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8. 3. 팔자에 없는 명품여행

아~ 네모네! 2013. 11. 18. 16:57

팔자에 없는 명품 여행

 

아 네모네 이현숙

  몇 년 전 남미 여행 갔다가 멕시코 칸쿤에 들렀어요.

아침 식사 전에 수영을 하러 바다로 나갔죠. 말로만 듣고 지도에서만 보던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 물에 몸을 담그니 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었어요. 룸메이트 금형씨는 모래밭 의자에 누워서 쉬고 저 혼자 신나게 놀았어요.

  식사 후 호텔을 출발하여 칸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여기는 그 큰 짐을 풀어헤치고 수작업으로 검사를 하더라구요. 저는 평소부터 짐 정리를 제대로 안 하고 그야말로 쓰레기통 같이 꾸기망숙쟁이를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데 많은 사람 앞에서 가방을 열 생각을 하니 애들 말대로 쪽 팔리게 생겼어요. 하지만 안 할 수도 없어 검사관 앞에 가방을 올려놓으니 맨 위에 있는 조그만 주머니를 열어 홍삼액을 꺼내는 거예요. 내가 한국인삼이라며 가지라고 하자 땡큐를 연발하며 얼른 자기 주머니에 넣더니

오케이~”하며 덮더군요.

이래서 국제적으로 개망신 당하지 않고 위기를 잘 넘겼죠.

  모든 절차를 마치고 캐나다 항공 비행기에 오르니 어찌된 일인지 완전 찜통이었어요. 그리고 비행기 날개 밑에는 무슨 차가 와서 고치는 것 같더군요. 곧 에어컨이 나오겠지 하고 1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숯가마에라도 들어온 듯 완전 땀범벅이 되었어요.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았죠. 그래도 캐나다 사람들은 도무지 불평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정말 선진국 사람들은 다르구나 싶었어요.

  얼마 후 조금 시원해지는 것 같더니 비행기는 이륙을 했어요. 그런데 30분도 못 가서 정원식님 옆 자리의 할머니가 실신을 했어요. 승무원들이 산소통을 들고 뛰고, 의사가 달려가고 하는 사태가 벌어졌죠. 그 바람에 비행기는 다시 칸쿤으로 돌아가고 할머니는 구급차에 실려 갔어요.

우리가 공항의자에 앉아 조치를 기다리는데 그 할머니가 회복이 되었는지 정원식님을 찾아와 자기가 혈압이 높아서 그랬다며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군요.

  얼마를 기다리니 무슨 방송이 나오는데 뭔 소린가 하고 있었더니 캐나다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더라구요. 우리는 비행기가 떠난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무슨 호텔로 간다는 것이었어요. 다섯 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팰리스 리조트 호텔로 갔는데 그 호텔은 내 생전에 처음 보는 기가 막힌 호텔이었어요. 도대체 땅이 몇 십만 평이나 되는지 버스를 타고 한참을 들어갔어요. 입구에서 호텔 건물까지 20분 이상 들어간 것 같아요. 그 안에는 골프장에 승마장에 수영장에 없는 것이 없었어요.

  로비에 들어가니 방을 배정해주면서 빨간 테이프 팔찌를 하나씩 채워주었어요. 이것만 보이면 이태리 식당이건 프랑스 식당이건 맘대로 먹을 수 있고 술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영화도 맘대로 볼 수 있고, 어디 건 팔뚝만 내밀면 무사통과니 우리는 신이 났어요. 내 재력으로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리조트에 못 와 볼 거예요.

  우리는 이게 웬 떡이냐고 기뻐하며 프랑스 요리를 먹을까 스시를 먹을까 망설이다가 일본 식당에 가서 최고급 식사를 즐겼죠.

  식사 후 밤바다를 거닐었는데 바닷가에는 휘황찬란한 조명을 켠 수영장도 있고 그야말로 분위기 끝내주는 해변도 있었어요. 이렇게 바닷가를 거닐다가 방으로 돌아왔죠.

  방에는 욕실에 커다란 스파가 두 개나 있었는데 물을 채우고 물 마사지를 할 수 있게 되어있었어요. 금형씨와 나는 나란히 들어가 느긋하게 마사지를 즐기고는 가끔씩 비행기가 되돌아오는 것도 괜찮겠다고 농담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어요.

  화장대에는 듣도 보도 못한 화장품이 있었는데 사람들 말이 최고급 명품 화장품이라네요. 생수도 프랑스산 알프스물이라는 에비앙인지 에미양인지 아무튼 명품 물이 나란히 놓여 있었어요. 팔자에 없는 명품 화장품을 바르고 자리에 누웠어요. 제 얼굴이 갑자기 명품 화장품을 맛보고는 엄청 감동 먹었을 거예요.

 

  다음 날 아침 6시에 모닝콜이 울렸는데 어두워서 그냥 누워있으니 미라씨가 수영하러 가자고 전화를 하더군요. 금형씨와 셋이서 수영장에 가보니 아무도 없고 청소 중이었어요. 수영해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여 금형씨는 밖에서 놀고 둘이서 수영을 했죠. 미라씨는 우아하게 머리를 내놓고 인간답게 하는데 저는 개만도 못하게 머리를 처박고는 허우적거렸어요. 그래도 언제 이런 호텔에서 수영해보랴 싶어 추운 것도 무릅쓰고 얼마를 어푸어푸 하다가 방으로 돌아왔어요.

  방에 오니 누구는 9시에 출발이라고 하고 누구는 12시에 출발이라고 하고 의견이 분분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문에 쪽지가 끼어있었는데 제일 밑에 12시까지 체크아웃 하라는 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출발시간이 연기됐는줄 알았는데 마두님이 그것은 일반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우리는 9시에 출발하는 것이 맞는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로비에 알아본 결과 9시가 맞는다고 하더라구요.

  마냥 늦장을 부리던 우리는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허둥지둥 짐을 챙겨 버스를 타러갔어요. 12시 전에 체크아웃 하는 건 어디나 기본인데 굳이 메모지를 꽂아놓으니 무식한 우리가 착오를 일으킬 수밖에요. 여기는 친절하게 오늘의 날씨까지 메모지에 알려주어 옷도 날씨에 맞춰 입고 나올 수 있게 해주더라구요.

  겨우 마지막 버스를 타고 칸쿤 공항에 도착하니 이날은 몇 사람에 한 명씩만 찍어서 검사를 하는 바람에 무사히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갔어요. 다섯 시간의 비행 끝에 토론토 공항에 도착하자 캐나다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더군요. 이 사람들은 불평은 할 줄 모르고 박수만 칠 줄 아나 봐요.

  토론토에 도착하여 환승을 하는 쪽으로 가 박이사님이 우리 비행기 표를 보여주며 어제 도착하지 못해 인천 가는 비행기를 놓쳤다고 하니 캐나다 항공사에 가서 상의하라고 하더군요. 캐나다 항공사에 가서 사정을 얘기하니 호텔을 잡아주기는 했는데 대기하는 버스도 없고 셔틀버스 올 때까지 기다리려니 어찌나 추운지 뼛속까지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두 번에 나누어 쥐방울만한 셔틀 버스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어제와는 딴 판으로 허름한 장급 여관 같았어요. 우리는 인종차별 한다고 툴툴대며 그래도 아쉬운 대로 방으로 들어갔어요.

저녁 식사를 하며 내일 투어 계획을 세웠는데 다섯 명은 나이아가라를 보았다고 하여 시내 구경만 하기로 하고 열 명은 나이아가라를 보고 토론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어요.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가니 웨이터가 에어 캐나다 항공 손님이냐고 물었어요. 그렇다고 했더니 부페쪽으로 가지 말고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군요. 서비스를 해주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주스와 빵만 달랑 주고 그것만 먹으라는 거예요. 세끼 식사비로 얼마 배정받지 못했나봐요. 우리는 진짜 이건 해도 너무한다 싶었지만 약소국의 설움을 맛보며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버스에 올랐어요. 어제의 빨간 팔지 생각이 새삼 떠오르고 하루 사이에 추락해도 너무 많이 추락한다 싶었죠.

  토론토 가이드 김은경씨가 도착하여 우선 나이아가라로 향했어요. 5월이 되어야 유람선 운행이 시작된다고 하며 동굴로 들어가 폭포를 보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볼 때는 그냥 보지 말고 나이야! 가라~’ 하고 소리치면서 보면 나이가 가서 훨씬 젊어진다는 거예요. 우리는 나이를 많이 보내려고 몇 번씩 나이야! 가라~를 외치고는 지상으로 올라와 눈 덮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다음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교회를 보러갔어요. 얼마나 작은지 긴 의자 두 개가 달랑 놓여있더군요. 우리 열 명이 들어가니 한 의자에 네 명씩 앉고 두 명은 서 있어야했어요. 마두님이 천사님에게 기도를 하라고 하자 얼마나 진지하게 기도를 하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이 교회는 100년 전 한 청년이 하나님께 돈을 많이 벌게 해주면 주의 전을 짓겠다고 약속한 후 돈을 많이 벌었는데 그 약속을 까맣게 잊었대요. 다 망하고 나서야 생각이 나서 이렇게 작은 교회를 지었다는 군요.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교회를 지어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으니 참 다행이지요.

  호텔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토론토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하는데 대한항공에서 우리말로 체크인을 하니까 벌써 한국에 온 것 같더군요. 어찌나 친절하고 빠른지 역시 한국이 최고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이번에 항공기 사고로 팔자에 없는 명품 여행에 보너스 관광까지 하고 나니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