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료
이현숙
교회 가는 길에 강아지 고양이 편의점이 있다. 24시간 무인 점포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가끔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사료를 사러 들어가는 듯하다.
예전에는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그냥 먹였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이 먹는 음식에 염분이 너무 많다고 개밥을 따로 만들어 주는 사람도 있고 사료를 먹이는 사람도 있다. 사료에는 온갖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서 더 좋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돈이 없어서 또는 귀찮아서 대충 먹는 사람도 많다. 한 마디로 개만도 못한 인생이다. 나도 그냥 끼니를 때우는 정도로 먹고산다.
그런데 온갖 영양소를 골고루 갖춰 인간 사료를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사 먹을까? 너무 바쁜 사람은 사먹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 먹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간편하고 영양가가 풍부해도 별로 사 먹을 것 같지 않다. 음식을 씹는 즐거움과 포만감이 채워지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 살아볼수록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고 먹기 위해 산다는 느낌이 든다.
화요반 산행도 요새는 어느 산에 가느냐보다 무얼 먹느냐에 더 관심을 가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원초적 본능이 지배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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