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100일 간의 세계일주 20

by 아~ 네모네! 2025. 2. 13.

2월 12일 칠레 발파라이소

   아침에 12층에 올라가니 발파라이소 시내에 불빛이 가득하다. 하늘의 별이 온통 땅으로 쏟아진  것 같다.

    7시 반쯤 하선해도 된다는 방송이 나온다. 셔틀버슬 타고 전철역에서 내려 이탈리아 광장까지 걸어갔다. 커다란 기둥 위에 늑대상이 있다. 인간인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동상이다. 로마의 신화를 나타내는 것 같다.

   다응은 빅토리아 광장으로 갔다. 여기는 커다란 사자상이 있다.

   시간이 일러서 환전소 문을 안 열었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인테리어가 참 고급스럽다.

   환전을 한 후 코셉숀 언덕으로 갔다. 아센도르를 타려다가 그냥 걸어올라갔다. 계단에 벽화가 가득하다.

    머리 통을 맞 댄 벽화 앞에서 금형씨외 흰구름이 머리를 맞대고 찍었다.

  여기는 널린 게 벽화다.

    가다가 카페에 들러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비스마르크 광장은 전망이 좋다. 바다가 아련히 보인다.

  여기서 내려와 바부리사 박물관으로 갔다. 여기 오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옵션 투어 나온 사람들이 많다.

   내려오니 예쁜 계단이 보인다. 설명회 때 본 계단이다. 여기 주저앉아 또 사진을 찍었다. 요즘 사진 엄청 찍는다. 사진 못 찍고 죽은 귀신이 붙었나보다.

   다음은 소토마요르 광장으로 갔다. 광장에 있는 이키케 영웅기념비는 태평양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해군 영웅들을 기리는 기념비다.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다.

   해군 본부도 여기 있고 벼룩시장도 있다.

   그 근처에 있는 카프리식당에서 해물그라탕과 해물뚝배기를 먹었는데 맛이 환상이다. 뱃속 사정은 생각치 않고 마구 퍼먹었다.

    근처 쇼핑몰에 들러 물건을 사가지고 전철을 타고 항구로 돌아왔다. 두 정거장 가는데 500페소다.

    아침 8시에 나가서 배에 오니 4시 반이디. 뱃속 사정도 안 좋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감기 때문에 눈물 콧물 쏟으면서 8시간 반이나 돌아다녔더니 온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발파라이소 여행은 몸이 폭파되기 직전인 폭파라이소 여행이 되었다. 그래도 오늘은 부산서 온 전선생님과 미일씨 덕분에 잘 먹고 잘 놀았다.
  저녁 식사 후 야경을 보려고 다시 14층 갑판으로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대보름달을 감상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이 대보름인지도 몰랐는데 횡재했다.
  우리가 달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찍자 일븐 할머니가 자기도 그렇게 찍어달라고 카메라를 금형씨에게 준다.

    금형씨가 찍어도 잘 안 되니까 금형씨 핸드폰으로 찍어서 그걸 카메라로 찍으라고 했다. 너무 좋아하며 고맙다고 머리를 연신 조아린다. 다음은 두 팔을 올려 둥글게 햔 후 그 안에 달을 넣고 찍었다.

   이번에는 옆에 있던 일본 할아버지가 쳐다본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니 멋있다고 감탄하며 자기 부인을 그렇게 시켜 찍는다. 애들 보는 데서는 냉수도 못 마신다는 말이 딱 맞다. 오늘은 새벽부터 밤까지 빡센 하루였다.
  올해 대보름달을 품에 넣고 놀았으니 옥동자를 분만하려나. 30년만 젊었어도 혹시 모르겠는데 우리 모두 70이  넘었으니 말짱 도루묵이다.

  2월 13일 항해 1 (칠레 발파라이소에서 이스터섬으로)

   오늘 아침엔 금형씨와 흰구름이 방에서 라면을 먹겠다고 해서 혼자 14층 가서 아침을 먹었다. 먹고 나오는데 교수님 사모님이 문 앞에 서 있다. 누구를 기다리는냐고 하니 날 기다린다고 한다. 무슨 일이냐고 하니 내 아이디 번호가 4034냐고  한다. 나는 4035라고 했더니 4034는 누구냐고 한다. 이금형이라고 하니 8층 서고에서 만다라라는 책을 가져와 읽고 있는데 책갈피에 에쁜 낙엽이 열 개나 들어있어 꺼내어 잘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 읽고 다시 꽂아서 갖다 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책 뒷면에 119항차 4034번이라고 쓰여있어서 누군가 궁금했다고 한다. 잘 읽고 있다고 하기에 내가 그대로 전해주겠다고 하고 내려왔다. 사람은 항상 작고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 대확행이 아니고 소확행이 맞다.
  오전 내내 별 스케줄이 없어 빈동대다가 11시에 하는 '성의 다양성'이란 강연을 들으러 갔다.

   올해도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55년 전 뉴욕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에도 성적 소수자를 위한 단체가 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프라이드 실행위원 두 명이 올라와 설명을 해준다.
  학교에서 오른손잡이만 인정하면 얼마나 불편할까. 태어났을 때 성과 마음으로 느끼는 성이 다를 수 있다.
LGBTQ+는 10% 정도다. 왼손잡이 비율과 같다.

   L은 LESBIAN 레즈비안
   G는 GAY 게이
   B는 Bisexual 양성애자
   T는 Transgendet 성전환자
   Q는 Questioning 성별을 고민하거나 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악의 없이 한 말이 상처를 준다. 예를 들어 레즈비안에게 남자 친구 있는냐고 물으면 상처를 받는다.
  SOGI는 나중에 생긴 단어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에서 쓰는 말이다.


   SO는 Sexutial orientation
  GI는 Gender Identity를 뜻한다.
  모든 사람을 성에 대한 대상자로 본다. 소수와 다수라는 개념이 없다.

SO에서
헤테로섹슈얼은 반대 성을 좋아하는 것, 양성애자는 둘 다 좋아하는 것, 팬섹슈얼은 범성욕주의, Questioning은 남성 여성에 대한 개념이 없다. 퀘스쳐닝은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다.

   GI에서
시스젠더는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일반인, 트랜스젠더는 태어날 때 성과 성정체성이 다른 사람, 논 바이너리는 남성 여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디. 이 외에도 다양한 성정체성이 있다.
  그 밖에도 많은 예가 있다.
A는 일반적인 사람이다.
B는 태어났을 때와 생각이 다른 사람
C는 결정내리지 않았으니 논 바이너리라고 한다.
  성은 간단히 결론 지을 수 없다. 성에 관계없이 자신은 자신이다 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사귀라. 오늘 저녁 당사자 대담이 있다. 2월 14일에는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있다. 무지개 깃발을 들고 퍼레이드를 벌인다. 스톤 월이란 사건 이후로 뉴욕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많이 참석해달라는 말로 강연을 끝냈다.
  글쎄다. 성별은 두 개 밖에 잆는 것일까? 남편에게 잔소리를 퍼부울 때 남편이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하면 "하나 차고 나왔다고 평생 더럽게 유세하네."하며 빈정대곤 했었다.
  정상과  비정상은 다수결로 결정하는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모든 사람에게는 다양한 성향이 내재 되어 있다. 내 안에도 성소수자의 성향이 들어있을 것이다. 단지 어느 쪽이 더 많은지가 서로 다를 뿐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혼란스럽다.
  점심 식사 후 수영장으로 올라갔다. 파도가 심해 7층은 어제부터 계속 통제다. 올라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커다란 대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느라고  부산하다. 내일이 자주 기획 발표날이라 악기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오후에는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을 보러갔다. 20세기 초 미국을 배경으로 석유를 발견한 오세이지족과 그들의 부를 노리는 백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주인공 어니스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몰랐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더니 참 많이도 변했다. 어니스트honest는 이름과는 반대로 부정직한 인생을 살다가 끝에 가서 정직하게 증언했지만 부인 몰리에게는 인슐린 주사를 놓았다고 다시 거짓말을 한다. 인간은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나약함이 절절히 느껴지는 영화였다.

  2월 14일 항해 2 (칠레 발파라이소에서 이스터섬으로)

   요가를 마치고 7층으로 가보니 여전히 통제다. 다시 12층으로 올라가 걸었다. 날씨는 화창한데 여전히 바람이 세다. 오늘이 자주기획 발표날이라 12층에서는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뭔가 준비하고 실행하는 일은 인생을 활기차게 한다.

   점심 때는 금형씨와 흰구름이 방에서 김치찌개 해먹는다고 해서 혼자 14층 가서 먹었다. 김치 먹고 배 아플까봐 엄두가 안 난다. 식사 후 14층 갑판을 걸었다. 무대 쪽에는 무지개 색으로 장식해 놓았다. 성의 다양성 강연 들을 때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행진한다는 생각이 난다.


    점심을 먹고 영어 교실에 갔다. 오늘은 무엇으로 유명한가에 대해 배웠다. 동시 통역사 규현씨는 파주에서 왔단다. 파주는 DMZ로 유명한데 남한과 북한 사이의 완충지대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본어 교실이다. 오늘은 '공부합시다.'를 배웠다. 아무리 해도 머리에 남는 게 없다. 내가 이렇게까지 돌대가리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방에 와서 쉬다가 탈렌트 쇼를 보러갔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과 함께 여행하는 크루들, 그리고 미즈안 코코 티라오씨가 각 지역의 공연을 선 보인다. 월드 컬쳐 데이(세계문화의 날)을 맞이하여 준비했다.


   첫 번째로 코코의 춤이다. 코코는 네 살부터 춤을 배웠으며 타이티 출신이다. 발파라이소에서 승선했다. 춤도 추고 노래도 한다. 남자가 훌라 춤 같이 흔들흔들 추니까 어쩐지 어색하다.

   승무원들의 발리 인도네시아 춤을 보았다. 승무원 중 인도네시아 출신이 많다더니 춤도 잘 춘다.
  필리핀에서 온 조리실 승무원의 아낙 노래도 들었다. 아낙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나타낸 노래라는데 뭔 소린진 모르지만 뭔가 애절한 느낌이다.


   호라이즌에서 근무하는 승무원의 팝핑 댄스도 있다. 인도 사람인지 배경화면에 타지마할이 나온다. 좀비 같기도 하고 로보트 같기도 한 춤이다.


   태국 댄스는 호라이즌 코트에서 일하는 네 명의 승무원이 추는 춤이다. 한 명씩 나와서 맨발로 추는데 손가락 동작과 발가락 동작이 기묘하다.


  다음부터는 참가자들의 공연이다. 불가리아의 전통 음악과 춤이다. 목장이 나온 것으로 보아 목동의 음악인가 보다.

   한국팀 아리랑도 나온다.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문화 유산에도 등록됐다. 날좀 보소도 부르고 고래사냥도 불렀다. 가사를 다 외운 게 대단하다.


   중국 배이노팀의 노래다. 베이노는 장족 언어로 친구라는 뜻이다. 째지는 소리다.

    마지막으로 일본팀이다. 에이샤는 오키나와에서 음력 명절에 연주하는 곡이다. 우리나라 농악과 비슷하다.


  오늘 출연자들은 모두 프로급이다. 세상엔 참 재주꾼들도 많다. 음주가무에 젠뱅인 나는 그저 보고 박수만 쳤다.