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7. 2. 3. 아빠 손은 신의 손?

아~ 네모네! 2017. 2. 6. 13:36

아빠 손은 신의 손?

아 네모네 이현숙


역시 아빠 손은 신의 손이야!”

사위가 승진할 때 들어온 난 화분을 우리 집에 하나 가져왔다. 달려 있던 꽃은 다 지고 푸른 잎만 남았다. 몇 년을 이런 상태로 있으니 나는 내다버리라고 하였다. 남편은 살아있는 것을 어떻게 버리느냐고 열심히 물을 준다. 몇 년 만에 꽃대가 쑤욱 올라왔다. 아주 튼실하게 생겼다. 남편은 아주 흐뭇해하며 애지중지 바라본다.

   내가 보기에도 기특하여 핸드폰으로 찍어 아들 딸 카톡방에 올렸다. 이걸 보고 딸이 대뜸 댓글을 달았다. 아빠 손은 신의 손이라는 것이다. 자기네 집에 있던 화분은 얼마 못가 죽어서 내다버린 지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남편은 화분 가꾸기를 좋아한다. 나는 좁은 집에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화분을 귀찮아한다. 진공청소기를 돌리려면 걸리적거려 불편하다. 내가 청소기를 마구 휘두르면 남편은 꽃대를 부러뜨릴까봐 조마조마 바라본다. 며칠 후에 보면 꽃대가 창문 쪽을 보도록 돌려놓았다. 나의 횡포에서 보호하려는 속셈이다.

   길 가다가 꽃 파는 집을 보면 유심히 살펴본다. 사고 싶은 눈치다. 나는 한 눈 팔지 말라고 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떤 때는 내가 집에 없을 때 살그머니 사다가 화분 사이에 숨겨 놓는다. 내가 ? 이거 언제 생겼지?” 하고 물으면 지나가다가 눈에 띠어 샀는데 2천원 밖에 안한다고 변명을 한다.

   꽃에 애정을 듬뿍 주어서 그런지 남편은 꽃을 잘 가꾼다. 남들이 죽어가는 화분을 주면 잘도 살려 놓는다. 수필교실 문우가 몇 년 전에 준 호접란도 지금 꽃대에 망울을 달고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지극 정성으로 물을 주고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이리 저리 옮기며 보살핀다.

   나는 화분에 있는 꽃은 감옥살이를 하는 것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산에 들에 제멋대로 핀 야생화가 좋다. 남편이 며칠 씩 집을 비우면 나는 화분에 물 주는 것을 잊어 시들어 버린다. 일부러 안 주는 건 아닌데 미처 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남편이 오면 그제서야 이게 언제 이렇게 시들었지? 하며 눈에 띤다.

   남편의 손은 신의 손이 아니다. 신은 무슨 개뿔? 벽에 못 하나도 제대로 박지 못한다. 이사 올 때 이삿짐센터 직원이 박아준 그대로 한 개도 더 박지 않았다. 무슨 일을 할 때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어 내가 봐도 불안하다.

   언젠가 TV에서 손가락이 네 개 밖에 없는 여자 아이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을 보았다. 이희아라는 이 소녀는 선천성 사지기형 장애로 양손에 손가락이 두개씩만 있고, 허벅지 아래로는 다리가 없다. 그녀는 2006년에 다큐멘터리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라는 제목으로 뉴욕 필름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신이 준 손가락, 희아와 농부 아저씨의 통일 이야기, 103센티미터 희아의 기적, 희아의 일기등 책도 냈다. 그녀의 손가락은 명실 공히 신이 준 손가락이다. 그녀의 연주를 보며 열 손가락을 가지고도 피아노 한 곡 치지 못하는 내 손이 부끄러웠다.

   얼마 전 동생들과 미스 사이공이란 영화를 보러갔다. 영화가 길어서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었는데 3번 동생이 발에서 불이 난단다. 신에 털이 잔뜩 들어있어 발에서 땀이 난다고 한다. 나는 발이 시리다고 하니 바꿔서 신어보자고 한다. 내가 신어보니 과연 따뜻한 게 참 좋았다.

  “이거 참 따뜻하네~” 하니까 아주 바꾸자고 한다. 내 것은 싸구려인데 동생 것은 유명 메이커의 비싼 털 부츠다. 나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며 그냥 집으로 신고 왔다. 올 겨울 내내 잘 신고 있다.

내 동생은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잘 준다. 나와 내 남편은 물론이고 남동생과 올캐, 여동생들과 제부들, 우리 집안에 이 동생이 준 것 안 걸친 사람이 없다. 내 동생 손은 신의 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산타의 손이다.

   나는 손가락이 오그라져서 그런지 주는 건 거의 없고 받기만 한다. 내가 아기일 때 주먹을 쥐고 자는데 엄마가 갑자기 일어나다가 내 손을 밟았다. 전쟁 통이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왼손 두 개의 손가락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엄마는 이런 내 손이 평생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손가락 때문인지 손을 펴서 남에게 베풀기보다는 받기를 좋아한다. 어떤 때는 머리끝부터 발까지 남이 준 것으로 도배를 하고 다닌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음식을 잘 하고 어떤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린다. 조각을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주를 잘 하는 사람도 있다. 남의 아픔을 보면 손잡아 주고, 슬퍼하는 사람을 보면 쓰다듬어 주는 손도 있다.

   내 손은 어떤 손일까? 내가 잘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 같은 손으로 악행을 저지르면 악마의 손이 되고, 착한 일을 하면 천사의 손이 된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신의 손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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