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행문

2026. 4. 15. 큐슈 올레 기행문

by 아~ 네모네! 2026. 4. 24.

백수의 골골여행

이현숙

 

기간: 2026415~ 20

장소: 일본 큐슈

 

  큐슈 올레길이 아름답다는 말은 수년 전부터 들어왔다. 티엔티 클럽에서 여기 간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붙었다. 네팔 랑탕 트레킹 갔다온 지 열흘 밖에 안 되서 입술도 부르트고, 목도 붓고, 온몸이 엉망인데 겁 없이 나선 건 정말 무모한 짓이었다.

 

415일 가라쓰

  새벽 4시에 일어나 부리나케 준비하고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올라 앉아 있으니 앞 좌석에 앉은 젊은 부부가 배낭에서 딸기를 꺼내 먹는다. 끊임없이 먹어야 하는 괴로움이라 해야 하나 끊임없이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라 해야 하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63빌딩에 햇살이 비치니 한강 물 위에 붉은 다리가 생긴다. 한참 가는데 정연씨가 한강 물에 비친 해를 찍어 올린다. 나도 같은 해를 바라보고 있다.

  공항에 도착하니 정연씨와 양숙씨가 간식을 한보따리씩 준다. 커피에, 빵에, 쌀국수까지 먹고 기내에 올랐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억수로 퍼붓는다. 환영을 너무 거하게 해준다. 후쿠오카의 예전 이름은 하카타라고 한다. canal city라고 쓰여있는 걸 보면 운하가 많은가 보다.

 

  화장실에 가니 일본어, 영어, 한국어, 중국어로 친절하게 써놓았다.

  입국하느라 눈알 찍고, 손가락 찍고, QR코드 찍고 정신을 쏙 빼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뚝 그쳤다. 고놈 참 기특하다.

렌트카를 타고 '하마스시' 회전초밥집으로 갔다. 자리에 앉아 돌아가는 화면을 보고 주문하면 레일을 타고 음식이 쪼르르 달려온다. 식탁에 웬 수도꼭지가 있어서 뭔가 했더니 뜨거운 물이 나오는 거다. 여기에 식탁에 있는 녹차를 넣어서 마신다.  회전초밥을 넷이서 27개나 먹었다. 다른 테이블의 네 명은 30개 먹었단다. 우리가 졌다.

  현해탄은 검은 바다라는 뜻이다. 가라쓰에는 니지노 마쓰바라 (무지개 소나무 평원)이 있다.

  사가에는 임진왜란 때 끌려온 한국 도공이 도자기 만드는 법을 알려줘서 아리마 찻잔을 만들어 유럽으로 수출했다. 가고시마에도 한국인 14대손이 도자기 공장을 하고 있다. 가라쓰에는 에도 시대 성주가 살던 가라쓰성이 있다.

  사가의 머큐어 호텔에 체크인을 하니 3시부터 방에 들어갈 수 있단다. 커다란 대기실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는데 과자, 젤리, 와인, 맥주, 커피, 쥬스 등 없는 게 없다. 환영 인사부터 거하다.

  이곳을 당진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당진이나 마찬가지로 당나라로 가는 나루터였다.

방에 짐을 풀고 호텔을 나와 경산공원으로 갔다. 여기에 신사가 있다. 신사 앞에 있는 문을 도리이라고 하는데 금줄을 친 문이다. 신성한 곳이라서 금줄을 쳐 놓았다.

  경산(카가미야마)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바닷가에 방풍림이 거대하게 펼쳐져 있다.

 

  다음은 전망대 옆의 철쭉원으로 갔다. 철쭉동산이 호숫가에 아련하게 펼쳐진다. 안개에 젖은 풍경이 몽환적이다.

 

  경산에서 내려와 바닷가의 무지개송원(니지노마쓰바라)로 갔다. 소나무 방풍림이 울창하다. 소나무들이 강한 바람에 한쪽으로 기울어져 넘어지고 자빠지고 난리가 났다.

 

  현해탄 바다에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온다. 저 멀리 물안개 너머로 가라쓰성도 보인다.

 

  차를 타고 겐요 오징어 전문식당으로 갔다. 오징어와 한치 등 해산물이 한상 푸짐하게 나온다. 양숙씨가 사케를 냈다. 오랜만에 따뜻한 정종을 마시니 몸이 녹아 노곤하다.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두 다리 쭉 뻗고 누우니 좋기는 좋다.

 

416일 우레시노

  어제 녹차를 많이 마셨더니 밤새 잠을 설쳤다. 일본은 가는 곳마다 물 대신 녹차를 준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현해탄 바다에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양숙씨는 파도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하는데 나는 별로 듣지 못했다. 노인성 난청이라 좋은 점도 있다.

  7시부터 식사라서 9층으로 올라가니 벌써 줄을 쫘악 섰다. 일본 사람들 음청 부지런하다. 시간이 되어 들어가니 메뉴가 엄청 다양하다. 음료도 여러가지고 과일도 풍성하다.

  식사 후 가라쓰성으로 갔다. 가라쓰성은 테라자와 히로타카라는 사람이 쌓은 성이다. 그는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계속 가라쓰지역을 다스렸던 다이묘이다. 성벽의 기울기가 완만해서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계단을 올라가니 거대한 등나무가 나타난다. 높이가 3m이고 가지의 길이가 35m라고 쓰여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육중한 성문이 나타난다. 커다란 성문에는 작은 쪽문도 있다. 작아도 너~무 작다. 어린아이나 들어갈 정도다.

 

  성 앞에서 내려다보니 가라쓰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을 나오며 정연씨가 성문에 박힌 쇠 장식을 보며 20대 여자의 젖꼭지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빵빵하게 생겼다.

 

  주차장으로 나오며 보니 빨간 우체통이 보인다. 참 예쁘다.

다케오로 이동하여 미후네야마 정원을 산책했다. 철쭉꽃이 만발하여 완전 꽃 대궐을 이루고 있다.

 

  꽃이 피지 않은 것은 언제가 절정인지 안내 표지판까지 만들어 놨다. 일본 사람들 엄청 친절하다.

꽃동산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었다. 목이 아파 물 삼키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밥맛은 꿀맛이다.

  정원을 나와 다케오시립도서관으로 갔다. 어린이 도서관은 사진 촬영도 된다.

 

  어른 도서관에도 갔는데 여기는 촬영금지다. 스타벅스도 있다. 여기서 커피 한잔하며 쉬었다. 이번에는 최 사장님이 한턱 쐈다.

  3000년 된 녹나무도 있다. 녹나무는 약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나무 속에 제단도 있다. 신사 앞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가 잔뜩 매달려 있다. 사람은 왜 이다지도 신에게 매달릴까? 다른 동물은 이러지 않는데 말이다.

 

  신사를 내려오다 보니 웬 달력 같은 게 보인다. 대충 눈치로 때려잡으니 3재를 나타낸 것 같다. 여자의 경우 38세 이상은 표시도 없다. 여태 살아서 받을 복은 다 받았으니 죽어도 된다는 소린가. 내참 환장하겠네.

 

  다음은 입암(다테이와)의 녹차밭으로 갔다. 검은 가림막이 씌워져 있어 인삼밭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녹차 잎을 부드럽게 하려고 씌운단다.

 

  다음은 '22세기 아시아의 숲'으로 갔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울창하다. 원시림이 그대로 보존되어 숨쉬기가 좋다. 김 사장님은 우리 길을 잡아주고는 다시 올라가 차를 가지고 폭포 쪽으로 갔다. 우리는 올레길의 파란 화살표를 따라 계속 내려갔다. 가는 길에 웬 통이 보인다. 두드려서 멧돼지를 쫓는 통이다.

 

  곳곳에 구조요청 지점 표시가 있다.

한참 내려가는데 김 사장님이 전화를 한다. 자기는 아래쪽에서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아직도 못 만난 것이 아무래도 엇갈린 것 같다고 한다. 무슨 주차장이 나오기에 사진을 찍어서 카톡방에 올렸더니 자기는 거기를 지나 더 올라갔다는 것이다. 다시 내려올 테니 차 길을 따라 내려오라고 한다.

계속 내려가니 김 사장님이 밑에서 올라온다. 겨우 이산가족 상봉하여 토도로키 폭포 쪽으로 내려갔다. 폭포는 생각보다 웅장했다. 다리에는 물고기 모양의 장식물이 매달려 펄럭이고 있다.

 

  폭포 밑 주차장에서 우리 차를 타고 우레시노의 와타야 베쏘 별장 호텔에 체크인을 한 후 저녁을 먹었다. 음식을 어찌나 예쁘게 만들었는지 무슨 예술 작품 같다. 양은 너무 적어서 쪼잔한 것이 아이들 소꿉 장난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원체 가짓수가 많아 다 먹을 수가 없다.

 

  저녁까지 한 상 잘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일본 전통 다다미방이다. 어제 잠을 설쳐서 오늘은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417일 운젠

  목이 아프니 침 삼키기도 힘들다. 이런 얘기를 하니 정연씨가 진통소염제와 항생제를 주고 양숙씨는 비타민 C를 준다. 난 항상 룸메이트 덕에 산다.

  아침 식사를 하러 가려는데 정연씨가 식권이 없다고 난리다. 가방 다 뒤지고 주머니 다 찾고 쓰레기통까지 뒤져도 없단다. 그냥 내려가서 사정 얘기를 해보자고 식당으로 갔다. 방 열쇠를 보여주면서 손짓 발짓 다 하고 사정 얘기를 하니 들여보내 준다. 명수씨네는 한술 더 떠서 식권 받은 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이것 참 큰일이다. 우리 모두 깜빡 깜빡하니 얼마나 더 해외여행 다닐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로비에 내려와 화장실에 들어서니 변기 커버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고것 참 신통하다.

  오늘도 9시에 출발했다. 김 사장님의 역사 강의가 이어진다. 언제 그렇게 일본 역사 공부를 많이 했나 모르겠다. 공부를 해도 그렇지 환갑이 넘은 나이에 그 어려운 일본 단어를 다 기억하는 게 신기하다.

  구치노스항 터미널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가 카페에 들러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샐러드도 맛있고 커피잔도 예쁘다.  벽에 있는 커피잔 장식도 특이하다.

 

  올레길을 걷다 보니 감자 수확이 한창이다. 정연씨가 '쿠다사이' 한마디 하자 감자를 한 보따리 준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은 못 갚아도 감자 한 보따리 얻었다.

  동네 길을 지나며 보니 찍소리도 안 들린다. 쥐새끼 한 마리도 안 사나 보다. 길을 몰라 최 사장님이 구글 지도를 켜고 동네 사람들에게 묻고 이리 돌고 저리 돌며 길을 찾아갔다. 이건 큐슈 올레길이 아니고 큐슈 돌레길이다.

바닷가에 돌벽이 둘러쳐 있고 한쪽만 뚫려있다. 물고기를 잡는 벽인 것 같다.

 

  세즈메자키 등대에 가니 하트 모양 조형물에 종이 달려있다. 줄을 옆으로 당기니 종소리가 청아하다.

 

  구치노츠 교회터도 지났다.

구치노쓰 역사 민속 자료관 앞에서 우리 차를 타고 운젠 호텔로 갔다. 우리가 소파에 앉아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무릎 꿇고 설명을 한다. 이런 대접을 받으니 너~무 황송하다.

 

  한 방에 한 개씩 아로마향도 준다. 여러가지 향을 가져와 고르라고 한다. 서비스 만점이다.

 

  방에 오니 양숙씨가 일리 커피가 있다고 좋아한다. 일리인지 십리인지 나는 듣도 보도 못한 건데 무지 좋은 커피인가 보다.

  방에 짐을 던져두고 화산지대 산책로 트레킹에 나섰다. 초입에 소지옥 입구라고 쓰여있다. 살아서 지옥에 갔으니 죽어서는 안 갔으면 좋겠다.

  조금 더 가니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수증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더 올라가니 오이토 지옥이 있다. 옛날 시마바라성 아래에 유복하게 살던 오이토라는 여자가 있었다.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남편을 죽이고 처형을 당했다. 그때 이 지옥이 분출되어 이곳을 오이토 지옥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조금 더 가니 웬 고양이들이 뱃가죽을 땅에 대고 엎드려 있다. 왜 이렇게 엎드려 있나 하고 바닥을 만져보니 따땃한 게 온돌방 같다. 우리도 바닥에 앉아 엉덩이를 지졌다.

 

  지옥 트레킹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했다. 어제도 료칸(여관)에서 정식 식사를 했는데 오늘도 료칸 정식이다. 애피타이저부터 완전 예술이다. 드라이아이스에 올려져 나온 사시미도 환상이다.

  오이를 조각하여 만든 개구리도 앙증맞다.

 

  올해가 최사장님 팔순이라고 김사장님이 얘기를 했는지 깜짝 쇼도 벌여 줬다.

 

  정연씨가 명수씨에게 뽀뽀를 해주라고 하자 기습 키스도 해준다. 생각지도 못한 축하를 받은 최사장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식사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앞에 온천욕 할 때 입는 옷이 있다. 키에 따라 세 종류의 옷이 준비 되어 있다. 제일 작은 옷을 가져와 방에 와서 갈아입고 목욕을 하러 갔다.

  욕탕에 가보니 아무도 없어서 정연씨와 뜨끈한 탕에 들어가니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 오늘은 목의 실핏줄이 터졌는지 하루 종일 침 뱉을 때마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온다. 내일 아침에는 다 나았으면 좋겠다. 이거 피까지 토하며 다니는 게 미친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18일 아소

  오늘 아침 식사도 휘황찬란하다. 뜨거운 밥에 날계란을 넣고 간장을 뿌려서 비벼 먹는다. 안 해보던 거라 한번 해봤다.

 

  순환씨와 주희씨가 어제 받은 감자를 쪄서 가지고 내려왔다. 껍질이 무지 얇고 포근포근하니 맛이 환상이다.

호텔을 출발하려니 직원이 최사장님에게 선물을 준다. 어제 팔순 잔치 때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은 것이다. 세심한 배려가 고맙다.

  시마바라항으로 가니 부슬부슬 비기 내리는 가운데 벌써 많은 차들이 줄을 서 있다. 다들 부지런하다. 오늘은 카페리로 이동한다. 1015분에 시마바라항을 출발하여 25분 후 구마모토항에 도착했다. 구마는 곰 웅(), 모토는 본() 즉 웅본이다. 곰이 사는 본거지인가 보다. 여기서 25분 이동하여 점심을 먹었다. '우나기도쿠나가 히츠마부시'라는 장어 덮밥집이다. 마부시는 휘젓는다는 뜻이다. 식당 앞에 오니 직원이 누구 이름으로 예약했느냐고 묻는다. 멍하니 있다가 김사장이 오니 기무라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김 사장님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식당 중정에는 연못이 있고 비단잉어가 놀고 있다.

 

  장어덮밥을 2/3 쯤 먹은 후 남은 밥에 육수를 붓고 와사비를 넣어 휘휘 저어서 먹었다. 깔끔한 맛이다.

식사 후 타카치호 협곡으로 갔다. 주상절리가 발달한 협곡이다. 물의 흐름이 약해서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다리 있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데 작은 연못이 보인다. 연못 가운데 작은 가마가 있다. '오노코로 심'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다. 옛날 이곳에는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 다카치호 봄 축제 때 오신고의 가마가 이 연못을 세 번 돈다고 한다. '오신고'는 제례 때 신을 가마에 모셔 옮기는 일을 말한다.

 

  다음은 '아마노야스카와라'라는 곳으로 깄다. 여기 보랴 저기 보랴 여기 찍으랴 저기 찍으랴 하다가 조금 뒤처졌더니 김 사장님이 헐레벌떡 되돌아온다. 내가 안 오는 줄 알았단다. 정연씨는 내가 일본 할아버지하고 눈이 맞아서 팔자 고쳐 보려고 잠적했는 줄 알았다고 농담을 한다.

  길옆 작은 웅덩이 안에서는 짝짓기 삼매경에 빠진 청개구리가 보인다. 봄은 모든 생물에게 번식의 계절인 듯하다.

 

  안쪽으로 한참 걸어 들어가니 커다란 동굴이 나타난다. 동굴 안에 도리이도 있고 제단도 있다. 일본에는 참 신사도 많다.

 

  볼 것을 다 보고 아소로 향했다. 아소는 아소산의 칼데라 속에 생긴 도시다. 칼데라는 분화구 주위의 벽이 무너져내려 넓게 생긴 구멍이다. 백두산 천지는 칼데라에 물이 고여 생긴 칼데라 호수다.

  아소 플라자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당 문 앞에는 좌석 표시 그림이 있다. 그림에 표시된 곳에 가서 앉았다. 이거 참 좋은 아이디어다.

  오늘 저녁도 호텔 정식으로 먹었다. 이게 가이세키란다. 말고기 사시미가 나왔는데 평소 육회를 안 먹어본지라 포기했다. 가이세키인지 개새끼인지 나는 여태 이름도 모르고 매일 먹었다.

  온천탕에 가서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웬 굉음이 들린다. 깜짝 놀라 정연씨가 밖을 내다보더니 오토바이 폭주족이란다. 항상 조용하고 배려심 많은 일본 사람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다.

 

419일 쿠로가와

  오늘도 식권을 가지고 식당으로 갔다. 정연씨가 또 식권을 안 가지고 왔단다. 방에서 오늘은 식권을 안 잊으려고 핸드폰에 끼워놨다고 자랑하더니 핸드폰을 방에 두고 왔단다. 이거 참 대책이 없다. 모두들 깜빡 깜빡하니 큰일이다.

  아침 9시에 출발하여 아소 쿠사센리로 갔다. 비가 계속 내린다. 바람도 몰아처서 우산이 뒤집어진다. 우선 아소 화산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카페가 10시에 연다고 해서 여기저기 구경을 했다. 포토 포인트도 있다. 소 모형도 있기에 여기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소띠라서 그런가 소를 보면 친근감을 느낀다.

 

  안내 로보트가 음악 소리를 내며 빙빙 돌아다니고 있다. 돌아다니는 안내판은 처음 본다.

 

  카페가 열리자 안으로 들어가 아소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비에 젖은 아소산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별미다. 주희씨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엄청 맛있다고 해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정연씨가 거하게 쐈다.

 

  아소 쿠사센리 초원 트레킹을 포기하고 마을로 내려와 약국으로 갔다. 감기약, 소화제, 지사제, 칫솔, 치약 등을 잔뜩 샀다. 면세를 해주기 때문에 한국 갈 때까지 절대 포장을 뜯으면 안 된다고 한다.

  약국을 나와 우동집으로 갔다. 주먹밥도 맛있고 튀김도 환상이다. 우동도 생면이라 맛깔스럽다.

목구멍이 아파서 매일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입속에 뿌렸더니 입천장이 헐었나 보다. 뜨거운 걸 먹어도 아프고, 짠 걸 먹어도 아프다.

  다음은 다이칸보(大觀 대관) 전망대로 갔다. 탁 트인 전망이 기막히다.

 

  조릿대 숲도 환상이다.

 

  다음은 타데와라 습원으로 갔다. 오제 습지와 비슷하다.

 

  데크길을 따라 걷는데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중심 잡기가 어렵다. 아차 하는 순간 최 사장님의 모자가 날아가 습지로 떨어졌다. 나는 김사장님이 와서 꺼내주려니 생각했는데 명수씨가 망설임 없이 데크 아래로 내려가 주워온다. 이런 명수씨를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내 남편은 이런 건 상상도 못했다. 나한테 무얼 시키면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남자가 여자보다 힘도 센데 왜 날 시켜.

종년 하나 데려다 놨나.

하나 차고 나왔다고 평생 더럽게 유세하네."

하며 쏘아 붙였다. 이렇게 구박해서 빨리 가버렸나 보다.

  데크길을 한 바퀴 돌고 주차장으로 오니 몽벨 매장이 보인다. 우루루 들어가 모자, 티셔츠, 패딩, 자켓 등을 마구 샀다. 밖으로 나와 문 앞에 있는 곰인형과 사진도 찍었다.

  우리가 엄청나게 사들이자 주인 할아버지의 입이 귀에 걸렸다. 우리가 나오자 문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고 배꼽 인사를 하고 난리다. 돈이 좋기는 좋다.

  우리 차를 타고 호텔로 왔다. 체크인을 하고 식당으로 가니 규모가 엄청 나다.

  그런데 최 사장님과 명수씨가 안 내려온다. 이런 사람들이 아닌데 무슨 일 생긴 거 아닌가 하며 김사장님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찾으러 다닌다. 방에 가도 없고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단다. 결국 온천탕에 가서 찾았는데 730분인 줄 알았단다. 이것저것 마구 퍼먹고 나오려는데 솜사탕도 있다. 실로 오랜만에 솜사탕을 보았다.

 

  방에 와 목욕 준비를 하고 온천탕으로 갔다. 온천탕도 무지 넓은데 사람이 별로 없다. 유리창 밖에 대나무 숲이 우거져 노천탕 같다.

  방에 와 자리에 누우니 하루의 피로가 몰려온다.

 

420일 집으로

  730분에 아침식사라서 방에서 느긋하게 차도 마시고 탁자 위에 있는 과자도 먹었다. 과자에도 곰 그림이 있다. 구마모토는 온통 곰 투성이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아직 안 열었다. 문 양쪽에는 꽃을 든 돌 부처가 있다.

 

  정연씨 왈 전생에 꽃 보시를 많이 하면 예쁜 여자로 태어난다고 한다. 아마 정연씨는 전생에 꽃 보시를 많이 했나 보다. 난 전생에 꽃 보시를 전혀 안 했는지 요 모양 요 꼴이다. 이번 생에서도 꽃 보시를 안 했으니 다음 생에서도 박색으로 태어날 것 같다.

  문 앞에는 대나무 등도 보인다. 대나무를 조각하고 그 안에 등을 켜서 엄청 예쁘다. 작년에 크루즈 여행 갔을 때 배 안에서 대나무를 조각해서 전시회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는 대나무가 많아서 대나무 공예가 발달한 것 같다.

 

  오늘은 날이 활짝 개였다. 어제 갔던 아소 화산 박물관 앞에 오니 오늘도 바람이 장난 아니다. 패딩에 바람막이까지 다 입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호숫가에서 말을 타는 사람도 있다.

 

  웨딩 촬영을 하는 신부도 보인다. 시집 한번 가려다가 얼어 죽게 생겼다.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작은 오름에도 올라갔다가 화산박물관 앞으로 돌아왔다.

 

  호수에는 오리들이 놀고 있다.

박물관 옆 식당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소고기가 엄청 부드럽고 맛있다.

  식당에서 보니 산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소 화산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아소 화산을 떠나 히타에 있는 미쿠마 강변으로 갔다.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에 가니 남녀 표시가 예쁘다.

 

  이곳은 에도 시대의 전통 가옥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강가에는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생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면 되지 하는 마음이 든다.

 

  강변마을에서 나와 이온몰에 들렀다. 일본 어묵이 맛있다고 해서 어묵을 샀다.

쇼핑까지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최 사장님과 명수씨는 일본에서 유학 중인 손자를 만난다고 여기서 우리와 헤어졌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러 후드 코트로 가니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완전 난리버거지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라면을 먹었다. 라면은 뜨거운데 입천장이 헐어서 빨리 먹을 수도 없다.

  면세점을 기웃거리다가 비행기에 오르니 온몸의 에너지가 방전된 듯하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날까지 목구멍 아프고 입천장이 헐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피 보면서 골골댄 골골여행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해외여행 다닐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래도 며칠 지나면 또 이때가 그리워질 것이다.

'기행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6. 3. 28. 랑탕 기행문  (6) 2026.04.09
2026. 2. 4. 성지 순례  (10) 2026.02.23
2025. 11. 3. 제주도 여행  (2) 2025.11.08
2025. 9. 22. 일본 오제국립공원  (9) 2025.09.28
2025. 6. 6. 26점짜리 자매여행  (21)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