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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25. 5. 4. 남동생과의 이별

by 아~ 네모네! 2025. 5. 5.

남동생과의 이별

이현숙

 

  오늘은 남동생의 유골을 선산에 모시는 날이다. 내가 100일 동안 크루즈 여행 간 사이에 남동생은 먼 길을 떠났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카톡을 여는 순간 부고가 떴다. 누가 돌아가셨나 하고 자세히 보니 남동생의 부고다. 올케가 우리 형제자매방에 올린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동생들에게 물어보니 집에서 갑자기 피를 토하다가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코로도 피를 토했다고 한다. 평소에 술을 많이 마셔서 속을 다 버렸나 보다. 술 때문에 가족들 속도 많이 썩였는데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가버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오래 고생하지 않고 갔으니 그래도 죽는 복은 타고 났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례를 치르고 선산으로 갔나 했더니 추운 겨울이라 따뜻한 봄에 모시려고 유골함을 집으로 가지고 갔다는 것이다. 차디찬 언 땅에 묻으려니 올케 마음에 걸렸나 보다. 그 후 집에서 100일이 넘도록 모시다가 오늘에야 선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나는 남편 유골함을 하룻밤 집에 둔 것도 무섭고 싫었는데 생각할수록 이런 올케가 고마웠다.

  남동생 가족들과 사가정역에서 만나 함께 선산으로 갔다. 날씨는 눈이 시리도록 화창했다. 남동생의 친구 두 명과 처갓집 식구들까지 왔다. 남동생이 참 복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는 나까지 데려가느라고 일부러 7인승 차까지 빌려 우리 동네까지 와서 나를 태우고 갔다. 나만 아니면 다섯 명이 자기 차로 편하게 갔을 텐데 나 때문에 돈 들여 큰 차를 빌린 것이 무척 미안했다.

  조카는 선산에 유골함을 들고 올라가 우리 부모님 산소 옆에 땅을 파고 묻었다. 이런 아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썩으라고 나무 유골함을 쓰고 그 위에 예쁜 카네이션까지 심었다. 올케는 주변의 잡풀을 뽑고 잔디가 무성하게 되도록 불린 잔디씨까지 가져와 뿌렸다. 남동생이 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게 너무 고마웠다. 잔디가 잘 자라도록 물도 여러 병 가져와 주변에 뿌리고 상을 차려 제사도 지냈다. 동생이 참 복이 많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모든 것을 마치고 근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각자 헤어질 때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떡도 한 상자씩 나눠 드렸다.

  우리 집 앞까지 와서 올케는 떡을 두 상자 준다. 오늘 남동생 산소에 가느라 주일예배 못 간다고 어제 우리 구역 집사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랬더니 난데 없이 카톡으로 5만 원을 송금한 것이다. 그걸 오늘 올캐에게 전해줬더니 고맙다고 그 분에게도 떡을 전해 달라는 것이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집에 들어와 떡 두 상자를 냉동실에 넣고 보니 편지도 있다. 올케가 쓴 감사의 편지다. 그동안 올케에게 잘해준 것도 없는데 마음 담긴 편지를 보니 가슴이 찡했다. 올케가 하루빨리 남편을 잊고 마음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갈 때도 순서대로 갔으면 좋으련만. 남동생과 마지막으로 이별한 오늘은 가슴 아프지만 가슴 따뜻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