하니 너무 고마워한다. 세상에 우리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법이 필요 없겠다.

  우리가 카톡방에 오늘 사진을 올렸더니 정연씨가 멋지다고 감탄하며 오늘이 수퍼문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가 보니 청명한 하늘에 휘영청 보름달이 떴다.

 

  밖에서 보니 거실 안이 유난히 따뜻해 보인다.

 

오늘도 완벽한 하루를 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116일 노루 생태관찰원

  어제는 매운 라면을 조금 먹었더니 설사를 두 번 했다. 정로환을 먹고 잤더니 조금 가라앉았다. 날이 갈수록 내장 속 피부도 약해지는지 매운 걸 점점 더 못 먹는다. 나보다 아홉 살 아래인 순환씨는 매운 걸 잘도 먹는다.

  뭐든지 할 수 있을 때 하고,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갈 수 있을 때 가야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서둘러야 한다.

아침에 나가 보니 양숙씨가 벌써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 항상 제일 먼저 일어나 준비를 한다. 오늘도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놨다. 양숙씨 덕에 오늘 아침도 배부르게 잘 먹었다.

 

  오늘은 제주시 노루생태관찰원으로 갔다. 경로는 입장료도 무료, 주차비도 무료라서 땡전 한푼 안 냈다. 안으로 들어가니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왼쪽에 노루도 보인다. 노루는 뿔이 없는 줄 알았더니 수컷은 뿔이 있다.

 

  둘레길을 만나 거친오름 쪽으로 들어섰다. 한참 올라가니 거친오름 관찰로 입구다.

 

  왕복 1km라고 되어있는데 더 짧은 것 같다. 경사도 완만해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이름은 거친오름인데 전혀 거칠지 않다. 민둥하니 민오름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고 순환로가 있다. 순환씨가 앞장서서 순환로를 걸었다. 전망대에서 사방팔방 전망을 보고 하산을 했다.

 

  다시 둘레길을 만나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고 숫모르편백숲길 쪽으로 내려갔다. 생태연못을 지나 절물휴양림 쪽으로 갔다.

 

  절물휴양림 입구에서 노루생태관찰원까지 가는 버스가 있지만 그냥 걸어왔다. 여기서 우리 차를 타고 '사가'식당으로 갔다.

 

  양숙씨 아들이 소개한 중식당인데 깔끔하니 맛도 좋다. 볶음면과 새우튀김, 가지요리와 고구마 맛탕까지 배부르게 먹고 돌하르방미술관으로 갔다.

  사가식당 입구에는 제주 열방대학교가 있다. 아들 며느리에게 많이 듣던 학교다. 아들과 며느리는 하와이에 있는 열방대학교에 다녔다.

 

  돌하르방미술관은 김남흥관장님이 21년간 갈고 닦은 무수한 돌하르방이 있다. 하르방은 제주도 방언으로 할아버지라는 뜻이다. 입구에는 빨래판에 'OPEN'이라고 쓰여있다.

 

  그는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이 미술관을 조성했다. 작가의 제주 사랑이 느껴진다.

  미술관을 나와 오늘은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

해마다 딸네 시댁에서 쌀을 두 포대씩 보내주는데 오늘 택배가 왔다는 문자가 왔다. 아들에게 카톡으로 나는 작년에 받은 것이 그대로 있으니 다 가져가라고 했다. 저녁에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집 앞에 가니 쌀자루 위에 이런 종이가 붙어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서 보낸 거다. 이름이 틀리는 걸 보니 앞집 아줌마가 아닌가 싶다. 앞집 아저씨가 올해 초 돌아가셨다.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전화해 봐야겠다.

 

117일 집으로

  오늘은 공항에 가야 하니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청소하고 세탁기 돌리고 다들 바쁘게 움직였다. 대충 짐 정리를 마치고 집배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제 집앞에 있던 종이 사진을 첨부하여 이름이 틀리는데 혹시 잘못 배달 된 게 아닌가 물었다. 9시부터 통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미리 메시지를 보냈다.

  앞집 아줌마에게도 문자를 보내려니 없는 번호란다. 011이니 그러려니 했다. 이따 공항에 가서 집으로 전화해 봐야겠다. 하필 내가 집에 없을 때 이것 저것 오니 번거롭다.

  7시에 집을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오늘도 양숙씨가 핸들을 잡았다. 순환씨 팔이 아프니 양숙씨가 고생 많이 했다. 운전면허도 없는 나는 팔자가 늘어졌다. 무재주가 상팔자라는 말이 딱 맞는다.

  차를 반납하고 나니 집배원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1306호 것인데 잘못 붙여놨다고 한다. 다행이다.

  공항에 가서 앞집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 전화도 없는 번호란다. 오늘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집배원이 재방문하니 받으라고 알려주려 했더니 그것도 안 된다. 20년 전에 받은 전화번호라 다 바뀌었나 보다.

  공항에서 에그샌드위치를 먹고 안으로 들어갔다. 졔주도에 올 때마다 먹는데 가성비가 참 좋다.

 

  안으로 들어가 오늘 클래시모 갈 때 줄 감귤파이를 샀다. 회원들이 돌아가며 간식을 가져오는데 나도 이 기회에 한 번 사야겠다.

 

  비행기에 올라 좌석에 앉으니 모든 걸 잘 마쳤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5일간의 짧은 여행인데도 엊저녁부터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가멍 오멍 놀멍 보멍하며 잘 먹고 잘 논 행복한 여행이었다. 할 수 있을 때 가며 오며 놀며 보며 즐기다 내가 왔던 고향집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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