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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100일간의 세계 일주 12 (남아공에서 나미비아로)

by 아~ 네모네! 2025. 1. 11.

1월 10일  항해 1(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나미비아로)

  오늘도 갑판을 걷는다. 직원들이 여기 저기서 열심히 일한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내 삶이 유지된다. 크루즈 한 대를 유지하려면 무수한 도움이 필요하다. 음식 재료와 연료, 물 등 많은 것을 공급 받아야한다.
  지구는 태양이 보내주는 에너지로 유지된다. 지구는 눈에 보이는 태양에너지를 받아 쓰고 남는 에너지를 적외선으로 우주 공간에 방출한다. 그 에너지는 돌고 돌며 끊임없이 무엇인가 일을 할 것이다.
  11시에 응원 연습을 하러 갔다. 한국어 통역도 있고 앞에서 하는 사람도 있는데 따라하기 힘들다. 대충 휘젓다가 돌아왔다.

  금형씨와 복도를 지나다 보니 다른 방에는 침대에 커텐이 쳐 있다. 왜 우리 방에는 없나 하고 5층 프론트에 가서 얘기하니 돈을 내야 한단다. 금형씨가 한국에서 전화했을 때는 분명히 커텐이 있다고 했다면서 한국어 하는 직원을 불러와 얘기하니 지금 책임자가 없으니 연락해 주겠단다.
  1시 20분에 기항지 설명회를 들으러 갔다. 문에 한국어 동시  통역기 번호가 없다. 들어가서 있으면 알려주겠지 하며 제일 앞에 가서 앉았다. 설명이 시작됐는데도 통역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채널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도 들리지 않는다. 이상하게 화면 사진에도 일본말만 쓰여있다. 흰구름에게 카톡으로 물었더니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나갔단다. 나는 제일 앞에 앉았다가 나오려니 진짜 쪽 팔린다. 사람들이 계단에도 잔뜩 앉아있고 뒤에도 서 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나왔다. 나와서 선내신문을 다시 보니 아뿔싸, 일본어로만 하는 거였다. 한국어 통역은 3시 20분에 하는 건데 1시 20분 것에다 똥글배기까지 쳐 놓았으니 한심하다. 한국어 통역이 있는 것은 까만 네모에 K가 표시되어 있다.

  오늘 내 핸드폰 시계가 다른사람보다 한 시간 늦게 된 걸 알았다. 언젠가 하루에 두 번 늦췄나 보다. 갈수록 실수하는 종류도 다양해진다. 앞으로 또 뭔 짓을 저지를지 심히 걱정된다.
  금형씨와 흰구름이 또 5층에 가서 왜 안내 책자에는 커텐이 있다고 했는데 없느냐고 소송을 하겠다고 말하고 왔단다. 방에 와 잠시 있으니 방 청소하는 아가씨와 남자 직원이 방으로 확인하러 왔다. 언제 해줄지 모르겠다.
  3시 20분에 다시 기항지 설명회에 갔다. 오늘도 유스케씨가  한다. 내가 아까 왔던 걸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창피하다. 유스케씨는 유머가 넘친다. 지난 번에 자기가 소개한 맥주 먹어봤냐고 하며 그 맥주 6캔을 사준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달라는 것보다 더 무섭다.
  나미비아는 가장 오래된 사막이다. 1년 중 300일 이상 맑다.
독일 식민지였다가 1990년에 독립했다. 나미비아는 산족어로 은신처라는 뜻이다. 사막이라 기온차가 크다. 월비스베이는 남아공에 소속되어 있었다. 미국 달러가 사용 가능한 곳도 있다.
웰위치아라는 식물은 2개의 잎이 길게  자란다. 마치 잎이 여러 개인 것처럼 보이는데 1000년 이상 산다.

  물갈퀴 도마뱀도 있다.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오리처럼 물갈퀴가 있다.

  나미브사막은 8천만년 전에 생성 되었고 사하라는 1만 2천년 전에 생성 되었다. 나미브는 사구가 발달한 해안가 사막이다. 나미브는 산족 언어로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사막이 붉은 이유는 산화철 때문이다.
  나미비아 북쪽에 사는 힘바족은 진흙에 버터를 섞어서 바른다. 평생 목욕을 하지 않는다. 안료로 청결을 유지한다.

  월비스는 고래라는 뜻이다. 월비스베이는 1994년 남아공에서 나미비아로 귀속되었다. 물건을 사려면 귀항할 때 사는 게 더 싸다.
  홍합과 플라밍고가 있다.듄 7사막은 시내에서 가깝다. 등반이 가능하다. 올라갈 때 카메라에 모래가 들어갈 수 있다.

  스바코프문트는 스바코프 강의 입구라는 뜻이다 . 독일 식민시대에 건설 된 도시다. 문랜드 스케이프는 혹성탈출의 외계  행성 같은 풍경이다.
  기념품은 도자기나 힘바족 액세서리 등이 있다. 맥주는 빈트후크와 타펠이 있는데 타펠이 더 진하다.
  음식은 팝이 주식인데 옥수수 가루로 만든다. 독일 식민지여서 소시지가 맛있다. 생굴은 조심해야한다. 황제나방의 애벌레인 모파니 애벌레는 유엔이 정한 자연 식품이다.
  개별 입국 심사와 출국심사는 선내에서 이루어진다.
  저녁을 먹고 또 갑판을 돌았다. 반달이 떴다. 날짜를 보면 상현달이  맞는데 모양은 하현달 모양으로 왼쪽이 둥글다. 남반구라서 달의 모양이 우리나라에서 볼 때와 반대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엄청난 편견을 기지고 살아간다.

1월 11일  항해 2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나미비아로)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핸드폰부터 들여다본다. 형제자매방에 부고가 올라와 있다. 누가 돌아가셨나 하고 열어보니 남동생이 죽었다는 것이다. 이게 웬 일인가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 나보다 5살이 어리니 이제 70을 갓 넘겼다. 어제 막내 여동생이 다시 뇌혈관이 막혀서 재수술을 받는다고 했다. 막내동생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정신이 멍멍하다. 그저 편한 세상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거기서 엄마와 아버지도 만나고 큰 누나도 만나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사인은 토혈이라고 하는데 어쩌다가 피를 토했는지 알 수 없다. 병원에도 못 가보고 집에서 죽었단다.
  오늘도 요가를 하러 갔다. 오늘은 늑강근 운동을 했다. 늑골 아래 있는 근육을 늑강근이라고 하는데 이게 약하면 숨을 못 쉰다고 한다. 배에는 근육이 없는데 늑강근을 움직여 배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현숙이 요새 공부 참 많이 한다. 일본어 교실에서 배운 단어를 종이에 적어 외우기로 했다.

  금형씨와 흰구름이 점심 먹으러 간다고 부지런히 준비한다. 11시도 안 됐는데 벌써 가느냐고 했더니 12시가 다 됐다고 한다. 엥? 내 핸드폰이 또 1시간 늦어졌다. 시간 설정에서 분명히 자동 설정을 꺼놨는데 또 켜져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케이프타운에서 산 김치를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보니 맛이 환상이다. 그릇에 담아 14층에 가서 먹었다. 한 달만에 한국 김치 먹어보니 행복하다.
  식사 후 영어 교실에 갔다. 오늘은 숫자 세는 법과 물건 사는 법을 배웠다. 흥정한다는 말은 negotiate다.

  연달아 일본어 교실이 이어졌다. 여기서도 숫자 세는 법을 배웠다. Finger Game도 했는데 두 사람이 손가락을 내밀어 두  개를 합친 숫자를 먼저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재미있다.

  일본어 교실을 마치고 나오니 초록팀 응원하는 사람들이 와서 초록색 리본을 나눠준다. 한국인 수업이라 일부러 찾아와 나눠주니 고맙다. 나는 대충 목에 붙들어 맺는데 흰구름은 예쁘게 잘도 맺다.

  다음은 살사를 배우러 갔다. 시작하고 조금 있다가 민우씨가 남극 다녀온 사진을 화면으로 보여준다고 해서 그리로 갔다. 2023년에 40일간 아라온호를 타고 갔다.

  뉴질랜드 크라이스 처치에서 출발하려 했지만 연료 문제로 호바트로 출발 장소를 변경했다.
  코로나 때문에 1인실에서 매일 코로나 검사를 했다. 문제가 있으면 배를 탈 수 없다.
식사는 좋은 편인데 호바트 갈 때 많이 흔들렸다. 호바트에서 기름 넣고 출항 후 바로 남극으로 향했다.
  물은 패트병 물만 마셨고 그 밖에 과자, 라면, 커피, 아이스크림, 멸균 우유 등이 있었다. 날이  갈수록 점점 신선한 채소가 없어지고 저장식품만 먹었다.

  아라온은 연구선 치고는 큰 편이다. 가는 동안 밥 먹고 똥 싸는 일이 모두 였다. 1주일에 한 번 고기와 술 먹었다.
  남극대륙에는 순환류가 흐르는데 순환류에는 얼음이 없다. 남극해에 있는 얼음이 못 나오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쇄빙선으로 얼음을 깨면서 간다. 여기서 부터는 해가 지지 않는다. 해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간다.

  물개도 보고 펭귄도 보있는데 펭귄은 항상 짝을 지어 다닌다.

  수중 생물도 채집했다. 일하는 사람들은 바다에 빠질 경우에 대비해서 옷에 끈을 달아 배에 연결하고 일한다.
  음파로 수심도 재는데 민우씨는 주로 사진 찍는 일을 했다. 크릴 채집도 했는데 그 양을 보고 크릴 잡을 수 있는 양을  정한다.
크릴은 새우처럼 생겼지만 새우가 아니다. 난바다곤쟁이류다.
  얼음을 지나갈 때는 어디로 가야 좋을지 판단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을 아이스 네비게이터라고 한다.
  남극대륙에 도착하면 우선 장보고 기지에 물자를 전달하는데 이틀이 꼬박 걸린다. 이곳은 위도 74도 정도다. 여기서 낚시를 해서 기생충도 조사한다.
  염도와 온도를 재는데 기구를 바다에 넣으면 이것이 물속으로 다니면서 측정하다가 위로 떠오르는 순간에 그 데이터를 전송한다. 인공위성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인공위성이 생긴 이후로 많은 조사가 이루어졌다. 바다 밑 땅의 흙도 퍼서 건져올려 조사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편안하게 앉아서 하늘부터 물 속, 땅속까지 훤히 들여다보며 산다.

  설명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동생은 피를 토하고 죽어서 냉동실에 누워 있는데 누나라는 년이 꾸역꾸역 잘도 먹는다. 이게 모든 생명체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1월 12일 나미비아.

나미비아는 로밍도 안 되고 선내 와이파이도 안 되니 할 일이 없다. 부리나케 일어나 아침을 먹고 7층에 내려가  입국심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로밍을 하려 하면 또 시각이 1시간 늦어진다. 수동으로 맞췄는데 다시 시작하니 또 1시간이 늦어졌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시간이 되어 입국심사를 시작하기에 줄을 섰다. 입국심사는 ID 번호 순서로 해준다. 사람이 몰리니 극장안으로 돌려 혼잡을 피한다. 주최측에서도 갈수록 요령이 늘어난다.

  키다리 아저씨는 오늘 점심 때 레스토랑에 가는 줄 모르고 계란 4개에 바나나 2개, 빵까지 잔뜩 싸왔다고 한다. 카톡을 안 봤나보다. 식당에서 비주류팀, 와인팀, 맥주팀으로 나눈다고 했는데 말이다.
  오늘은 32명이 같이 자유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두 명의 입국심사가 늦어져 7층에서 한참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민우씨가 두 명을 만나서 데리고 나오기로 하고 우리는 하선하여 세 대의 차에 나누어 타고 또 마냥기다렸디. 로밍도 안 되고 와이파이도 안 되니 연락할 길이 없다. 답답하다. 핸드폰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다. 그래도 땅에 서 있으니 좋다. 100일이 지나면 배에 익숙해져서 땅 멀미를 할 지도 모르겠다.
  배를 바라보며 세 사람이 나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지루해서 철도 위도 걸어봤다. 중심을 못 잡아 비틀비틀한다. 배에서 나오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자 나왔다 나왔다 하며 다들 환호한다.

드뎌 출발하여 펠리컨을 보러 갔다. 모래 사장에 찍힌 발자국이 엄청 크다.

다음은 플라밍고다. 핑크빛을 띠는 것은 먹는 조류가 붉기 때문이다.

  호수에 있는 플라밍고도 봤다. 날으는 플라밍고도 멋지다.

듄7 사막은 현지 돈만 받고 달러나 신용카드를 안 받는다. 할 수 없이 스바코프문트에 가서 공짜로 올라갈 수 있는데로 가기로 했다. 가다가 스바코프문트 입구 환영탑 있는 곳에 내려 단체 사진을 찍었다.

물고기 모양의 휴지통도 재미있다.

스바코프문트 해안가에 있는 제티를 걸었다.제티 끝에 카페도 있다.

  제티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와이파이도 된다. 우리는 새우구이를먹었다.
  다들 핸드폰 보느라고 바쁘다. 여동생들 카톡에 남동생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꽃속에 있는 남동생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레스토랑 앞에는 공예품을 파는 힘바족 여인들이 있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차를 타고 가다가 노점상들이 있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나무로 만든 그릇을 두 개 샀다. 예뻐서 샀는데 무엇에 쓸지 의문이다.

  노점상을 떠나 대형 쇼핑몰로 갔다. 여기서 바디크림을 일곱개 샀다. 카드로 계산을 하고 조금 오니 카드가 없다. 다시 계산대로 가서 카드를 줬느냐고 물으니 줬단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거기 있다. 다시 문쪽으로 걸어 나오는데 한 흑인 여자 내 핸드폰을 준다. 아차!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계산대에 두고 왔나보다. 대형 사고 칠 뻔했다. 바다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우리 차로  달려온다. 민우씨가 사탕을 주자 서로 달라고 난리다.

  차를 타고 조금 오다가 술을 파는 곳에 멈췄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쇠창살 속에서 작은 구멍만 열어 놓고 판다. 치안이 안 좋은가 보다.
  조금 더 가다가 3호차가 되돌아간다. 한 사람이 어디엔가 핸드폰을 두고 왔다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리니 돌아왔는데 핸드폰을 못 찾았다고 한다. 난 정말 운이 좋았다.
  좀 더 가다가 사구 앞에 섰다. 너도 나도 사구 위로 올라갔다. 끝없는 사막이 펼쳐진다. 여기서 이폼 저폼 다 잡으며 사진을 찍어댔다.

사진을 실컷 찍고 항구로 돌아왔다. 오늘은 참 다사다난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